[재미있는 과학] 세 사람 유전자 받은 아이, 출생의 비밀은?
입력 : 2016.10.04 03:08
[생명과학의 발달]
난자 둘·정자 하나로 태어난 '하산'
엄마 난자 세포핵, 기증 난자에 이식… 돌연변이 생기는 유전자 피할 목적
최근엔 정자만으로 쥐 태어나기도
멸종 위기 동물·난임 돕지만 무분별한 유전자조작 피해 우려
지난 4월 멕시코에서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아기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최근에 발표되었어요. 인류 최초로 세 사람의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브라힘 하산이 그 주인공이랍니다. 하산은 아빠와 엄마의 유전자에 난자를 기증한 다른 여성의 유전자를 모두 갖고 태어났어요. 지난달 13일에는 영국과 독일의 과학자들이 난자 없이 정자만으로 새끼 쥐가 태어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있었어요. '포유류 동물은 난자에 정자가 수정되어야 태어날 수 있다'는 기존의 과학 상식을 깨트린 것이죠.
◇정자만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동물은 보통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을 통해 수정란이 되고, 이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나 생명체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탄생시킨 새끼 쥐는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지 않았어요. 대신 화학물질을 이용해 쥐의 난자를 '유사배아 세포'로 만들었지요.
◇정자만으로 아기를 낳을 수 있게 된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 동물은 보통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수정'을 통해 수정란이 되고, 이 수정란이 태아로 자라나 생명체로 탄생하게 됩니다. 그런데 영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탄생시킨 새끼 쥐는 난자와 정자를 수정시키지 않았어요. 대신 화학물질을 이용해 쥐의 난자를 '유사배아 세포'로 만들었지요.
- ▲ /그래픽=안병현
연구진은 이 유사배아 세포에 쥐의 정자 세포를 주입한 뒤 암쥐의 자궁에 착상시켰어요. 그러자 이 유사배아 세포가 정상적인 배아 세포와 마찬가지로 태아가 되어 새끼 쥐로 태어난 거예요.
유사배아 세포도 결국 난자로 만든 것이니, 정상적인 포유류의 탄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유사배아 세포는 피부 세포나 일반적인 세포와 거의 같은 특징을 갖고 있답니다. 조만간 일반 세포로 유사배아 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된다면, 난자 없이 정자로만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도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런 기술이 더 발전하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난자나 정자를 기증받지 않고도 자신의 세포만으로 아이를 갖게 되는 일도 가능해질 수 있게 될 거예요.
◇세 사람의 유전자를 가진 아브라힘 하산
요르단 출신의 부부 마흐무드 하산과 이브티삼 샤반은 두 아이를 낳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아이 모두 어린 나이에 목숨을 잃었어요. 어머니 샤반의 몸에 신경 손상을 일으키는 '리 증후군' 유전자가 들어있기 때문이었어요. 샤반 본인은 다행히 이 유전병을 피해갔지만, 샤반이 낳은 두 아이는 리 증후군을 앓다 목숨을 잃은 것이죠.
리 증후군은 샤반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나타나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관인데, 미토콘드리아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유전자는 난자를 통해서만 물려받는답니다. 샤반의 두 아이도 샤반의 난자로부터 미토콘드리아에 돌연변이가 생기는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리 증후군을 앓았던 것이죠.
하산과 샤반 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존 장 박사는 새로운 해결 방법을 내놓았어요. 다른 여성으로부터 기증받은 난자의 세포핵을 제거하고, 샤반의 난자에서 세포핵을 추출해 기증받은 난자에 옮겨 심어요. 이렇게 하면 샤반의 난자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버리고 세포핵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난자의 세포질은 기증받은 것을 사용하고요. 존 장 박사는 이렇게 만들어진 난자에 샤반의 남편 하산의 정자를 수정해 수정란을 만들어 샤반의 자궁에 착상시켰답니다.
그 결과 지난 4월 건강하게 태어난 아브라힘 하산의 유전자는 세 사람의 것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 세포핵, 그리고 기증받은 난자의 세포질에 들어있는 유전자를 물려받았기 때문이죠. 유전자는 대부분 세포핵에 들어있고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 0.1% 정도가 들어있어요. 그래서 하산의 유전자는 대부분 엄마와 아빠의 것이지만, 하산의 미토콘드리아와 미토콘드리아에 든 유전자는 난자를 기증한 여성의 것이랍니다. 아브라힘 하산은 샤반이 갖고 있는 리 증후군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게 된 것이죠.
이렇게 두 개의 난자를 이용해 태어난 하산이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자라난다면, 앞으로 태어날 아기들은 이 기술을 통해 유전으로 발생하는 심장질환이나 파킨슨병을 미리 피해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생명과학과 윤리적 문제들
하지만 이런 기술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요. 아브라힘 하산이 태어나는 데 사용된 기술은 유전자조작을 이용한 맞춤형 아기를 만드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어요. 아브라힘 하산이 멕시코에서 태어난 것도 미국에서는 하산이 태어나는 데 필요한 시술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과연 부모가 원하는 특성만 가진 아기만 태어나는 세상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들이 나오고 있는 거예요.
난자나 정자만으로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술은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의 숫자를 늘리거나 난임 부부가 아이를 가지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기술로 인해 엄마나 아빠가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된다면, 사람들은 큰 혼란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이렇게 생명과학의 발달은 인간을 도울 수도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낳을 수 있는 '두 얼굴'을 갖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