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이너스 金利는 침체 징후… 수익 낼 곳 없어 '돈 보관료' 받는 셈

최만섭 2016. 3. 21. 10:54

마이너스 金利는 침체 징후… 수익 낼 곳 없어 '돈 보관료' 받는 셈

  •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입력 : 2016.03.21 03:05

    [금리, 어떻게 마이너스가 됐나]

    - 은행 이자는 투자 수익의 일부
    중세 金세공업자에게 위탁한 돈, 제3자에게 빌려줘 이득 얻자
    보관료 안 받고 이자 준 데서 기원
    투자해도 수익낼 곳 없어지자 다시 보관료 받는 시대 된 것

    - 중앙은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
    보관료 절약 위해 집에 보관하거나 투자해서 수익 올리려고 할 것
    수요 늘어나면 경제 살아나 마이너스 금리 사라질 수 있어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
    ▲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금리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됩니다. 금리는 어떻게 생겨났고 어찌하다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오게 됐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이자를 받기 위해 찾는 은행들의 과거부터 살펴봅시다. 은행은 과거에 있던 다양한 형태의 금융거래들이 진화한 결과입니다. 돈을 보관해주는 업무도 은행의 기원 중 하나입니다. 돈을 집에 보관하는 것은 많은 위험이 따르며, 이것을 지키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듭니다. 이런 수요에 부응해 수수료를 받고 돈을 보관해주는 업자들이 생겨났는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오늘날같이 이자를 주는 은행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은행은 금(金)세공업자가 보관료 받던 것

    17세기 영국의 금(金)세공업자(goldsmith)들이 돈을 보관해주는 업자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금세공업자는 귀금속을 이용해서 장신구나 식기 등을 만드는 기술자입니다. 이들은 작업의 성격상 많은 귀금속을 보관했기 때문에 금고 같은 보안 장치와 경호 인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금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금을 직접 보관하기보다 수수료를 내고 금세공업자에게 보관하는 것이 싸고 편리했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하게 됩니다. 금세공업자들은 금을 맡아주면서 보관증서를 내주었습니다. 이 서류를 가져오는 사람에게 적혀 있는 만큼의 금을 내준다는 약속을 적은 증표입니다.

    금세공업자의 이러한 파생 업무가 현대 금융업의 두 가지 기본 업무로 발전하였습니다. 첫째, 금을 맡긴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 때 금을 찾아다가 사용하기보다는 이 증서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했습니다. 금세공업자에게 맡긴 금을 찾아서 거래처까지 들고 가기보다는, 증서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편하고 안전했기 때문입니다. 거래의 지불수단으로 사용된 이 보관증이 오늘날 은행권의 기원입니다. 금이나 은에 기반을 두어 지폐를 발행하는 것을 '태환지폐'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원리가 발전한 것입니다.

    둘째, 금세공업자는 위탁받은 금을 모두 금고에 넣어둘 필요가 없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으로부터 금을 받아 보관할 경우, 이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금을 찾으러 오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대신 맡아둔 금을 그냥 보관만 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대가를 받고 빌려주면 추가로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유럽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그래프

    금세공업자들은 보관료를 받는 것보다 위탁받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자 새로운 영업을 시작합니다. 즉 대가를 받지 않고 돈을 보관해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대신 맡은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줌으로써 이득을 취하였습니다. 심지어는 돈을 맡기도록 유도하기 위해 돈을 맡기는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기까지 했습니다.

    귀금속업자가 은행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현상을 보다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먼저 이상의 사례는 은행에 돈을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이 이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렇게 당연한 것은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경제 침체의 징후

    은행 이자는 본질적으로는 예금자가 은행에 맡긴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데 대한 대가입니다. 은행이 예금자의 돈을 제3자에게 빌려주고 벌어들이는 이득 덕분에 예금자는 보관료를 내지 않아도 될 뿐 아니라 심지어 이자를 받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은행이 내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게 되면 내 돈의 안전도는 그만큼 줄어듭니다. 실제로 은행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이 몽땅 사업에 실패해 돈을 못 갚게 될 경우, 은행은 망하고 예금주들은 맡긴 돈을 모두 잃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지요.

    이런 과정을 이해하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마이너스 은행금리라는 현상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 하지 않으면, 은행은 맡은 돈을 그냥 금고에 쌓아둘 수밖에 없습니다. 돈을 빌려주지 않는 은행은 사실상 금세공업자, 즉 돈을 보관해주는 금고 주인과 동일하며, 예금자들에게 돈을 보관해주는 데 대한 비용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예금자 입장에서 보면 은행에 돈을 맡기면서 돈을 내는 것이니, 마이너스 은행금리인 것입니다.

    결국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려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않는 것은 수익이 나는 투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마이너스 은행금리는 경제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징후입니다. 이것은 마치 독감에 걸렸을 때 열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 독감에 걸리면 열이 나는데, 열이 나기 때문에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 때문에 몸이 아프고 열이 납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열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현금 쌓게 하고 소비 늘리는 '양날의 칼'

    마이너스 은행금리하에서 은행에 돈을 맡기게 되면 오히려 보관료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부를 보유하고자 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보관료를 절약하기 위해 집에 현금을 쌓아두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그 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돈은 그 자체가 우리에게 효용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건을 사서 쓰거나 아니면 은행 예금보다 나은 곳에 투자를 해서 돈을 불리려 할 것입니다. 이렇게 돈을 사용하는 것은 수요를 늘리는 행위입니다. 생산자들은 물건을 팔 수 있게 되고 수익률이 높아져 경제가 정상화합니다. 궁극적으로 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이자율이 상승하고 마이너스 은행금리가 사라집니다.

    우리 몸은 독감으로부터 나을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음으로써 이 과정을 좀 더 촉진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몇 국가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들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경제의 치료 과정을 보다 촉진하기 위한 의사 처방과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정책 자체를 백안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한다고 경제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아울러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는 몸 상태를 잘 보아가면서 적절한 양을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독감 치료에만 매몰되어 건강을 해칠 만큼 독한 약을 써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중앙은행의 이자율 정책이 중요하면서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