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경희 칼럼] 정부가 일자리를 못 만들어내는 이유

최만섭 2016. 3. 18. 16:27
[강경희 칼럼] 정부가 일자리를 못 만들어내는 이유

입력 : 2016.03.17 03:20

2월 청년실업률 12.5% 사상최고… 정부가 예산 쏟아부어도 무소용
'염불보다 잿밥' 관심 많은 일부 공무원 생색내기 행정 탓
일자리 찾아줄 실력 늘리기보다 '장관님' 행차 사진 찍기 바빠

강경희 경제부장 사진
강경희 경제부장

12.5%. 2월의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청년들의 '고용 절벽'이 더 가팔라졌다. '고용률 70%' 목표 하에 무려 133개 실천과제를 발표하면서 출범한 정부인데 일자리가 생겨나기는커녕 왜 실업률만 올라가는 걸까.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제조업의 고용 유발 효과도 낮아져 일자리가 펑펑 생겨나기 힘든 경제구조가 된 건 맞다. 그럼에도 그것이 극심한 취업난을 설명해주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지난 월요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대전·충남권 우수기업 채용박람회'에 반나절 출장을 다녀왔다. 그 채용박람회는 IBK기업은행과 본지가 7년 넘게 진행해온 일자리 프로젝트다. 그런데 46회째를 맞는 행사가 갑자기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박용호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채용박람회를 준비하던 기업은행이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신생 기업들도 참여시켜 구인난을 덜어주자고 미래부 산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접촉했는데, 미래부가 총리실에 보고하면서 정부가 마련한 일자리 행사로 포장된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누가 밥상을 차렸고, 누가 숟가락을 얹었느냐를 따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민관이 힘을 합치고, 이참에 정부가 팔 걷고 나서 채용 실적을 쑥쑥 높여주면 다 같이 반길 일이다. 한데 현장에서 기대는 무너졌다. 잠깐 시간 낼 수 있는 총리가 서둘러 인사말하고 사진 촬영용 이벤트가 짧게 마련됐다. 우르르 참석한 공무원들 중에 어떤 연유로, 어떻게 채용박람회가 진행돼 왔는지를 알거나 관심 갖는 이는 없었다. 공무원들 관심사라곤 '정부가 총리님과 장관님까지 참석한 채용박람회를 거창하게 열어 일자리 창출에 애썼다'고 보여주는 인증샷 행정이 전부였다.

정부는 "이번 행사까지 포함해 전국에서 다섯 차례 채용박람회를 열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했는데, 사실 그 채용박람회는 정부가 얼굴 비치든 안 비치든 7년 넘게 열려왔고 올해도 이어질 행사이니 정부의 생색내기 행정만 고백한 셈이다. 게다가 채용박람회는 외형상 북적대긴 해도 실제 채용은 많질 않다. 그동안 잡월드 프로젝트에서는 현장 채용을 목표로 지난 7년간 45차례 채용박람회를 열어 무려 19만명이 다녀갔다. 이 중 현장에서 면접 본 구직자도 4만명 가까이 된다. 하지만 최종 합격 인원은 10분의 1도 안 되는 3000명 남짓이다. 그보다 몇 십 배의 채용은, 기업은행이 연중 개설한 온라인 중소기업 취업전문관을 통해 이뤄졌다. 믿을 만한 중소기업들의 채용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신뢰를 쌓으니 하루 20~30명꼴로 채용이 이뤄졌다. 그걸 더한 누적 취업자 수가 8만명을 넘는다.

당초 은행과 신문사라는 '아마추어 중매쟁이'가 손잡고 일자리 중매에 나섰던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다. IMF 외환위기 때처럼 또다시 일자리 쇼크가 덮쳐올 것이 우려되는 시점이었다. 신문사가 일자리를 만들어낼 재간은 없으니 우수한 중소기업을 가려낼 선구안을 가진 기업은행에 일자리 중매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구인난의 중소기업과 구직난의 청년들을 연결시켜 일자리를 찾아주는 일이었다.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도 기업은행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흔쾌히 수락해 '잡월드'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출범했다. '청년 취업 1만명'도 힘들어 보였던 목표치가 10만명으로 높아졌고 상당한 결실을 낸 비결은 첫 단추를 꿴 윤용로 행장에 이어, 조준희 행장, 현재의 권선주 행장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이어진 덕분이다.

앞서 이걸 정부 차원의 노동개혁으로 성공시킨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 체질이 만성화되자 2000년대 초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하르츠 개혁'을 시작했다. 흔히 '하르츠 개혁'은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노동개혁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노동시장에서 재고용이 일어나도록 정부가 일자리 찾아주는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개혁이다. 기업들의 해고가 쉬워지면 국민들의 일자리 불안이 커진다. 이에 독일 정부는 일자리 찾는 사람이 맨 먼저 정부 고용센터로 달려오도록 노동청을 대대적으로 혁신했다. 몇 년 전 독일서 만난 뒤셀도르프 노동청 취업담당관도 "공무원이지만, 민간 취업정보회사들과 경쟁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고 했다.

사업체의 99.9%가 중소기업이요, 근로자 87.5%가 중소기업 종사자인 '9988' 구조의 한국에서도 노동개혁은 하르츠 개혁처럼 양 축으로 이뤄져야 하고 정부도 일자리 중매 실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한데 청년 실업이 날로 심각해지는 이 위기의 와중에도 공무원들은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많으니 여전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실력이 한숨 나오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