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사설] 法人化 후 바뀐 게 없으니 유능한 교수들 서울대 떠나는 것

최만섭 2016. 3. 1. 15:59

[사설] 法人化 후 바뀐 게 없으니 유능한 교수들 서울대 떠나는 것


입력 : 2016.03.01 03:22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서울대 전임교수 65명이 사표를 내고 학교를 떠났다고 한다. 그 이전 5년(2006~2010)간 46명이 떠난 것보다 41% 늘어난 수치다. 공과대·자연대 17명은 다른 대학이나 대기업 연구소 등으로 옮겼고, 의과대 11명은 대부분 연봉이 많은 대형 종합병원으로 갔다.

서울대는 2011년 12월 법인화됐다. 국립대 시절엔 조직을 개편하려 해도 교육부 결제를 받아야 했고 5급 이상 직원 임용권은 교육부장관이 행사했다. 교수가 외부 연구비를 따오면 일단 국고(國庫)로 편입되기 때문에 연구 용역을 수행하려는 인센티브가 약했다. 이런 풍토에선 서울대가 발전할 수 없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예산권·인사권을 이사회와 총장에게 맡기는 독립법인화를 단행한 것이다.

그러나 법인화 후 서울대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리지 않는다. 젊은 교수일수록 모험적인 아이디어로 연구도 하고 수익 사업도 벌이도록 해야 하지만, 서울대에선 조교수급(級)엔 '연륜이 짧으니 공부나 더 하라'고 찍어누르고 있다. 공과대 어느 학부에선 지난해 누가 봐도 연구·교육 실적이 뛰어난 교수에 대해 정년 심사를 연기시켜버렸다. 그 교수가 창업을 하자 소속 학부 교수들 심기가 불편했다고 한다. 교수 연구실 규모, 승진, 연봉을 결정할 때도 'n분의 1' 원칙이 작동한다. 석·박사과정 학생 20명을 지도하는 교수나 3명을 지도하는 교수나 연구실 규모는 30평 정도로 같다. 연구비를 따와 학생들 장학금을 줘도 다른 교수 눈치를 보느라 숨기는 사례도 있다.

교수 사회의 이런 나쁜 관행을 바꾸려면 누구보다 총장이 리더십을 갖고 개혁을 이끌어가야 한다. 하지만 서울대 총장은 대부분 교수들로 구성된 정책평가단 심사를 거쳐 '직선제에 가까운 간선제' 방식으로 뽑히고 있다. 총장이 단과대학과 학부·학과 조직의 비위를 거스르기 어려운 구조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은 인터뷰에서 "서울대엔 교수가 2000명 있는데 다들 자기가 '정신적 총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총장이 장악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도 미래를 걱정하는 총장이라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 교수 사회 구태(舊態)와 악습을 개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또 기업으로부터 연구 용역을 따내도록 교수들을 독려하고, 동문과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뛰어난 교수에겐 파격 대우를 해주며 서울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시키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 성 총장도 취임 때엔 서울대를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 대학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영국의 대학 평가기관 QS의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서울대는 2010~11년 6위에서 2012~14년 4위로 올라섰다가 작년에는 8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세계대학 평가에서도 2014년 31위였던 것이 작년엔 36위로 떨어졌다.

총장이 교수들 눈치나 살피면서 개혁을 밀어붙이지 못한다면 뭣하러 독립법인화를 해달라고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대로 가면 한 해 4373억원에 달하는 국가 지원금을 반납하거나 깎으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