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인공지능 시대 富의 불평등 줄이는 해법, 완전히 새로운 교육제도

최만섭 2016. 3. 5. 15:36

인공지능 시대 富의 불평등 줄이는 해법, 완전히 새로운 교육제도

  • 신용석(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 입력 : 2016.03.05 03:05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 비평적 사고·적응력
    대화의 기술같은 인간만의 능력 키워야… 교육제도 개혁 논의 필요

    신용석(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 신용석(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각 당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에서 비주류 후보들이 돌풍을 일으켰다. 기존 정치에 대한 불신도 원인이지만, 유권자들의 경제적 불안감이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출신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20여년 동안 실질소득이 거의 제자리인 중하위 계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은 경제적 불평등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경제적 불안감이 과학기술 진보와 관련이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주장이 존재한다. 한쪽에서는 과학기술을 통해 무수히 많은 혁신을 이뤘기 때문에 더는 혁신이 어렵고, 경제성장도 멈출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쪽에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컴퓨터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져, 중산층의 일자리와 소득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의 역사는 두 주장이 다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단 과학기술은 계속 발전해왔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면서, 대량 실업이 발생하고 인간은 일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예상도 빗나갔다. 데이비드 리카르도, 존 스튜어트 밀, 그리고 존 메이너드 케인스 등 당대 최고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현실은 달랐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로 섬유를 생산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었지만, 직물 가격이 싸져서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커졌다. 새로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생겼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산업혁명은 대중에게 높은 소득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줬다.

    기계화로 생산성이 증대되면서 평균 노동량도 줄었다. 그 결과 평균 노동시간도 감소했고, 은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 19세기 말 서유럽에서 노동자는 연평균 2950시간 일했다. 현재 선진국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1500시간이다. 20세기 초 미국에서는 65~69세 남자의 80% 이상이 일했는데, 현재는 이 비중이 30%에 불과하다. 많은 사람이 65세 이전에 은퇴하고 있다.

    생산 과정의 기계화·자동화는 신체적으로 위험한 업무와 단순 반복 노동을 대체한다. 일을 더 안전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소득에 반영되지 않지만, 그 자체로 좋은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많은 사람이 빠른 기술 진보 때문에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은 단지 기우인가? 두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 등 중상위 소득자의 일자리도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단 기술을 잘 활용하는 소수는 이전보다 더 많은 부(富)를 창출하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는 상대적으로 저소득 직종으로 몰리게 된다. 저소득층이 소득 중상위층으로 가는 수단이던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둘째, 과학기술의 진보는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지만,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삶의 질은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

    수렵·채취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는 수백년 동안 인류의 건강 상태는 과거보다 더 나빴다. 산업혁명 시기에도 노동자들의 생활 수준이 산업혁명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반세기가 넘게 걸렸다. 인간이 새 기술을 습득하는 속도보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면, 장기적인 번영이 도래하기 전에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 수준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경제적 불평등이 사회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술 발전의 과도기로 인한 진통을 줄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해법은 교육에 있다. 고도의 인공지능이라도 인간의 창의성, 비평적 사고, 대화와 설득의 기술, 유연한 적응력을 따라갈 수는 없다. 문제는 인간만의 독보적인 능력을 대중 교육을 통해 향상시키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새로운 세상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고 기계에 비교우위가 있는 인적 자본을 만드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 교육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기술 급변의 결과로 일자리를 잃은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 안전망도 고려해야 한다. 실업자에 대한 지원은 금전적인 것보다는, 새로 생겨난 직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