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의 실종… '개천의 용'은 美서도 사라졌다
상위 10% 美부유층 가정의 자녀, 저소득층보다 9배 경제 지원받아
학교서도 계층·경제 소득 따라 극명하게 벌어지는 교육 격차
통계분석, 심층 인터뷰로 그려내
우리 아이들|로버트 퍼트넘 지음|정태식 옮김|페이퍼로드|488쪽|2만2000원
자녀 입시 교육의 성패는 흔히 '세 가지 힘'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른바 '아이들의 노력(努力)과 부모의 정보력(情報力), 조부모의 재력(財力)'이다. 이런 슬픈 농담은 우리만 유행하는 줄 알았더니, 미국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양면 게임 이론'을 주창한 정치학자이자 미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지난해 쓴 이 책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 격차 사이의 상관관계를 낱낱이 해부한다. 미국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경제적 간극이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계층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해 미국판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의 집중 조명을 받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어판은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책은 저자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포트클린턴의 사례에서 출발한다. 1950년대의 전후(戰後) 미국은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중산층에 편입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만개했던 시기였다. 육체 노동자의 자녀와 고소득 전문직 자녀들의 차이는 외견상 두드러지지 않았고, 이들은 학교나 마을에서 남의 눈을 개의치 않고 한데 어울려 지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졸업식은 공동체 전체의 축제였고, 마을 사람들은 모든 졸업생을 '우리 아이들'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은 로터리 클럽과 전미자동차노조, 젊은 여성 같은 단체들의 장학금 지원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상향적(上向的) 교육 이동성'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우리 속담으로 번역하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반세기 만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현재 미국의 통계들은 계층 이동의 기회였던 '교육 사다리'가 사라졌을 때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위 10%에 속한 가정의 자녀들은 하층 자녀들보다 9배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이 지출은 음악 교습과 여름 캠프, 여행과 과외 활동, 레크리에이션 등 사교육과 양육 지출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상위 25%에 속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비율이 1970년의 40%에서 2010년 80%로 치솟는 동안, 하위 25% 가정의 아이들은 10% 안팎으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자녀 입시 교육의 성패는 흔히 '세 가지 힘'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이른바 '아이들의 노력(努力)과 부모의 정보력(情報力), 조부모의 재력(財力)'이다. 이런 슬픈 농담은 우리만 유행하는 줄 알았더니, 미국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양면 게임 이론'을 주창한 정치학자이자 미 하버드대 교수인 저자는 지난해 쓴 이 책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교육 격차 사이의 상관관계를 낱낱이 해부한다. 미국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의 경제적 간극이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다시 계층적 불평등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지난해 미국판 출간 직후 뉴욕타임스·워싱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의 집중 조명을 받을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어판은 '빈부격차는 어떻게 미래 세대를 파괴하는가'라는 부제를 달았다.
책은 저자의 고향인 오하이오주 포트클린턴의 사례에서 출발한다. 1950년대의 전후(戰後) 미국은 누구나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중산층에 편입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만개했던 시기였다. 육체 노동자의 자녀와 고소득 전문직 자녀들의 차이는 외견상 두드러지지 않았고, 이들은 학교나 마을에서 남의 눈을 개의치 않고 한데 어울려 지냈다는 것이다. 저자는 "졸업식은 공동체 전체의 축제였고, 마을 사람들은 모든 졸업생을 '우리 아이들'로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은 로터리 클럽과 전미자동차노조, 젊은 여성 같은 단체들의 장학금 지원을 받고 대학에 진학했다. 저자는 이런 사회적 현상을 '상향적(上向的) 교육 이동성'이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우리 속담으로 번역하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풍경은 반세기 만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현재 미국의 통계들은 계층 이동의 기회였던 '교육 사다리'가 사라졌을 때 일어나는 사회 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위 10%에 속한 가정의 자녀들은 하층 자녀들보다 9배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 이 지출은 음악 교습과 여름 캠프, 여행과 과외 활동, 레크리에이션 등 사교육과 양육 지출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상위 25%에 속하는 가정의 아이들이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비율이 1970년의 40%에서 2010년 80%로 치솟는 동안, 하위 25% 가정의 아이들은 10% 안팎으로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다 보니 학교 울타리 안의 풍경도 계층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극명하게 갈라진다. 고소득·전문직 부모들은 학교 사무실 직원들까지 꿰고 있을 만큼, 자식들의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자녀의 과외 활동도 미식축구와 밴드, 프랑스어 동아리와 학생 신문 등 소프트 스킬(soft skills·사회생활에 필요한 팀워크·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자연스럽게 약물 사용이나 음주 문제는 줄어들고 학업 성과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을 그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아이들은 엑스터시(신종 마약)를 했고, 교실에서 늘 보드카가 섞인 게토레이를 마셨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머리에 총을 두 번이나 쐈어요. 둘은 함께 자란 친구인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학교 안에서도 AP(대학 과목 사전 이수 제도)와 다른 선행 학습 과정을 통해 특권을 누리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부잣집의 '집중 양육'과 가난한 집안의 '자연적 성장'이라는 말로 대비시킨다.
이 책의 주제는 어쩌면 단순하고 명확하다. 주제보다 더 인상 깊은 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격하게 핏대만 세우는 대신, 통계 분석과 심층 인터뷰라는 양적·질적 분석을 동원해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미국 사회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 뒤 '기회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차분하게 역설한다.
아동 빈곤이 생산성 하락과 범죄 증가, 복지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예방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학교 교육은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에어백'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묵직한 질문 하나가 머리에 남는다. '과연 한국은 얼마나 다른가.'
반면 저소득층 학생들의 상황은 우리 아이들을 그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하다. "아이들은 엑스터시(신종 마약)를 했고, 교실에서 늘 보드카가 섞인 게토레이를 마셨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머리에 총을 두 번이나 쐈어요. 둘은 함께 자란 친구인데."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같은 학교 안에서도 AP(대학 과목 사전 이수 제도)와 다른 선행 학습 과정을 통해 특권을 누리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을 차별하는 경향이 있다"는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을 부잣집의 '집중 양육'과 가난한 집안의 '자연적 성장'이라는 말로 대비시킨다.
이 책의 주제는 어쩌면 단순하고 명확하다. 주제보다 더 인상 깊은 건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다. 격하게 핏대만 세우는 대신, 통계 분석과 심층 인터뷰라는 양적·질적 분석을 동원해 심층적이고 입체적으로 미국 사회의 풍경을 그려낸다. 그 뒤 '기회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교육
아동 빈곤이 생산성 하락과 범죄 증가, 복지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공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것이 예방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다. 학교 교육은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에어백'이라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묵직한 질문 하나가 머리에 남는다. '과연 한국은 얼마나 다른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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