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아닌데

최만섭 2016. 2. 8. 16:05




   


작성자: 최만섭     2007-11-22 09:21:55 


제목 : 그게 아닌데


지난 몇 년 동안 직장을 못 구한 아들애를 바라보면 가슴이 아리다. “마음고생이 크지? 발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라! 너의 꿈을 이루게 해달라고 기도할게.”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걱정하지 마세요. 지낼 만해요”라고 답을 한다.


비탈길에 선 방랑자의 유일한 꿈은 성취가 아니라 평지로의 탈출이듯이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내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의 절실한 바람은 아들애의 취직이 아니라 나로부터의 탈출일지도 모른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하얀 바람과 검붉은 단풍이 맞부딪쳐 서글프게 울부짖는 것은 상처 입은 몸뚱이 때문이 아니라 “그게 아닌데”라고 하는 안타까운 마음 때문이듯이 “그게 아닌데”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술수나 거짓을 감추려는 변명이 아니라 자유를 억압당한 영혼의 몸부림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자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낡고 투명한 드레스를 걸친 집시 여인의 손에 “그게 아닌데”를 쥐여 주었다. 자유를 되찾은 “그게 아닌데”는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는 탐진치(貪瞋痴) 사이를 방랑하면서 좋은 인연으로 탄생할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 탐진치(貪瞋痴) : 탐욕(貪)과 성냄(瞋)과 어리석음(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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