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섭 2016. 2. 8. 16:38



  작성자: 최만섭     2007-10-26 16:30:09     


제목 : 꿈


꿈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젊은이가

선생님도 시인이냐고 내게 불쑥 물었을 때

나는 이별에 익숙하지 못해 가슴속에 숨겨 놓았던

입술이 하얀 여인의 역사를 그에게 늘어놓아야 했다.


조영남이 가수는 직업이고 화투를

그리는 것은 그의 꿈이라고 했듯이

글을 쓰는 것은 나의 일상이며

작은 오장육부(五臟六腑)를 가지고 태어난

가여운 여인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은 나의 꿈이다.


꿈이란 세월에 짓눌린 할머니의 굽은 등같이

축소되어서 결국 소멸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면의 거울에 비췬 수많은 횃불같이

서로 간섭하지 아니하고 자신을 반추하는

상(相)으로써 영원히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바다에서 상륙한 톨스토이 농장이 세상에 부딪힌 후

그 커다란 몸집을 인간의 골수 속으로 숨기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야 비로써 모든 생각을 버리고 나 자신을 그릴 수 있었다.


행복의 정점에 설 때마다 낯선 손님처럼 찾아오는

그리움을 사력을 다해 붙잡는 한 늙은이의 초상화!

나는 그 편안한 그림 위에 지친 두 다리를 올려놓았다.



*톨스토이 농장:

간디는 젊은 나이에 톨스토이와 교류했고, 톨스토이가 50대 후반에 시작한 채식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그의 인도주의 정신을 본받아 ‘톨스토이 농군학교(농장)’를 개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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