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사설] 알맹이 빠지는 노동 개혁, 이러려면 뭐하러 그 요란 떨었나

최만섭 2016. 2. 2. 16:58

[사설] 알맹이 빠지는 노동 개혁, 이러려면 뭐하러 그 요란 떨었나

입력 : 2016.02.02 05:56

정부와 새누리당이 국회 쟁점 법안 중 하나인 파견근로자보호법 개정안에서 뿌리 산업의 파견 근로자 허용 대상에서 대기업은 빼는 것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뿌리 산업이란 용접, 주조, 금형, 열 처리, 표면 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업종을 말한다.

정부·여당은 파견법 개정안에서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인력난이 심한 뿌리 산업 업종의 경우 기업들에 파견 근로자 채용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했다. 이에 정부·여당은 대기업에는 파견 근로자 채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문화하겠다고 나왔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 산업계를 대표하는 24개 기관이 1월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입법을 촉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제공
그러나 법안 수정 방향이 대기업의 사내 하도급 업체에 파견을 금지하는 정도라면 몰라도 대기업이 아웃소싱하는 업체까지 파견을 금지하는 결과를 낳는다면 차라리 법 개정을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기업엔 조그만 혜택도 줄 수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발상 자체도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대국민 담화에서 기간제법을 유보할 뜻을 밝혔다. 노동 개혁 관련 5개 법안 가운데 파견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등 4개 법안만 남아 있는데 또다시 파견법을 수정하겠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노동 개혁 법안들의 알맹이를 하나씩 빼내면 대체 노동 개혁을 왜 하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11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답변준비를 하고 있다. 환노위에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노동개혁 5대 법안이 상정됐다. /이덕훈 기자
노동 개혁안에서 노사 간 이익의 균형이 깨지는 것도 문제다. 파견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등 3개 법안은 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험 강화, 출퇴근 산재 인정 등 대체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 정부·여당은 사용자 측에 유리한 내용만을 빼내려 하고 있다. 전체 내용 가운데 근로자에게 유리한 조항만 살아남고 사용자가 원하는 내용이 빠지고 나면 균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사용자 측에만 불리한 노동 개혁은 채용 기피, 잇단 정리해고로 이어지면서 결국 실업자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노동 개혁은 노사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에 논의부터 입법까지 5~10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한번 고치고 나면 다시 손질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여당은 고통스럽더라도 노동 개혁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단지 관계법을 개정했다는 말을 듣기 위해 핵심적인 내용을 얼렁뚱땅 뭉개서는 안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