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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열 칼럼] 4월 총선의 연기

최만섭 2016. 1. 13. 10:01

[권대열 칼럼] 4월 총선의 연기

선거구 없는 違憲 상태 길어지고 경선 룰은 의원들에게 일방적 유리
最惡 19代 국회의 막장 행태 "선거법상 '선거 연기 상황'에 해당된다"는
주장 점점 확산… 이대로 가면 '실제 상황' 될수도

권대열 정치부장 사진
권대열 정치부장

요즘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가 '4월 총선을 한 달 정도 미루자'는 선거 연기론이다. 법적 측면에서 제기하는 사람들도, 정치적 측면에서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선거를 연기한다고 5월 29일까지인 국회의원 임기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이 문제를 처음 무게 있게 제기한 이는 야권(野圈) 출신 조순형 전 의원이다. 그래도 우리 정치권에서 존경받는 몇 안 되는 어른이다. 그는 선거구 위헌 상태가 되자 TV조선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은 법 통과시켜 달라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국가 최고 책임자로서 총선 연기 조치에 착수해야 한다"며 "주요 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를 마무리짓기 전에는 의원들이 선거운동하러 못 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5선 의원 출신 박찬종 변호사도 "(선거구가 없어진 위헌 상태로 일부 후보가) 총선 이후 선거 무효 소송을 제기, 헌법재판소에서 다툴 위험이 있다"며 "총선을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 주장의 근거는 공직선거법 제196조 ①항이다.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때에는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구가 없어진 위헌 상태이고 불복 사태가 날 테니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일부 총선 예비후보자도 주장한다. 청와대 고위직 출신 한 후보자는 "선거법상 최소 120일의 선거운동 기간을 공정하게 보장해줘야 하는데,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예비후보자들의 활동이 제한됐다"며 "나부터도 선거 뒤에 소송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총선 연기를 요구하며 이미 동지(同志) 규합에 나선 예비후보들도 있다. 한 예비후보는 헌법재판소에 총선 연기 가처분 신청도 냈다.

법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 가능한지는 따져볼 일이다. 대통령이 조치를 취했을 때 국민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고려와는 별개로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볼 때 이번 총선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이 상태로 공천을 위한 경선을 진행하는 게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다.

그동안 국회의원에 비해 예비후보들은 선거운동이 제한적이었다. 현수막 하나 걸고, 가로 9㎝, 세로 5㎝로 제한된 명함을 돌릴 수 있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반면 의원들은 '의정(議政) 보고'라는 형식으로 홍보물을 전 지역구에 뿌려 왔다. 자신들이 공천 준 시·군·구청장, 지방의원들과 그 조직까지 사실상 선거운동에 동원했다. 법적으로 선거 90일 전(1월 14일)부터는 이런 일을 못 하게 돼 있으니까 이제는 예비후보로 등록해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선거구가 없어졌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예비후보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자 이번에는 선관위를 어떻게 압박했는지 '추가 등록'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법률상 근거도 없는 조치다. 거기다 당원 명부(名簿)는 예비후보들이 보지도 못하게 해 왔다. 공천 경선 선거인단에는 당원들이 일정 비율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홍보는 당락에 결정적이다. 명부를 마음대로 볼 수 있는 현역 의원들은 정확하게 당원들을 찍어서 전화 홍보를 해왔다. 이러면서 "공정한 경선으로 공천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하향식 공천 때는 이런 게 큰 문제가 안 됐지만, 완전 경선으로 하는 이번 공천은 얘기가 다르다. 이런 '무기(武器) 불평등'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은 보수혁신위원회에서 '선거 180일 전 당협위원장(국회의원은 위원장을 겸임) 사퇴 의무화' 등의 공정 경선 방안을 마련했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총선 때마다 의원들이 50% 가까이 바뀌는 것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의원들에게만 무한정 유리한 선거구 획정과 경선 방식은 찬성, 반대 이전에 반칙(反則)이다. 안 그래도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 19대 의원들이다. 자신들을 뽑아준 선거구를 모조리 없애 놓고도 자기들에게 오히려 유리하니까 위헌 상태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런 의원들이 최악의 선거 룰로 또 한 번 국회의원 하겠다는 게 이번 총선이 되고 있다. 그래서 "연기해서라도 상황을 바로잡고 선거를 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총선 연기는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선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런 무법(無法)이 빨리, 제대로 시정되지 않으면 이론이 실제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 국민은 "연기할 게 아니라 아예 국회를 없애 버리자"고까지 하는 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