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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안철수' 없는 '안철수 현상'으로 가야

최만섭 2016. 1. 5. 10:34

[김대중 칼럼] '안철수' 없는 '안철수 현상'으로 가야

  • 김대중 고문-입력 : 2016.01.05 03:20

3년 전 속았던 '안철수 바람'… '믿어도 되나' 국민들 반신반의
야당 공격하고 文대표 비난하며 정부비판도 하는 잡화점식으로는
예전의 유야무야 만회 어려워… 不實 고해하는 진정성 보여야

김대중 고문 사진
김대중 고문

'안철수 바람'이 다시 분다. 하지만 3년여 전 이 '바람'에 속았던 사람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이번에는 믿어도 될까? 저러다가 사람들만 현혹하고 자신은 기성 정치 뒤에 숨어서 누구와 단일화하고 국회의원 한 자리에 자족하는 '시정(市井) 정치인'으로 되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상황은 그때와 놀랄 만큼 닮았다. 정치는 여전히 여야의 이전투구장이고, 국회는 불임(不姙)과 무기력 그 자체이며 대통령 싸움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국민은 지금 싸움질만 하는 기성 정치에 넌더리를 내고 있다. 교섭의 상대도 제1 야당이며 사람도 같은 '문재인'이다. 그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에 대한 기대는 30%를 넘었고 한때는 50%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작금의 여론조사 수치도 비슷이 닮아가고 있다. 달라진 것은 그때는 야권이 합치자는 것이 쟁점이었고 지금은 당을 나가 딴살림을 차리겠다는 것이 현안이다.

2012년 11월과 12월 나는 두 차례 칼럼에서 안철수씨가 단일화하지 말고 제3 정당으로 갈 것을 기대했다.―"이제 우리의 양당 체제는 한계에 왔다. (양자택일의) 도식만으로는 국민의 다양한 욕구와 이념 체계를 수용할 수 없다. 거기에 중도 또는 제3 세력의 존재 가치가 있다. '안철수 현상'이 조명받고 있는 이유다. 안철수가 '문재인'이라는 기득권과 타협한다면 그것은 '안철수 현상'의 위선이다." "제3 세력이 살아남는 길은 독일의 녹색주의자들처럼 정당을 만들고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중략) 남의 들러리가 아닌 자신들만의 정책을 이끌어낸다는 장기적 포석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안철수씨는 겨우 '새정치'라는 세 글자만 당명(黨名)에 남기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정당에 들어가 묻혀버렸다. 그를 지지했고 기대했던 사람들은 더는 그의 '꼬라지'도 보기 싫어할 정도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그를 따라 무언가 다른 정치를 해보겠다고 힘을 보탠 정치인들도 하나둘, 이제는 거의 다 그를 떠났다. 그런 그가 망령인 듯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이번에는 그가 밀어줬던(?), 그래서 대권의 꿈마저 양보했던 문재인씨의 인기 저조 틈새를 타고 그와 갈라섰다. 자칫 기회주의자처럼 보인다. 사람들이 '안철수 현상'에는 관심을 보이면서 정작 '안철수'에게는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안철수씨가 또 언제, 어떤 이유로 신당의 길을 접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어쭙잖게 그에게 훈수(訓手)하고 싶은 것이 있다. 무엇보다 그는 우리 정치의 전부를 당장 교체할 수는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하고 우리 정치의 고식적 양자택일의 구도를 깨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 정치를 다당 체제에서 합종연횡으로 완충적 역할을 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두는 것이 현명하다.

또 하나, 안철수씨 자신이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정치에는 툭하면 '혜성처럼' 나타나 하루아침에 대권을 지향하는 신데렐라 방식이 거론되곤 한다. 그런 정치는 멋은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나라를 운영하는 면에서는 지극히 위험하다. '대통령'은 오랜 경험과 훈련을 거쳐 숙성되는 것이어야지 느닷없이 등장하는 것이면 곤란하다. 따라서 '신당=제3 세력'이라는 인식으로 출발했으면 한다. 새로운 인물들을 앞에 세우고 자신은 뒤에서 조직과 자금 조달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안철수의 행로는 자칫 3년 전과 닮은꼴이 될 것이다. 그런 경험과 습득 속에서 기회는 그다음에 올 수 있다.

여론조사에 매몰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여론조사는 인물들을 띄워 주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인물들을 공중에 띄우고는 결국 땅에 추락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한국적 현실에서는 여론조사는 '경향'을 말할 뿐이지 '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언필칭 새 정치, 기득 정치 타파를 외치지만 이것이 투표소에서 구체적 인물에 대한 평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맥·지연·학연 기타 부정적 요소가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애당초의 기대를 축소해서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4월 총선의 결과 즉 20대 국회는 1년 반 뒤에 탄생하는 새 대통령과 근 3년을 같이 가게 된다. 다음 대통령의 성패는 새 국회의 구성 여하에 달렸다. 따라서 이번 총선으로 이뤄질 국회의 구성 내지 구도는 어쩌면 새로운 한국 정치 탄생 의 잉태점이 될 수도 있다는 데에 사명감을 둬야 한다.

오늘의 안철수씨가 3년 전 안철수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3년 전의 '유야무야'에 대해 자신의 부실(不實)을 국민 앞에 고해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단지 야당을 공격하고 문 대표를 비난하며 때로 박 정부 비판을 곁들이는 수준의 잡화점식(式) 복귀변(辯)으로는 국민을 감동시킬 수 없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