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대동법(大同法)과 노동 개혁

최만섭 2015. 12. 16. 10:56


제목 : 대동법과 노동개혁

 

나이가 들면 보수주의자가 되고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특히 나같이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사람들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줄 힘이 없어서 나라를 빼앗기거나 적군에게 점령을 당했을 때, 국민이 감수해야 할 고초가 얼마나 뼈저린 가를 절실하게 경험했기 때문에 조국에 대한 소중함이 각별할 수밖에 없다.  나의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일본 탄광으로 끌려가 갖은 고생을 하다가 폐병에 걸린 채로 해방 이듬해에 귀국했다, 6.25 전쟁이 발발하자 어머니는 생존의 터전인 토지를 비롯한 모든 재산을 버리고 늙은 시어머니와 병든 남편 그리고 나이 어린 4남매를 데리고 피난길에 나서야만 했다. 조선 시대의 위정자들이 통치를 제대로 했다면, 아버지는 평생 병마와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삶을 살지 않았을 것이고, 어머니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보따리 장사를 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그 생을 마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역사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조선 패망의 원인을 찾아보기로 했다.

 

숙종 34(1708)에 백 년간의 논란 속에 개정된 조세제도인 대동법(조선 중기인 광해군-숙종 시기에 지방의 특산물로 바치던 공물을 로 통일하여 

바치게 한 세금 제도이다.)이 전국적으로 실시 되었다. 반 지주들이 이 제도를 격렬하게 반대를 한 이유는 세금의 부과 기준을 가호가 아닌 토지 결

수에 두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조세제도는 가호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여 수 만평을 가진 부유한 양반 지주나 단 몇 평의 토지를 소유

한 가난한 백성이나 똑같은 액수의 세금을 부과하는 불공정한 제도였다대동법 실행으로 경제 발전이 촉진되고 신분제가 해체되는 등 조선은 명실상

한 근대화의 길로 들어설수 있게 되었다. 나는 만일 대동법이 경기지방에서 처음 시행된 광해군 즉위년인 1608년에 전국적으로 실행되었다면, 조선

은 상업 자본주의 발달로 부강하게 되어 일본의 침략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1114일 민주노총이 주도한 광화문 일대에서 벌어진 대규모 도심 집회에서 성난 시위대는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의경이 탑승한 버스 유리창을 깨부수고 갈고리로 경찰 버스를 끌고 다니면서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마음껏 비웃었다. 나는

'왜 ?  들이 저토록 분노하고 적개심에 불타서 목이 터지라 구호를 외치면서 과격한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나?’를 곰곰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의 해결책은 뜻밖에 단순하다. 정신이 아니라 제도에서 찾는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 5대 법안인 기간제근로법, 파견근로자법, 고용보험법, 근로기준법(통상임금), 근로기준법(근로시간단축) 중에서 파견근로자법의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현재의 파견근로자법은 제조 및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대한 파견근무를 금하고 있어서 민주노총은 해마다 파업을 강행하여 동일업종의 평균임금보다 두세 배 높은 임금을 쟁취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자동차, 조선, 항공, IT(Information Technology) 산업 등 뿌리기술 장비제조 업무에 예외적으로 파견근무를 허용하고 있어서 파업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지 못한다. 민주노총은 파업과 시위로 기업과 국가를 위협하여 부당하게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사수하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 민주노총이 파업으로 얻은 전리품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평균 연봉 7,590만 원을 받는 현대중공업노조는 회사가 조선(造船) 경기 침체로 지난해만 3조 원이 넘는 영업 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고, 평균 연봉 9,700만 원을 받는 현대 자동차 노조도 201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봉인상을 외치면서 파업을 일삼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정규직 근로자 평균 연봉 9,700만 원은 1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 평균(3,240만 원)3배 수준이다. (조선일보에서 인용).

 

우리는 주어진 삶에 감사하면서 세상에 대하여 진솔하고 진지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람다운 사람의 모습을 잃어가는 서글픈 시대에 살고 있다. 귀족 노조의 이러한 횡포로 나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보수주의 정치꾼들은 자신들이 개혁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좌파 정치꾼들은 귀족 노조에 표를 구걸하기 위하여 이들과 부화뇌동하여 노동개혁 5대 법안 개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이 직접 나서 정의가 통하고 국력이 튼튼한 대한민국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불공정한 조세제도로 전체인구의 약 5%인 소수 양반 지주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동안 조선의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국가재정은 파탄이 나서 결국 나라를 왜적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현행 노동법의 맹점을 악용하여, 전체 임금 노동자(1,931만 명)3% (63만 명)에 불과한 귀족 노조가 파업으로 쟁취한 높은 연금으로 호의호식하는 동안, 제조업체들은 파업과 고임금으로 입은 손실을 담당하지 못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고 있고, 이는 미취업 청년들의 일자리를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 한심한 것은 귀족노조가 조합원의 자녀에게 우선 채용권을 주는 현대판 음서 제도를 단체협상에 반영하도록 요구하여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이 되고자 하는 꿈을 빼앗고, 일감을 미끼로 비정규직 근로자와 하청 도급업자에게 금품을 요구하는 등 귀족 노조의 갑질 범죄행위가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노동법 개악 중지하라!”는 민주노총 시위대의 외침을 들을 때마다 조선의 양반 지주들이 임금 앞에 떼거리로 모여서 올린 상소가 연상된다. “벼를 찧어 쌀을 만드는 일에 어려움이 많으므로 대동법을 오래 시행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조선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었다.

 

역사는 죽은 화문석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물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옛것을 알면서 새것도 안다는 뜻.)의 의미를 되새겨야 할 때다. 나는 조선의 역사에서 국가의 존망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올바른 제도가 정착하는 시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땅의 젊은이에게 가난하고 나약하여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국가를 물려 줄 수는 없다. 노동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201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