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조선일보-[아침 편지] 가족의 눈물이 나를 암과 싸우게 했다

최만섭 2015. 11. 25. 15:36

조선일보[아침 편지] 가족의 눈물이 나를 암과 싸우게 했다

최만섭시인·수필가                  

입력 : 2015.11.27 03:00

최만섭 시인·수필가
최만섭 시인·수필가
                  


80%를 절제하고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암은 평상시 철저한 건강 관리로 걸리지 않는 것이 최상이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몸에서 악성종양이 발견되어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 환자가 의외로 많다. 특히 노인에게 암은 더 이상 희귀병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닥칠 수 있는 흔한 질병 가운데 하나가 된 지 오래다.


암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충고가 있다. 의사 처방을 철저히 따르고 병간호 일자와 시간, 식단 등 치료 계획을 가족과 충분히 협의하고 대책을 철저하게 세우라는 것이다. 그러면 암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섭고 두려운 질병이 아닐 수 있다. 암 발병 후 취하는 적절한 초기 대응은 암 극복의 실마리가 된다. 발병 즉시 가족과 간호인은 환자에게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치료 계획을 설명하는 것이 좋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발병 초기에 의사 처방을 믿지 못해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나 가족이 준비한 영양 식단을 거부하고 식당 음식이나 라면 등의 인스턴트식품을 즐겨 먹는 환자들은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암 환자는 암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 못 먹어서 죽고, 그 부작용으로 죽는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것이다. 암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 본인의 의지와 의료진의 과학적 치료라는 것도 경험상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시달리는 암 환자들에게 암 극복의 확신을 심어 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이런 환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칼 사이먼스 등이 저서 마음의 의술에서 기술한, ‘악성종양은 아주 불완전하고 모자라는 세포이므로 환자 자신이 암세포를 격파하는 상상을 함으로써 암 치료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조언이다.


 나는 악성종양 환자의 치료 과정에 정신과 상담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안정을 위한 치료이미지 기법등 환자가 치료에 직접 참여하면 악성종양의 치료 효과가 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흔히 암을 극복하려면환자의 굳은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문제는굳은 의지가 마음먹는다고 쉽게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생존 의지는 환자 자신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목표와 목적이 있을 때 강화된다. 예를 들어 외동아들의 혼사를 몇 달 앞둔 노인은 적어도 결혼식 날까지는 어떻게든 생존한다.


 내 생존 의지를 북돋아준 것은 눈물이었다. 몸도 마음도 추스르기 어려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가눈물밖에 없었을 때, 아내와 아들, 친척, 지인들이 내 손을 잡고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때 나는 그 고마움을 갚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눈물이 있는 한 암은 인간의 생명을 결코 빼앗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도 그들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