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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석 칼럼- 정권 심판에서 야당 심판으로 바뀌는 총선

최만섭 2015. 12. 12. 10:15

강천석 칼럼- 정권 심판에서 야당 심판으로 바뀌는 총선

승리를 향한 염원… 패배를 씹는 절망 없는 새정치연합
국민은 兩黨 체제에 더 이상 미련 없어… 야당 스스로 문제 풀어야

강천석 논설고문
강천석 논설고문
문재인 대표는 버틸 수 있을까. 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연합은 내년 4월 총선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까. 새정치연합이 총선 시험에 낙방(落榜)하거나 가까스로 낙제나 면할 경우 1990년 3당 통합 이후 25년간 이어져 온 보수·진보 양당 체제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그 결과 2017년 대선에서 한국 유권자는 새누리당 후보 이외의 후보를 고를 선택의 대안(代案)이 더 넓어질까 아니면 막혀버리는 것일까. 새누리당이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보수 집권 15년은 나라를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어떻게 바꿔놓을까. 새정치연합 '문재인 사태'는 이런 일련의 질문을 낳고 있다.

문재인 대표가 버티지 못할 것은 없다. 승산(勝算)이 서서가 아니라 정치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재임(在任) 4년 차에 치러지는 내년 총선은 정권 성적을 매기는 중간 평가다. 아무래도 평가받는 쪽이 불리하다. 경제가 되살아났나. 청년 백수의 고통이 완화됐나. 가난한 노인의 주름살이 펴졌나. 부(富)의 양극화가 좁혀졌나. 사회가 더 투명해졌나. 검찰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하고 있나. 인재를 두루 고루 쓰는 인사의 탕평(蕩平)이 이뤄지고 있나. 미국과의 든든한 동맹 위에서 중국을 가까이하며 일본이 멋대로 날뛰지 못하게 굴레를 씌웠나. 채점 항목이 늘어날수록 여당이 불리한 중간 선거다.

이런 중간 선거인데도 국민의 33%는 내년 총선에서 정부·여당에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태도다. 정부의 잘못을 심판해야 한다는 35%와 거의 비등(比等)하다. 갈수록 민심의 저울은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야당이 제구실을 못하면 여당도 국회 전체도 수모(受侮)를 당한다. 얼마 전에 여당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불려가 초등학생처럼 대통령의 꾸지람을 듣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 헌법 구조에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야당은 경제 위기, 경기 침체의 원흉(元兇)으로 몰리고 있다. 대통령은 야당이 발목을 잡아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법안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법안 몇 개로 일자리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질 리 없겠지만 새정치연합이 아무 대안도 없이 법안을 뭉개고 있으니 대통령의 독백(獨白)정치가 먹혀들고 있다.

상급 단체처럼 새정치연합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는 민노총은 1900만 전체 노동자의 3%인 63만명, 전교조는 40만 전체 교사의 18%인 7만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이들은 역대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에 표를 주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새정치연합은 이들에게 끌려 다니며 폭력 시위와 무국적(無國籍) 교육의 방조자가 돼왔다.

어느 여론 조사에서 새정치연합 지지자 가운데 60%가 문재인 대표로는 총선·대선 승리가 어렵다고 했다. 같은 조사에서 66%가 문 대표가 사퇴해선 안 된다고 대답했다. 앞뒤가 맞지 않지만 새정치연합의 현실이 이렇다. 문 대표로도 안 되지만 문 대표가 물러나고 그 자리에 누가 대신 들어간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제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달리해야 한다.

내년 총선은 정권 심판 선거가 아니다. 야당 심판 선거로 양상이 바뀌어가고 있다. 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새정치연합 계열은 19차례 대선·총선·지방선거에서 3승 16패를 기록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2004년 지방선거가 승리의 전부다. 프로 구단(球團)이라면 문을 닫았을 성적이다. 그런데도 팬을 위한 구단이 아니라 선수를 위한 구단으로 목숨을 이어가고있다.

유권자 구성과 정치 성향도 새정치연합에 불리하다. 역대 선거 평균 득표율이 5~9% 새누리당에 뒤진다. 새정치연합이 입에 달고 다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변명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새정치연합 텃밭이던 호남 의석은 30석으로 여당 텃밭 영남 의석 67석의 절반도 안 된다. 어제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22%, 새누리당은 42%였다. 새정치연합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25%에 달하는 무당파(無黨派) 유권자밖에 없다. 이들을 붙잡으면 신승(辛勝) 아니면 석패(惜敗), 놓치면 참패(慘敗)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5% 이내 표차로 당락(當落)이 갈린 선거구가 50곳, 6~10% 표차로 승패가 바뀐 선거구가 47곳이었다. 이 가운데 65곳이 서울·경기·인천의 수도권이다. 문재인이 물러나도, 안철수가 탈당해도 무당파 유권자 몇%의 표심(票心)은 이동하고 그걸로 새정치연합은 치명상을 입는다. 호남의 변심(變心)이 이대로 굳어져도 마찬가지 결과가 온다.

정치 집단을 변화시키는 동력(動力)은 승리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패배를 씹고 또 씹는 처절한 절망 두 가지뿐이 다. 풀어야 할 문제는 어려운데 새정치연합에는 두 가지 다 없다. 몰락 직전이다.

국민은 현재와 같은 양당 체제에 더 이상 미련이 없다. 3당 체제도 걱정하지 않는다. 2017년 대선에서 다른 선택이 없다면 그것도 나라와 국민의 운명이다. 새정치연합을 야단치거나 타이를 기력(氣力)도 잃었다. 새정치연합이 정말 살고자 한다면 스스로 절벽에서 몸을 던져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