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朝鮮칼럼 The Column] '중진국 함정'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

최만섭 2015. 12. 7. 09:53

[朝鮮칼럼 The Column] '중진국 함정'에 빠져드는 한국 경제

  •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입력 : 2015.12.07 03:20

성장 이끌던 수출 11개월째 줄고 기업 매출도 전년 대비 감소… 생산가능인구 줄어 활력 떨어져
대기업부터 국내외 투자하고 선제적 구조조정 나서야 경제 돌파구 열어나갈 수 있어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유력한 미국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5년 전 미·중 경제전략회의에서 사용해 더 유명해진 2000년 된 중국 고사(故事)가 있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다)가 그것인데 적벽대전에서 참패한 조조가 불굴의 의지를 표현한 삼국지에서 유래한 사자성어다. 지난달 만난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도 비슷한 말을 전해줬다. 중국 경기 둔화의 파장이 심각하지만 중국 경제의 저력은 신흥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에 있고 미국 경제의 리더십은 실리콘밸리가 보여주듯 막강한 창의력, '소프트 파워'에 있다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관심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미국 연준(FRB)의 기준금리 결정에 쏠려 있다. 2006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향후 추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이미 중국 경기 침체와 원자재가격 폭락으로 위기에 몰려 있는 신흥국들이 직격탄을 맞고 세계경제 회복은 더욱 지연될 전망이다. 나아가 위안화의 IMF 특별인출권(SDR) 바스켓 편입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은 가열되고 국제 금융 질서 재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격랑 속에 대한민국호(號)는 좌초하고 있다.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은 11개월째 줄어들고 기업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일본과의 원천기술 격차는 벌어지고 중국의 추격은 턱밑까지 이르면서 국내 주력산업의 국제경쟁력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내년을 정점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면서 경제는 선진국 문턱을 못 넘고 인구구조만 선진국형으로 악화돼 우리 경제의 활력은 더 떨어진다.

경영 사상가 피터 드러커는 "진정한 기업가정신이 유일한 21세기 생존전략"이라 했고 '창조적 파괴'를 주창한 조지프 슘페터도 과감하고 지속적인 혁신만이 성장 동력임을 갈파한다. 얼마 전 미국 워싱턴 DC에서 발표된 '2015 암웨이 

글로벌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44개 조사대상국 중 우리나라의 기업가정신 순위는 28위로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들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한국 경제의 활력 회복은 대기업 경영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내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벌계 대기업부터 창업자의 도전 정신을 본받아 과감한 국내외 투자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선택과 집중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 지난 10년 사이 세계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이 9개에서 4개로 반 토막 났다는 사실은 글로벌 경쟁력 하락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대내외 도전적 경제 상황의 돌파구를 열기 위한 핵심 대기업의 주도적 역할이 절실하다.

적극적 경영 리더십을 위한 오너 체제의 장점은 살리되 지배구조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 한때 시가총액 2위에서 현재 20위 가까이 추락한 포스코는 '주인 없는' 한국 기업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반면 최근 롯데가(家) 형제간 경영권 승계 다툼에서 보듯 경영 시스템의 투명성 결여라는 취약한 지배구조는 투자자의 신뢰를 잃고 기업 경영의 추진력을 떨어뜨린다. 독일 경제 7%를 점하는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도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올바른 기업가정신과 좋은 지배구조는 상충 아닌 보완 관계다.

기업가정신과 사회적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역동성과 창의성이 기업가정신의 필요조건이라면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적 의무감은 충분조건이다. 지난주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52조원에 달하는 '아름다운 기부'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책임과 역할이 기업인에게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공동체적 가치를 높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포용적 자본주의 발전의 촉진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 둘 다 필요하다"는 영국 경제학자 앨프리드 마셜의 경구(警句)처럼.

기업가정신의 배양은 국익을 존중하는 정치 사회 환경에서 가능하다. 규제 혁파와 노동 개혁 등 시급한 법안 처리를 외면하는 국회의 무책임이나 연간 연구개발(R&D) 지출보다 많은 무리한 준조세 부담은 투자 의욕을 죽인다. 불법 폭력 시위가 난무하고 법치가 무너지는 척박한 토양에서 생산적 기업가정신이 살아날 리 없다. 깨끗한 정치와 혁신적 기업가정신을 결합해 이루어낸 '싱가포르 신화'의 시사점이 적지 않다.

2015년 끝자락에 한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져든 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2030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는 2030년대 잠재성장률은 1%대로 추락하고 국가 채무는 급증한다. '헬조선' '흙수저'에 담긴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을 열정과 용기로 바꿔 놓을 책임이 기성세대에 있다. 나라 살리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주려면 기업 경영은 물론 국가 경영도 진정한 기업가정신으로 속히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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