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태평로] 청년이 아니라 어른이 문제다

최만섭 2015. 12. 4. 15:38
  • [태평로] 청년이 아니라 어른이 문제다

입력 : 2015.12.04 03:00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사진
박종세 사회정책부장
청년들이 이 땅을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욕망을 현실이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학생들의 불만이 목까지 찼다"고 걱정하고, 기업 임원들도 "명문대를 나와도 직장을 잡을 수 없으니 큰일"이라며 한숨을 쉰다. 대학 졸업을 미뤄가며 연수와 스펙으로 무장하지만, 청년들이 선망의 직장에 진입하는 것은 갈수록 힘겨워지고 있다.

이런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조절해 욕망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기성세대는 '꼰대'로 보일 뿐이다. 청년들은 "우리의 눈높이를 말하기 전에 세상의 눈높이를 돌아보라"고 항변한다. 교육·직장·산업·성장률 등의 환경은 그들에게 이미 주어진 것일 뿐이다. 대학생이 넘쳐나는 교육도, 대기업에 들어가야 대접받는 사회적 분위기도 기성세대가 만든 것이다. 사회 곳곳에 쌓아올린 기득권의 벽을 허물지 않으면 청년들이 비집고 들어갈 공간은 매우 협소할 수밖에 없다. 그 공간이란 것도 결국 금수저의 몫일 뿐이고, 거기에 내 자리는 없다는 흙수저들의 절망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등점을 향해 가고 있는 세대 간 불평등의 눈금을 떨어뜨리려면 청년들의 눈높이 대신,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괜찮은 일자리의 총량을 늘리는 게 바로 개혁이다. 이익집단의 억지와 로비 속에서 방향을 잃은 재벌·노동 개혁은 청년을 위한 괜찮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나침반만 붙들고 가야 한다. 무엇보다 전체 근로자의 85%가 일하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바꿔야 좋은 직장들이 나올 수 있다. 대기업 노사가 자기들만의 폐쇄 구조 속에서 이익을 주고받으면서, 비용 부담을 하도급 업체에 떠넘기고, 중소기업의 기술과 인력,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구조와 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의 룰을 만들면, '좀비 중소기업'은 탈락할 테지만, 대박을 터뜨리고 재벌을 능가하는 스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다. 청년들은 이런 기업의 문을 노크할 것이다.

좋은 직장이 꼭 국내 기업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연봉 많이 주고, 사업 기반이 탄탄하면서 세금 잘 내는 외국 기업들이 이 땅에 많이 들어오면 청년들의 취업 기회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이 땅을 투자와 일자리 천국으로 만드는 노력은 하지 않고, 청년들에게 외국으로 나가서 일자리를 잡으라고 하니, "너나 가라, 중동"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외국인 직접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려면 과도한 민족주의적 정서, 여기에 기댄 이익집단들의 로비로 만들어진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10%에 불과한 대기업 노조가 차지하는 기득권은 반드시 허물어야 한다.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강성 노조는 괜찮은 일자리의 성벽을 높게 쌓아 결과적으로 청년들의 진입을 막는다. 중소기업·비정규직 등의 신규 채용률은 54.4%에 이르는데, 강성 노조가 굳건히 쌓아올린 성 안의 괜찮은 일자리는 불과 6.2%만 새로 충원될 뿐이다. 강성 노조가 초래하는 경직된 노동시장은 괜찮은 일자리를 밖으로 쫓아내고 좋은 일자리가 들어오는 것도 막는다. 임금 결정 유연성 세계 66위, 노동시장 효율성 83위의 한국 노동시장을 이대로 두고는 투자를 받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힐링이 아니다. 현실을 바꾸는 개혁이다. 기성세대가 해야만 하는 일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