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청년 고용절벽 오는데… 重病 노동시장, 약 하나 못 쓸 상황"

최만섭 2015. 12. 4. 15:22

"청년 고용절벽 오는데… 重病 노동시장, 약 하나 못 쓸 상황"

입력 : 2015.12.04 03:00 | 수정 : 2015.12.04 03:23

[좌초 위기 노동개혁]

노동개혁법 年內 입법 안되면, 실업악화 등 후폭풍 거셀 듯

- 취업에 속 타는 청년들
내년 '60세 정년' 시행 겹쳐 3~4년간 고용대란 불 보 듯
대법, 근로시간 단축 판결땐 기업도 비용 12조원 더 들어
- 노동개혁법 볼모로 정치게임
"노동시장 활력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외면"
"즉시 논의하겠다"던 野의원 해외출국 등 이유로 흐지부지

근로기준법·기간제법 등 이른바 '노동 개혁 5대 법안'이 좌초될 위기에 놓이면서 청년 실업 악화 등 그간 예견돼 온 후폭풍이 줄줄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당장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시행되는 데다, 올해부터 오는 2018년까지 20대 인구가 해마다 3만~6만명이 증가하는 인구 구조상 문제까지 겹치면서 "향후 3~4년간 청년 고용 대란(大亂)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호봉제 위주 임금 구조를 성과제로 대폭 뜯어고친다거나 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휘발성 높은 내용은 이번 법안에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법안 처리에 미적대자 "노동시장 활력 제고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외면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이 중병이 들었다는 건 모두 다 아는 사실인데 약 하나 제대로 써보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년 고용 대란 우려 커진다

여야가 3일 "(노동 개혁 법안을) 즉시 논의해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겠다"고 밝히자 청년 단체들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청년이여는미래 신보라 대표는 "지난 1년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목에 피가 나도록 외쳤는데 결과가 고작 이것이냐"면서 "지난 9월 노사정(勞使政) 대타협까지 해놓고 이제 와서 '노동 개악'이라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루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처사"라고 말했다. '고용 절벽'에 서 있는 청년들은 "노동시장 진입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데 왜 안 받아들여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도 했다. 노동 개혁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청년들에게 그 타격이 직접적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은 주당 68시간인 현행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줄이고, 초과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특례업종의 수를 현행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하는 근로기준법이 통과될 경우 기업들이 줄어든 근로시간에 해당하는 만큼의 신규 일자리를 11만~19만개 창출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법 개정이 안 되면 청년들로선 취업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 9월 15일 노사정 대타협 등을 계기로,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 대비 13% 늘리고, "2017년까지 16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국내 주요 그룹들의 약속도 지켜질지 의문이다. 노동 전문가 A씨는 "법 개정이 안 돼 경영 여건이 불확실해지면 기업들로선 채용 규모를 늘리기 힘든 게 사실"이라며 "노동 개혁 법안을 조속히 정비해 기업들에 불확실성을 제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줄줄이 기다리는 뇌관

청년 실업 악화뿐 아니라 다른 뇌관들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그래픽〉. 재계에서는 대표적으로, 토·일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볼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국회 법 개정 이전에 나오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이럴 경우 약 12조3000억원의 추가 부담이 늘 것으로 재계는 추산한다. 노동 전문가 B씨는 "대법원이 국회에 관련 법을 개정하라며 3년째 판결을 미뤄왔는데 올해도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내년에는 판결을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치권이 기업에 애꿎은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이 노동 개혁 법안을 볼모로 삼아 '정치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C교수는 "우려한 대로 여야가 노동 개혁을 국가적 사안이 아니라 정치 게임의 산물로 만들고 있다"면서 "특히 근로기준법만큼은 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리하는 게 옳지만, 여야는 4월 총선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공격 수단으로 노동 개혁을 악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의 중립적인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등 정부의 5대 개혁 법안과 유사한 내용의 의견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노사정위원회 전문가 D씨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위원들이 모두 공익안이 어떤 내용인지 아직 들여다보지도 않은 상태"라며 "기간 연장은 대다수 현장 비정규직들이 원하는 것인데도 야당이 '비정규직을 보호한다'는 논리로 반대하는 건 명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