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위기 극복의 단초를 로마인의 지혜에서 찾다-3-

최만섭 2015. 11. 6. 17:49

1.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체력에서는 게르만 민족보다,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도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어떻게 유럽 전체를 지배하고 팍스 로마나를 누릴 수 있었을. 저자는 그 해답을 로마인의 리얼리즘, 즉 어떠한 도그마로부터도 자유로웠던, 그래서 남의 신, 남의 존재를 인정한 그들의 실사구시의 현실주의에서 찾는다. 현실주의로 말하면 중국 한족(漢族)과 앵글로색슨족도 공유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중화(中華)사상이나 패권주의, 즉 유아독존의 헤게모니를 선택하였다.


로마는 무력으로 유럽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로마 제국은 각 민족이 지닌 종교, 풍속, 언어, 즉 문화전통을 존중하면서 이른바 팍스 로마나’, 질서가 지배하는 평화의 시대를 200년 구가하였다. 그것을 뒷받침한 것은 바로 로마적인 인간 중심의 보편성 이념과 관용이었다. 이 보편성과 관용이야말로 오늘날 글로벌 시대에 로마가 우리에게 고하는 메시지가 아니던가.


II. 로마인 이야기에서 정치가와 군인, 기업가나 시민(민중) 운동가는 저마다 경영전략과 리더십을 배운다고 한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로마에서 보편적 사고와 관용의 미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로마의 현실주의는 가는 곳마다 길과 다리, 수도와 극장, 병원과 학교,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인프라를 구축하고 보편적 인간성-인권에 근거한 만민법을 보급함으로써 유럽 전체를 문명화하였다. “나는 어느 나라의 역사가 아니라 문명의 역사를 썼다.” 저자의 말이다. 그렇듯 로마화란 바로 문명화, 세계화를 의미하였다. 그리고 그 원동력이 된 것은 관용의 미덕이었다

    

III. 지금까지 역사는 문화에만 너무 치중했던 것 같아요. 난 문명을 쓰고 싶었습니다. 매일 신선한 물을 공급받는 것도 대단한 문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제대로 기능했던 시대는 어떠했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았죠. 민족·생각·습관·종교도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대가족처럼 살아올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었습니다. 요즘은 싸움만 되풀이하니까요. ‘팍스 로마나의 팍스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처럼 당시는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평화롭지 않습니다. 국내만 한정하면 평화롭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나라도 평화롭지 않아서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지요.

 

나는 역사가 재미있습니다. 역사가 싫다는 것은 인간이 싫고 인간에 대하여  어둡다는 말입니다.


IV. 로마인의 위대함으로, 흔히 유능한 지도자, 로마인의 개방성, 인프라 구축, 노블레스 오블리주 등을 듭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을 든다면?  로마인은 자기네들이 모든 것을 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다른 민족이 더 뛰어난 분야가 있으면 그들에게 기꺼이 맡겼습니다. 일본은, 역사 자체가 개방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깨우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보통 사람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합니다. 하지만 리더는 남을 생각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일개 개인이 자신의 생활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리더는 조직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조직 전체가 풍요해져야 하며 사리사욕으로 제 배를 채워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이상형이니 실제로는 참 힘든 일이지요.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베르사유 궁전 같은 굉장한 건물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로마의 대형 유적은 모두 공공의 편리와 이익을 위해 지은 것입니다. 리더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남이 리더에게 힘을 위탁했다는 말이며 기회를 주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로마의 리더들은 자기를 뽑아주고 기회를 주어 성과를 남길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보답으로 신전, 회당, 포룸 같은 공공건물을 기증했습니다.로마인조차도 피라미드가 대단하다고 했지만 그것은 단 한 사람의 사후를 위한 것이라며 (피라미드를 본 이후에도) 로마인은 살아 있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을 건설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