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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中·日이 받는 노벨생리의학상, 우리도 받으려면

최만섭 2015. 10. 22. 16:30

[기고] 中·日이 받는 노벨생리의학상, 우리도 받으려면

  •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허갑범 연세대 명예교수·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들에서 흔히 보는 1년초인 개똥쑥에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메티신을 처음 발견한 업적으로 중국의 여성 약리학자 투유유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일본의 오무라 박사는 사상충에 쓰이는 약물을 개발한 지 30여년 만에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이웃나라들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고 있는데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이룬 한국은 언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묵묵히 기초과학 연구에 몰두하면서 외롭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많은 젊은 과학자가 있지만 이들의 연구 업적이 노벨상을 받으려면 앞으로 20~30년은 걸릴 것이다. 그때라도 노벨상을 받을 만한 수준으로 연구 업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먼저, 우리나라 의학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산업사회에 적합한 임상의사를 양성하는 교육 중심 의과대학(전국 41개 의과대학)밖에 없었으나 연구 중심 의과대학이 4~5개는 있어야 한다. 이미 2년 전에 연구 중심 병원이 10개 선정되어 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임상연구에 열중하고 있으므로 이 병원들에 연구 인력 지원을 위해 연구 중심 의과대학(의학대학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의학대학원에는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D-PhD program)을 두어 매년 입학 정원의 5~10%를 선발하여 기초와 임상의학을 융·복합(중개연구)하게 하여 세계 수준의 의생명과학자 양성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이미 1964년부터 하버드대와 존스홉킨스의대 등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여 의사과학자를 2만여명 배출해 미국의 첨단 의생명과학 분야에 많은 기여를 했다. 또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도 여러 명 배출했다고 한다. 일본도 20여년 전에 도쿄대와 교토대를 포함하여 9개 의과학대학원(6년 석사과정)을 설립해 미래 일본을 이끌 기초의과학자를 양성하고 있다.

둘째, 젊은 의생명과학자들의 박사후과정을 계속해서 지원해주어야 한다. 정부는 3년 전부터 미래 노벨상을 목표로 메디스타 프로젝트(Medistar project)를 만들어 매년 35세 이하 젊은 과학자 10명(의학 5명, 생명과학 5명)을 선발해 연구비(1년에 1억원씩)를 3년간 지원하고 있고 연구 업적이 우수하면 매년 3억원씩 5년간 추가 지원하는 연구진흥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에는 전문의 수료자 70~80명이 병역특례를 받아 4년간 박사학위과정(Ph D)을 밟고 있는데 지난 10여년에 걸쳐 세계 수준의 우수한 연구 업적을 내고 있다. 앞으로 이들이 박사 학위 취득 후에도 계속해서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리를 마련해 주고 재정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벨상 육성 연구기금을 조성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삼성그룹이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기초과학과 정보통신과학 등 미래 노벨상 수상의 주역을 양성한다고 한다. 이것은 국내 기업으로서
매우 바람직한 사업이고, 다른 기업과 개인들도 연구기금 조성에 많이 참여하고 세제 감면을 통해 기부 문화가 크게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는 보건의료 연구개발 정책과 모든 예산을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처럼 한 기구로 통합 관리하고, 이미 50년 이상 많은 경험을 가진 미국 NIH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충분한 의견을 듣는 것도 꼭 필요하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