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김수영(金洙暎) 시인

최만섭 2015. 9. 29. 22:05


작성자 최만섭
작성일 2007-11-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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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金洙暎) 시인                                                   김수영 시인 사진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1. 출생 및 성장.

1921.11.27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지주(地主)이던 부친 태욱(泰旭)과 모친 안형순(安亨順)의 8남매 중 장남으로 출생. 본관은 김해. 효제 초등학교 졸업. 선린상업고등학교 졸업(1941) 후 바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동경상과대학(東京商科大學) 전문부에 입학(1941). 일가족이 만주 길림성(吉林省)으로 이주(1943)함. 조선학병징집을 피해 귀국(1943)한 뒤 가족이 있는 길림성(吉林省)으로 가(1944) 길림성 길림제육고(吉林第六高)에서 잠시 교편생활을 하며 영문학과 연극 활동에 매진. 일본이 패망하고 해방(1945)되자 다시 서울로 귀국(1945)하여 미군 통역 일을 하다 연희전문학교(延禧專門學校) 영어영문학과 4학년에 편입(1945)했으나 중퇴. 6.25 발발(1950) 시 서울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게 징집되어 인민해방군으로 전투에 참가. 북으로 후퇴하는 인민해방군에서 탈출하여 포로가 되고서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다 석방(1952)됨. 이후 미군통역, 주간 태평양 기자, 평화신문사 문화부차장(1954) 등을 맡아보며 생계를 유지하다 1955년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자택서 직접 양계(養鷄)업을 하며 시작(詩作), 번역, 평론에 전념. 제1회 한국시인협회상 수상(1958). 1968. 6. 15 귀갓길에 버스에 치여 의식 불명 상태에 있다가 다음날 사망(1968. 6.16). 북한산 국립공원 입구에 김수영 시비가 제막 됨(시인의 시 <풀>이 새겨짐). 두 권의 <김수영 전집>(민음사, 1981)을 출간한 민음사에서 1981년부터 `김수영 문학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해 오고 있다.

2. 김수영(金洙暎)의 문학 세계.  

나는 언제부터인가 역사 속의 인물이 되어 현재의 하루를 보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용기가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던 나는 ‘문인 이야기’를 통해서 김수영이 되어보는 모험을 감행하기로 했다. 나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데 역사속의 시인, 그것도 가장 시인 다운 현대 시인이라고 일컫는 김수영이 된다는 것이 내게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문학 평론가 김현 선생의 도움을 받아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 보기로 하였다. ‘서로 처지를 바꾸어 보자!’를 영어로는 신발을 바꾸어 신자!(Share shoes each other!)라고 한다. 이 말은 어떤 사람을 가장 잘 이해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어떤 행위를 행하여 보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김수영이 이야기하는 자유의 이행과 같은 뜻이리라. 여기 문학 평론가 김현이 말하는 김수영의 문학세계를 소개한다.

‘김수영의 시적 주제는 자유이다. 그것은 그의 초기 시편에서부터 그가 죽기 직전에 발표한 시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끈질긴 탐구의 대상을 이룬다. 그러나 엘뤼아르처럼 자유를 그것 자체로 노래하지 않는다. 그는 자유를 시적 이상으로 생각하고, 그것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여건들에 대해 노래한다. 그의 시가 노래한다고 쓰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절규한다. 자유는 그의 시에서 세 번의 변모를 감수한다. 그가 그의 첫 작품을 발표한 1946년에서부터 4.19가 일어난 1960년에 이르기까지 자유는 설움, 비애라는 소시민적 감정을 통해 역설적으로 표현된다. 1960년에서 61년에 이르는 사이, 그것은 사랑과 혁명으로 설명되며, 그 이후의 시작 활동에서는, 그것이 불가능케 하는 적에 대한 증오와, 그 적을 그대로 수락할 수밖에 없는 자신에 대한 연민, 탄식으로 설명된다.’ (김수영 시인 홈페이지에서 인용) 
          
3. 시작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스님의 강론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았다. 그분은 “내가 불교를 믿는 것은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지 결코, 부처님을 위해서가 아니다. 불교는 삶의 방편일 뿐 삶의 목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행복하게 살려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중생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 따라서 청정한 마음과 자비의 이행은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김수영이 생각하는 시작도 시인이 되기 위한 목표가 아니라 자유를 얻기 위한 방편 일 뿐이다.

그는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마치 청정한 마음을 가진 구도자가 자비를 행하는 행위와 같다.

그는 시를 새로움이라고 정의하면서, 그 새로움은 온몸에 의한 온몸의 이행에 의해서만 창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온몸은 육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가 혼연일체가 된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온몸의 이행은 행위이며 사랑이다. 김수영은 이러한 사랑을 시의 형식이라고 명명한다.

그는 시의 내용은 모험과 산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에서 모험이란 말은 세계의 개진, 하이데거가 말한 <대지(大地)의 은폐>의 반대되는 말이다. 엘리엇의 문맥 속에서는 그것은 의미 대 음악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엘리엇도 그의 온건하고 주도면밀한 논문 「시의 음악」의 끝머리에서 <시는 언제나 끊임없는 모험 앞에 서 있다>라는 말로 <의미>의 토를 달고 있다.”

“시는 그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자유로워야한다. 나는 산문형식의 시를 창작하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시를 쓸 때 소설을 쓴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나는 시가 역사의 환생이며 축약된 소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인이 사랑하는 여인을 그린다면 그 내용은 시인 자신이 가진 여인에 대한 역사와 그녀를 향한 설렘과 바람일 수밖에 없지 않을까?

김수영은 인간의 모험, 즉 자유의 이행을 시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유의 이행에는 전후좌우의 설명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의 이행은 원군이다. 원군은 비겁하다. 자유는 고독한 것이다. 그처럼 시는 고독하고 장엄한 것이다.” 원군은 변명이 필요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어떤 의사를 행위(行爲)로 표시하면 구차한 변명이 필요 없게 된다. 백 마디의 말보다는 단 한 번의 실천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증명해 주기 때문이다.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죄악이다.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그레이브스는 오늘날의 <서방측의 자유세계>에 진정한 의미의 자유가 없는 것을 개탄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서방 측 자유세계의 시민들 대부분은 군거하고, 인습에 사로잡혀 있고, 순종하고, 그 때문에 자기의 장래에 대해 책임을 질 것을 싫어하고, 만약에 노예제도가 아직도 성행한다면 기꺼이 노예가 되는 것도 싫어하지 않을 정도다.>”

4. 김수영(金洙暎)의 대표작.

제목 : 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4.19 직후에 쓰인 것으로 혁명의 본래 의의에 대한 환기이며 그것을 이루고 있지 못하는 4.19의 진행과정에 대한 냉정한 경고. (명에는 전체적 자기 변혁이 수반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자기 변혁은 자신의 완전한 파괴와 새로운 구성을 요구한다. 자유에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혁명이 고독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철저한 자기변혁을 위한 고통과 극기를 스스로 감당해내야 하니 외롭지 않을 수 없다.)

4.19 이후 2개월 만에 쓰인(1960.6.25) 이 시의 주제를 우리는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다."와 "혁명은 고독하다."로 잡을 수 있다. (김수영 시인 홈페이지에서 인용)

제목 :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이 작품은 김수영의 최후의 작품으로서 현실 참여적 성향을 드러내는 그의 후기 시 세계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1970년대에 개화한 민중문학 시발점 역할을 하였다. 이 작품의 문학사적 의의는 모더니즘적, 주지적 계통의 시이면서도 우리 시사에 보기 드물게 내용과 형식이 완전히 일치한 수작이라는 점이다. 민중의 생명력을 속도감 그 자체로 표현하는 것이 이 작품의 우수함이라 할 수 있다. (김수영 시인 홈페이지에서 인용)

5. 시대는 시인을 만들어야 할 때도 성인이 되라고 한다.

나는 김수영을 쓰는 내내 나 자신에게 수없이 다짐했다. 내가 만약 내세에서 행복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지금 무상 무념의 마음으로 문밖으로 뛰어나가 중생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시인(詩人)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아주 간단하다. 유치하고 단순한 마음으로 새로움 앞에 서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행복한 시인으로 살려면, 김수영 시인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만 한다. “시대는 언제나 성인이 되라고만 하지 시인이 되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시인을 만들어야 할 때도 성인이 되라고 한다. 이런 유혹에 쏠려들 때 항상 가장 위험한 자위의 시가 나오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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