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화(Anger)

최만섭 2015. 9. 29. 21:57


작성자 최만섭
작성일 2007-11-22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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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Anger)

               틱낫한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1. 변의(便意)
우리나라를 방문한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Thich Nhat Hanh)을 배웅한 스님이 그의 걸음이 너무나 느려서 걸음의 속도를 맞추는데
 곤욕(困辱)을 치렀다고 한다. 틱낫한(Thich Nhat Hanh)의 걸음걸이는 거의 멈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틱낫한(Thich Nhat Hanh)은 그의 저서 `화(anger)-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에서 화(Anger)의 기인을 정신뿐만 이니라 육체에서도
찾는다.  그는 사람이 음식물을 섭취하여 완전히 소화시키지 못해서 일어나는 신체적인 부작용을 화를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한다.
몸에 해로운 식품이 화를 유발시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대의학에서는 섭취 보다는 배설을 더 중요시한다. 섭취는 선별이 가능하지만 변비를 치료하는 방법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화장실에 가는
 것 외에는 특별한 처방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배설을 변의 라고 한다.

2. 징벌의 벽(Punitive Wall)
나는 화를 `욕`이라고 생각한다. 욕도 화와 마찬가지로 이성이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서 끓어 올라오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를 보고 화의 원인과 그 치료법에 대하여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욕 잘하는 악동을 개과천선 시키는 프로그램을 보고 내가 느낀 점은 모든 어린이가 착하고 순박하다는 우리의 관념은 아주 잘못된
인식이라는 사실이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의사 표현방법은 욕지거리를 내뱉거나 주윗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기물을 파괴하며
심지어 자해까지 서슴지 않는 등 그 잔인성이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착한 어린이가 이렇게 사납고 악하게 변한 것은 부모와 소통이 되지 않아서이다. 어린이는 부모가 자기의 말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의 단절은 사랑의 결핍에서가 아니라 그 기술의
결핍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악동을 치료하기 위하여 파견된 전문 상담 치료사들은 어린이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순차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서 아이를 완치시켰다.
부모가 실패한 어린이와의 소통을 전문가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첫째, 대화의 방법이다. 부모는 아이에게 지식이나 정보를 주입시키려고 하는데 반하여 전문가는 어린이 스스로 마음 다스리는 법을 깨우치도록
가르친다.  악동과 부모가 다정다감하고 진솔한 관계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인식하였던 하지 못했든 간에, 존재의 근원인 인간의
고향은 마음 깊은 곳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까지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물으면서 살아왔다. `그대의
고향은 어디인가?` ` 그대는 고향에서 희망을 보았는가?.`

둘째, 화가 난 어린이가 욕을 하면은 전문가는 양손으로 어린이의 어깨를 움켜잡아 어린이를 완전하게 제압한 후에 눈을 마주보게 하고 단호한
어조로 경고했다.  `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잘못된 행위이며 다시는 그러한 행위를 용서하지 않겠다.`

셋째, 교정중인 어린이가 실수로 욕을 할 경우에는 지정된 장소에 정해진 동안 벽 쪽을 향하여 홀로 서 있게 하였다. 이것은 미국에서 어린이를
훈육시키는 데 흔히  사용하는 방법으로 징벌의 벽 (Punitive Wall) 이라고 한다.    

3. 마주보기
가트맨 연구소에서 3천 쌍 이상의 부부를 관찰하고 분석한 바에 따르면 부부가 이혼을 하느냐 마느냐, 행복하게 사느냐, 불행하게 사느냐를
결정하는 요인은 부부싸움의 내용이 아니라 부부싸움의 방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놀랍게도 부부싸움의 ‘내용’, 즉 외도나 폭력, 시집과의 갈등,
술, 종교 등이 이혼을 예측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판명되지 않았다.

가트맨은 이혼을 예측할 수 있는 요인으로 상대를 `비난`하고 `경멸`하는 말투와 자신을 `방어`하면서 의식적으로 상대와 `담쌓기`를
시도하는 태도 등을 들고 있다. 그는 이 네 가지 요소를 통해 92% 정도 정확하게 이혼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트맨 연구소에서 최고과정을 이수한 부부치료 전문가 최성애 박사(50)는 지난 3월 초 방영된 MBC 스페셜 ‘이혼하는 부부, 행복한 부부’에 출연, 갈등에
시달리는 두 부부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 박사는 두 부부를 따로따로 만나 개인의 생활과 성장배경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치료에 들어갔다. 그전에 각 부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옳고
싶으세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물론 한결같은 대답은 “행복하고 싶다.”라는 것. ‘배우자의 항복을 받는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이들에게 최 박사는 ‘2분 동안 아무 말 없이 서로 눈만 바라보기’를 권했다. 아주 잠시였지만,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던 부부들은 눈길을 피하며 서로
마주보기를 어려워했다.

“서로 눈을 바라보는 작업이 그동안 멀어졌던 감정을 연결한다.”라고 말하는 최 박사는 두 쌍의 부부에게 ‘하루 2분간 마주보기’ ‘대화 습관 바꾸기’ 등의
숙제를 내주며 지속적으로 관계 변화를 모색했다. (여성동아 4월호, 자유기고가 장옥경씨 글에서 인용)

지인(知人)의 무지는 지식과 정보가 모자란 상태를, 선인(仙人)의 무지는 생각과 마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선인(仙人)은 부부가 화를 내고 싸우는 것은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로 부부싸움의 시작은 아주 하찮은 것, 감정적이고 기적(氣的)인
것에서 시작되는데 반하여, 사람들은 그 원인을 엉뚱하게도 형이상학적이고 이성적이며 이적(理的)인 데에서 찾기 때문이다. 둘째로 화가 나면 우선
화를 멈추고 말을 삼간 채, 봉사 활동 등으로 기(氣)를 활성화해서 이(理)를 정화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화를 유발시킨 원인을 찾는데 몰두하다가 기(氣)를
쇠퇴시켜서 오히려 화를 북돋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간은 침묵을 지키면서 소통된 고독 속으로 걸어갈 때 가장 자유롭고 행복하다. 만약 어떤 부부가 화를 내고 부부싸움을 한 후에 상대를 미워하고
 증오한다면, 그들은 세상과 소통되지 않는 고독 속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여야 한다.

4. 멈춤
나는 화를 극복하는 마지막 단계인 멈춤의 세 가지 형태, 변의와 징벌의 벽(Punitive Wall) 그리고 마주보기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러면 멈춤이란
무엇인가?  멈춤은 생각이 아니라 마음이다. 멈춤의 순간에 사람들은 화를 유발시킨 원인을 자신과 타인 그리고 우리에서 찾을 것이다. 그러나 긴 세월
수행을 즐겨 온 노자(老者)의 멈춤은 희로애락과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생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유탁(풀무)과 같은 마음이다. 

天地之間 其猶橐籥乎 虛而不屈 動而愈出
(천지지간 기유탁약호 허이불굴 동이유출)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아서 비어 있으나 힘이 끝이 없고
움직일수록 힘이 더욱 커진다. 마음을 지우니 천지가 내 것이로다. 애초에 하늘과 땅 사이는 비어 있다. 풀무의 내부가 비어 있듯이 말이다. 그리하고
 그 빈 곳으로 공기가  자유로이 드나드는 것이다. 여기서 굽힘이 어디 있으랴! 자유로움 그 자체이다. (도덕경 5장-풀무).

그러면 생각과 마음은 어떻게 다른가? 나는 최성애 박사의 물음으로 그 답을 대신 하고자 한다. “옳고 싶으세요? 행복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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