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는 힘 떨어지면 뇌졸중·심장병 위험 5배 증가”
건강과 직결되는 ‘씹는 힘’
위아래 어금니를 꽉 물어 생기는 씹는 힘. 이런 저작의 힘이 약해지면, 노화 신호이기도 하지만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 커진다. 지난해 일본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어금니 물기 교합력을 5단계로 나눴을 때, 무는 힘이 가장 약한 그룹은 가장 센 그룹보다 뇌졸중과 심장병 발생 위험이 5배 높게 나타났다.
씹는 힘이 약한 사람은 아무래도 씹기 편한 부드러운 음식을 즐겨 찾게 되는데, 이들 음식에 대개 지방질이 많다. 수육 대신 스팸을 먹는 것과 같다. 고지방 식사는 동맥경화를 유발하고, 혈관 손상을 일으켜 심혈관 질환 발생을 높인다.
◇잘 씹어야 잘 산다.
노인이 되면 치아가 빠지거나 틀니 사용으로 씹는 힘이 떨어질 수 있지만, 현대인은 젊은 나이에도 저작 강도가 약해져 있다. 소시지, 햄, 식빵 등 부드러운 가공식품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일본 연구에 따르면, 17~18세기에는 한 번 식사 때 약 1500회를 씹었다. 식사 시간도 20분이었다. 요즘은 한 번 식사에 600회 씹는다. 식사 시간도 10분으로 줄었다. 부드러운 음식을 많이 먹기에 많이 씹을 필요도 없고 금세 먹게 된다는 의미다. 식사를 통해 저작을 단련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교합력이 떨어지면, 식이섬유가 많아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을 피하게 된다. 반대로 부드러운 밥이나 빵, 면 등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나, 되레 비만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씹는 맛을 느끼는 고기를 먹지 않게 되어 단백질 부족도 올 수 있다. 이는 근육 감소로 이어지고 낙상의 위험도 높인다. 씹는 힘이 떨어진 사람은 보행 능력도 떨어져 있다. 잘 씹지 못하면, 뇌혈류도 줄어들어 인지 기능도 저하된다. 침 분비도 줄어 구취가 심해질 수 있다.
씹기가 약해지면 먹는 즐거움도 사라진다. 식사를 하면서 뇌 MRI를 찍는 실험에서, 딱딱한 음식을 먹을 때는 뇌 속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는 게 보이지만, 물컹한 것을 먹을 때는 그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오이나 당근 등 딱딱한 생야채를 우적우적 씹어 먹을 수 있는 있는 사람은 혈중 비타민 농도가 매우 높게 나온다.
◇딱딱한 음식 매일 먹어야
90세가 되면 저작 강도가 70세 때의 3분의 1로 준다. 평소에 씹을 때 사용하는 근육을 꾸준히 단련하여 씹는 힘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딱딱한 음식 한 개 이상을 먹는 게 좋다.
일본 와요여자대학교 식품영양 연구팀이 제작한 ‘저작 활동량에 따른 음식 강도 분류 10단계 표<그래픽 참조>에 따르면, 가장 센 강도로 씹어야 하는 10단계 음식은 오징어 채, 단무지, 말린 생선 등이다. 9단계는 생당근, 고기 스테이크, 8단계는 생연근, 튀겨 말려 질겨진 유부, 7단계는 아몬드, 건포도, 삶은 문어, 맛동산 과자 등이다. 씹는 힘을 단련하고 유지하려면 7단계 이상 음식 하나를 매일 씹어 먹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많은 이가 저작 강도가 낮은 컵라면이나 우동(4단계), 계란말이(3단계), 삶은 계란(2단계), 삶아 으깬 감자(1단계)를 즐겨 찾는다.
치과용 마이크로 필름 물기 검사로 저작 강도 측정 연구를 하는 김영건 선치과 구강내과 과장은 씹는 힘이 떨어지면 나물이 입안에서 제대로 짓이겨지지 않는 느낌이 들고 질긴 고기를 오래 씹다가 힘이 들어서 멈추고 사레에 자주 걸리고 얼굴 볼이 점점 합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건 과장은 “치아에 미세 파절이 있거나 잇몸병이 있으면 씹는 힘이 떨어질 수 있으니 저작 관리를 위해서도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전했다.
어금니를 악물게 하는 턱 주변 근육이 잘 작동되려면 하루에 한 번 따뜻한 물수건으로 턱 양쪽을 찜질하고,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서 턱 주변 근육 긴장을 풀어줘야 한다. 고령자에게 껌 씹기는 저작 강도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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