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알립니다]100년 전 경성으로 떠난 시간여행, ‘모던 경성’ 1주년을 맞았습니다

최만섭 2022. 6. 9. 04:48

[알립니다]100년 전 경성으로 떠난 시간여행, ‘모던 경성’ 1주년을 맞았습니다

조선일보 창간 100년 맞아 공개한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 바탕...이상화, 백신애, 권기옥 등 현실에 도전한 선구자 다뤄

조선일보
입력 2022.06.07 06:00 | 수정 2022.06.08 06:00
 
 
 
 
 
1934년 일본의 한 바닷가에서 촬영된 최승희의 춤 사진. 최승희는 당대 대표적 '단발미인'이기도 했다. /광주시립미술관

국내 최고의 신문 뉴스 라이브러리인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newslibrary.chosun.com)이 출범 2년을 넘겼습니다. 2020년 3월 조선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공개한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은 1920년3월 창간부터 1999년까지 조선일보 지면 26만1589면, 기사 295만 건을 담은 한국 근현대사의 ‘보물 창고’입니다. 독자 누구나 조선닷컴에 접속하면, 클릭 한번에 100년 간 기사를 손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뉴스 라이브러리가 공개되면서 학계에선 “엄청난 자료 앞에서 신세계가 펼쳐진 것같다”며 반겼습니다. 민족운동가 민세 안재홍 연보를 정리중인 황우갑 박사는 “당초 1권 분량으로 예정했으나 기존 자료집에도 없는 방대한 분량의 기록이 쏟아져 나와 8권 분량으로 계획이 늘어났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왕조 실록이 CD롬으로 공개되면서 소설과 영화, TV드라마, 웹툰에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면서 한류(韓流)의 원천이 됐습니다. 100년 전 뉴스를 요즘 신문 읽듯 볼 수 있는 ‘조선 뉴스라이브러리 100′은 ‘K 콘텐츠’의 산실(産室)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백신애는 열아홉살, 시베리아 방랑을 꿈꾸며 블라디보스톡으로 밀항을 시도할 만큼 당돌했다. 당시 시베리아 방랑은 청년들의 꿈이었다. 백신애는 1930년 5월 일본에 건너가 니혼대학 예술과에서 문학과 연극을 공부했고, 소설가가 됐다. /영천시 공식블로그

◇100년전 한국인의 도전과 성취

지난 5일 연재 1년을 맞은 조선닷컴 특별기획 ‘모던 경성’은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을 바탕으로 탄생한 기획입니다. 한국인 첫 밀라노 오페라 유학을 감행한 의사 출신 테너 이인선, 시베리아로 무작정 방랑을 떠난 열아홉살 백신애, 복싱 강국 미국에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세계플라이급 6위까지 오른 복서 서정권...

100년 전 한국인들은 식민지 억압속에서도 세계를 향해 꿈을 펼치고 도전했습니다. 김기철 학술전문기자가 매주 토요일 쓰는 ‘모던 경성’이 지난 1년간 소개한 선각자들입니다. 아파트를 ‘탕남음녀의 마굴’로 손가락질하면서도 거기에 살기를 꿈꾸고,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재테크 열풍은 요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 비행사로 활약할 당시의 권기옥. 상해 임시정부 군자금 모집에 참여하다 상해로 망명한 권귀옥은 1925년 운남육군항공학교를 졸업, 비행사의 길을 걸었다./조선일보DB

◇첫 여성 비행사 권기옥의 기개, 우리 말 식물 이름 찾은 ‘조선식물향명집’

100년 전 선배 세대는 해외에 망명해 독립운동에 뛰어들거나 국내에서 학교와 기업, 언론, 문화, 예술, 종교를 통해 문명과 개화, 독립과 해방의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한국 첫 여성비행사 권기옥(파란 글자를 클릭하면 해당 기사를 읽을 수있습니다)은 ‘일본 폭격하려고 비행술 배웠다’고 했고, 시인 이상화는 ‘피압박민족은 주먹이라도 굵어야 한다’며 권투부 설립을 주도했습니다. 우리 말로 된 식물 이름을 찾겠다며 ‘조선식물향명집’을 낸 식물학자 정태현·도봉섭·이덕봉·이휘재도 잊을 수없습니다. 당시 신문은 ‘조선식물향명집’ 출간을 조선어학회의 한글 정리 사업에 비견할 만한 업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불평등한 결혼제도와 여성차별을 비판한 ‘부인공개장’, 90여년 전 신문의 페미니즘 기획을 맡은 여기자 윤성상도 선각자였습니다.

 
휘문고보 동기인 안회남과 김유정은 학창시절 수업을 빼먹고 남산에 올라 신조사판 세계문학전집을 읽곤 했다. 1927년 출간되기 시작한 신조사 세계문학전집은 일본은 물론 조선의 지식청년들의 교양을 길러준 필독서였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펜 던지고 금캐러간 채만식, 주식 투자 몰두한 김기진

모던 경성’은 지난 1년간 서울(경성)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문화주택을 꿈꾸고, 피아노와 축음기를 가정 필수품처럼 여기던 당시 사람들의 선망을 다뤘습니다. 펜 던지고 금 캐러간 채만식, 명동에 출퇴근하며 5년간 주식 투자에 몰입한 김기진처럼 한판 승부를 건 재테크 열풍은 요즘과 다름없는 일상이었습니다.

그런가하면 ‘내일은 국민가수’와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처럼 1930년대에도 오디션 대회가 폭발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지역 예선을 거친 전국의 노래꾼들이 본선을 치르며 실력을 겨뤘습니다. 1933년 10월 당시 굴지의 음반사였던 콜럼비아사가 주최하고 조선일보사가 후원한 ‘명가수 선발 음악대회’가 대표적입니다. 시인 김영랑은 경성에서 괜찮은 콘서트가 열리면 전남 강진 고향 집에서 불원천리 올라올 만큼, 서양 음악 마니아였습니다. 소설가 이효석도 커피를 즐기고, 음악 다방에서 차이콥스키 실내악을 듣던 음악광이었다고 합니다. ‘모던 경성’은 100년 전 사람들의 경험과 감각을 충실하게 따라가며 우리의 과거를 편견 없이 이해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갓빠머리' 박태원과 '갓빠머리' 유행을 선도한 일본 화가 후지타 쓰구하루. 후지타는 1920년대 파리에서 성공한 인기작가였다. 1913년 파리에 건너간 후지타는 '갓빠머리'에 둥근 안경 스타일을 평생 고수했다. 1930년대 귀국한 후지타는 이런 스타일로 긴자를 활보하며 유행을 선도했다. /조선일보 DB, 위키피디아

경성 거리 활보한 ‘갓빠머리’박태원과 단발랑

일본 유학생 현철은 연극 불모지 조선에 신극(新劇)을 소개하려고 배우학교를 만들고 작품을 만드는 데 일생을 투자했습니다. 연극이 민족과 민중을 계몽하는 데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갓빠머리’에 둥근 로이드 안경테를 끼고 경성 거리를 활보한 박태원, 파격적인 누드 자화상을 찍은 사진가 정해창, 당시 기준으론 스캔들이었던 단발의 신여성들처럼 시대의 제약을 뛰어넘으려 애쓴 선구자들의 도전도 담았습니다. 조선닷컴에서 ‘김기철의 모던 경성’을 검색하시면 지난 1년간 연재된 기사(총 53회)를 한꺼번에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신문 읽듯 100년간 신문을 편안하게 볼 수있습니다.

‘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의 강점은 이미 역사가 된 과거를 오늘 신문 읽듯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자가 많은 옛날 기사 원문과 함께 요즘 말로 옮긴 현대문을 함께 서비스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0년간의 사건과 인물이 궁금하시면,’조선 뉴스 라이브러리 100′을 클릭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