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재미있는 과학] 싫은 사람 보면 물 내뿜는 문어… 사투리 쓰는 범고래

최만섭 2022. 6. 7. 05:18

[재미있는 과학] 싫은 사람 보면 물 내뿜는 문어… 사투리 쓰는 범고래

입력 : 2022.06.07 03:30

동물의 지능

 /그래픽=유재일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2020)을 봤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 해변에서 문어를 1년간 따라다니며 찍은 작품인데, 문어가 늘 다니던 길로 다니고, 싫은 사람이 오면 물을 뿜는 행동을 하는 걸 볼 수 있어요. 포식자가 다가오면 다리에 있는 '흡판'(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에 납작한 돌을 여러 개 붙여 자신을 돌무더기처럼 만들어 보호하죠. 이런 행동은 기억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이 작품은 문어에게 지능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문어뿐 아니라 지능이 있는 다른 동물들도 많아요.

문어는 다리마다 뇌가 있는 셈

기억은 뇌에 저장되는데요. 뇌는 신경세포(뉴런)로 이뤄져 있어요. 문어는 약 5억5000만개 신경세포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 약 1억6000만개는 시각을 담당하는 시신경엽에 있고, 약 4200만개는 뇌에 있어요. 재미있게도 문어의 뇌는 도넛처럼 생겼어요. 뇌 사이로 식도가 지나가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문어는 커다란 먹이를 통째로 삼킬 수 없답니다.

문어가 가진 나머지 약 3억5000만개 신경세포는 8개 다리에 흩어져 있어요. 그래서 문어는 다리로 물의 흐름, 온도 등을 재빠르게 파악해 주변 환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안다고 해요. 8개 다리 하나하나가 뇌의 지시 없이도 자체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학자들은 "다리에 8개의 뇌를 가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해요.

지능과 감정 있는 동물 많아

동물들도 지능과 감정이 있어요. 인간과 가장 비슷한 척추동물은 두개골 안에 신경세포 덩어리인 뇌가 있어요. 뇌로부터 긴 신경세포가 척추를 타고 가다가 온몸으로 퍼져 나가 근육을 움직이는데요. 침팬지·돌고래·새 등 등뼈가 있는 동물을 떠올리면 돼요.

범고래는 친구를 기억하고 부르는 이름이 정해져 있어요. 무리마다 방언(사투리)이 있어 조금씩 소리가 다르다네요. 악어는 백로를 잡기 위해 나뭇가지를 이용해요. 악어는 코만 수면 위로 내놓은 채 그 위에 나뭇가지를 올려두는데요. 백로가 물 위를 떠다니는 나뭇가지를 물기 위해 날아들면 낚아채는 거죠. 일본왜가리는 열매가 달린 나뭇가지를 떨어뜨려 물고기를 유인하고요. 침팬지의 지능은 두말할 필요 없어요. 인간과 수화(手話)로 대화를 나누는 침팬지가 있을 정도니까요.

지능은 척추동물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문어와 같은 무척추동물이면서 연체동물 중 가장 진화된 형태를 하고 있는 오징어 중에서도 갑오징어는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 오징어가 암컷과 다른 수컷 사이에 끼어들어요. 그러고는 암컷이 볼 수 있는 측면에는 수컷의 색을 표시하고 수컷이 볼 수 있는 면은 암컷의 색을 표시해요. 상대 수컷이 헷갈리는 사이 얼른 암컷과 짝짓기를 하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고도의 속임수를 쓰는 셈이죠. 인간도 혀를 내두를 만한 행동입니다.

곤충에게도 지능이 있어요. 말벌은 구성원 중 좋은 말벌과 나쁜 말벌 얼굴을 구별할 줄 안다고 하고, 모기는 살충제 맛을 기억하고 있다가 같은 맛을 느끼면 얼른 피한답니다.

뇌 크기로 지능 속단할 수 없어요

뇌가 크면 일반적으로 지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크기가 전부는 아녜요. 고래는 사람보다 뇌가 크지만 지능은 물론 사람이 더 높죠. 뇌가 크면 똑똑하고 뇌가 작으면 덜 똑똑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거예요. 꿀벌은 뇌의 크기가 2㎣에 불과하지만, 숫자를 5까지 셀 뿐 아니라 '0'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개미 역시 걸음 수를 셀 수 있는 것으로 보이고요.

이런 동물들 지능을 측정할 순 없을까요. 과학자들이 늘 하는 고민이죠. 쉽지는 않아요. 예를 들어 돌고래·까치·쥐가오리 등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알아보는 듯한 행동을 보였는데,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능이 높은 동물이 비슷한 행동을 보일 거라 추측했어요. 그런데 지능이 높다고 여겨지는 개는 거울 속 자기 모습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거울 속 자기를 보고 짖었던 거죠. 근데 이건 개가 지능이 낮다기보단 평소 시각보다 후각에 의존해 살기 때문에 익숙한 냄새가 안 나자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게 과학자들 연구 결과입니다.

동물 '지능 주기율표' 만들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동물 행동과 신경해부학적인 특징을 종합해서 일목요연한 표로 만들고 싶어 해요. 혹시 원소 주기율표(週期律表)를 아시나요. 원소를 화학적 특성에 따라 나열한 표예요. 이 주기율표를 보면 표 안 위치에 따라 원소의 화학적 성질을 유추할 수 있는데 동물 지능도 이런 식으로 정리한 '지능 주기율표'를 만들고 싶어 하는 거죠.

예를 들어 해파리는 모든 신경세포가 다 함께 마치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어요. 반면 곤충은 각 신경세포가 가지처럼 뻗어나가기는 해도, 다른 신경세포와는 만나지 않는 분산된 형태를 가지고 있어요. 이처럼 신경 구조가 다르면 외부에서 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먹이를 찾는 방법, 사냥하는 방법, 적을 피하는 방법, 동료와 지내는 방법 등 각각의 정보를 처리하고 이를 재구성해 기억으로 저장하는 과정이 다르다는 거예요.

이런 특성에 따라 지능을 종류별로 나눠 지구상 모든 생물의 '지능 주기율표'를 완성한다면,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을 예측할 수도 있을 거예요.

이지유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조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