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수학 산책] 모두가 불만 없이 자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만섭 2022. 4. 28. 05:01

[수학 산책] 모두가 불만 없이 자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입력 : 2022.04.28 03:30

케이크 나누기

케이크 하나를 공평하게 나눠 먹어 본 경험이 있나요? 잘라낸 조각 크기가 서로 달라 난감한 적도 있었겠지만, 모든 조각 크기가 같아 보이는데도 누군가 "네 것이 더 크다"며 항의한 적도 있었을 거예요. 이처럼 음식을 공평하게 배분하는 문제는 심리적 영향을 받기도 하는데요. 이런 문제를 파고든 수학자도 있답니다.

우선 케이크를 두 형제가 나눠 먹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 서로가 불만 없이 조각을 나눌 방법이 있어요. 우선 형이 케이크를 두 조각으로 나누고 동생이 먼저 케이크를 선택하도록 하는 거예요. 그러면 형은 "같은 크기로 나누지 않는다면 동생이 더 큰 조각을 챙길 것"이라 생각해 최대한 공평하게 자르려고 노력할 것이고, 동생은 설령 두 조각 크기가 달라 보이더라도 "내가 더 큰 조각을 먹는다"고 생각할 테니 불만이 없을 거예요.

문제는 세 형제가 케이크 하나를 나눠 먹을 경우예요. 두 형제일 때처럼 자른 사람이 마지막에 조각을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둘 중 누가 먼저 조각을 고르느냐를 두고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에 1980년 미국의 수학자인 월터 스트롬퀴스트는 흥미롭게도 케이크의 공평 분배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칼질하는 법'을 제시합니다. 그가 다룬 케이크는 롤케이크처럼 원기둥 모양이었는데요.

이때는 삼 형제가 아닌 제3자가 도와줘야 해요. 예컨대 엄마가 칼을 케이크의 맨 왼쪽 끝부터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거예요. 그리고 삼 형제 중 누구라도 칼의 왼쪽에 있는 조각이 전체의 3분의 1 크기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그만!"을 외칠 수 있어요.

만약 첫째가 먼저 "그만!"을 외쳤다고 가정해 볼게요. 그럼 엄마는 그 지점을 잘라서 왼쪽에 있는 조각을 첫째에게 줘요. 가장 먼저 외친 첫째는 자신이 전체의 3분의 1 만큼을 먹게 됐다고 생각하기에 만족할 거예요.

이 경우 나머지 두 사람도 불만이 없기는 마찬가지예요. 둘 모두 칼이 케이크의 3분의 1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에 "그만!"을 외치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첫째가 3분의 1 크기보다 작은 조각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남은 케이크 조각은 둘이 나눠 먹으면 되니 둘째나 셋째 중 먼저 케이크의 2분의 1 지점에 칼이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칼의 움직임을 멈추도록 하고, 왼쪽 조각을 주는 거예요. 예컨대 둘째가 "그만!"을 외쳤다면, 둘째는 자신이 절반의 조각을 가져갔다고 생각할 테니 만족할 것이고, 막내는 자신이 절반보다 큰 조각을 먹는다고 생각할 테니 불만이 없게 된답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