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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의 말과 글] [247] 불행에 지지 않겠다는 마음

최만섭 2022. 4. 9. 11:28

[백영옥의 말과 글] [247] 불행에 지지 않겠다는 마음

 

입력 2022.04.09 00:00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행복감을 느끼기 힘든 민족이란 글을 읽었다. 전 세계에서 ‘아난다마이드(anandamide)’의 수치가 가장 낮다는 것이다. ‘아난다마이드’는 신경 전달 물질로 이것이 분비되면 통증이 완화되고 기분이 좋아지는 등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 흥미로운 건 행복해지기 힘든 유전적 특성이 한국을 빈국에서 부국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웬만해선 만족하지 못하는 유전적 특성이 불안에 대한 감수성을 높였고, 늘 위기라는 인식 속에 치열함을 삶의 디폴트 값으로 만든 것이다.

문제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어도 나오는 ‘행복하고 싶어서!’라는 보통의 대답이 한국에선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UN의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도 경제력에 비해 낮은 순위다(작년 61위, 올해 59위). 게다가 행복은 집착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역설적인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이제 행복에 대한 전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나심 탈레브는 “당신이 다른 이들에게 기대하는 바로 그 행동을 다른 이들에게 하라”라는 마태복음의 ‘황금률’보다 “당신이 싫어하는 다른 이들의 행동을 타인에게 하지 마라”라는 ‘은율’을 실천하자고 제안한다. 왜 그런가. 우리는 무엇이 좋은지보다 무엇이 나쁜지 더 명확히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함도 좋지만 악함이 없는 것만큼은 아니다. 돕지는 못해도 결코 피해는 입히지 않겠다는 결심은 행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불행해지지 않겠다는 마음과 그렇게 연결된다.

똑같은 폭우라도 한 지역에선 가뭄 해소이고, 한 지역에선 강의 범람을 일으킨 원흉일 수 있다. 긴 세월을 두고 보면 어떤 것도 쉽게 좋다 나쁘다 얘기할 수 없다. 빈민 지역을 여행하다 지갑을 도난당한 지인이 없어진 돈을 가난한 이웃에게 한 기부라고 생각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식상한 비유지만 컵에 든 물을 ‘반밖에’ 없다고 믿는 사람과 ‘반이나’ 차 있다고 믿는 이의 삶이 같을 수는 없다. 불행에 지지 않겠다는 마음도 이토록 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