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45] 나무 학교
나무를 가로로 자른 면에 나타나는 둥근 무늬를 나이테라고 한다. 1년에 하나씩 생기므로 그것이 곧 나무의 나이다. 나이테는 계절이 변하는 온대 지방에서 뚜렷하고, 계절 구분이 거의 없는 열대 지방에서는 그리 뚜렷하지 않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견딘 나무일수록 그 ‘테’가 훨씬 더 뚜렷하다. 나이테를 한자로는 연륜(年輪)이라고 쓴다. 이는 혹한의 겨울을 보낸 후 비로소 얻게 되는 나무의 훈장이다. 누군가에게 ‘연륜이 묻어난다’는 말을 쓸 때가 있다. 대개 그 일을 오래 해온 장인이거나 예술가, 직업인에게 쓰는 말이다. 연륜이란 그들이 겪어온 성장과 고난의 세월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둥글어져 모나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수천 년의 바람과 파도에 둥글어진 해변의 몽돌처럼 말이다.
나이라는 명사 다음에 오는 동사는 ‘들다’ 혹은 ‘먹다’이다. ‘들다’는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것이고, ‘먹다’ 또한 같은 에너지의 말이다. 어느 누구도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건 나이와 죽음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삶은 결국 ‘죽어가는’ 문제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람이 있다면 잘 늙고, 낡아가는 것이다. 가끔 저렇게 늙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문장들을 만난다.
문정희 시인의 ‘나무학교’를 읽었다.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공부하고 성찰해야 우리는 간신히 어른이 된다. 나이 들어 터득한 경험에 대한 확신이 너무 강하면 타인의 좋은 말에도 귀를 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마와 손등의 주름이 나이 듦의 지혜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우리가 겉으로만 먹은 나이를 과신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어른이 되어도 계속 자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봄날의 나무처럼 새잎을 피우고 해마다 성장하기도 한다. 겉으로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그냥 어른인 것이다.
두 글자의 뜻을 합쳐 새 글자를 만듦.
이미 만들어진 둘 이상의 한자를 합하여 새로운 뜻을 나타낸 원리이다. 그리고 한자의 뜻을 우리말로 새긴 것을 '훈(訓)'이라고 한다. 문화가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한자의 뜻도 차차 복잡하게 그 뜻이 갈라져 나갔다.
輪자는 ‘바퀴’나 ‘구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輪자는 車(수레 차)자와 侖(둥글 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侖자는 죽간이 둥글게 말려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둥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輪자는 이렇게 ‘둥글다’라는 뜻을 가진 侖자에 車자를 결합해 수레의 둥근 바퀴를 뜻하게 된 글자이다. 수레바퀴는 둥글둥글하면서도 살이 달렸으니 侖자는 발음역할을 하면서도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바퀴는 끊임없이 돌아가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 보니 輪자는 단순히 ‘바퀴’라는 뜻 외에도 세상만사 돌고 도는 여러 이치를 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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