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논설실의 뉴스 읽기] 日 특수선박, 호주産 수소 싣고 오늘 고베에… 세계 첫 수소교역 발동

최만섭 2022. 2. 25. 05:00

[논설실의 뉴스 읽기] 日 특수선박, 호주産 수소 싣고 오늘 고베에… 세계 첫 수소교역 발동

수소경제시대 세계 자원지도

입력 2022.02.25 03:00
 
 
 
 
 
세계 첫 수소 운송선 - 세계 최초의 수소 운송선 ‘수소프런티어호’가 지난달 21일 호주 빅토리아주의 헤이스팅스항에 입항하는 모습. 수소프런티어호는 호주산 액화수소를 싣고 지난 3일 호주를 출발해 25일 아침 일본 고베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일본 가와사키중공업이 2019년 건조한 액화수소 운반선 ‘수소프런티어호(號)’가 서태평양 9000㎞ 항로를 북진해 오늘(25일) 아침 고베에 도착한다. 지난 3일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州)의 헤이스팅스 항구를 떠난 지 22일 만이다. 이번 항해로 세계 첫 액화수소 교역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있다. 5억달러를 투자하는 일본·호주의 수소에너지공급망(HESC) 사업 첫 성과다.

수소프런티어는 전장 116m, 선원 25명의 8000t 급 선박이다. 대양을 건너는 액화수소 운송이 가능한지를 검증하는 실증(實證) 사업이다. 1250㎥ 용량 특수 탱크에 50t 액화수소를 싣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중 본격 수소 교역에 나설 운반선은 4만㎥짜리 격납 탱크를 4개 갖추게 된다. 가와사키중공업이 2020년대 중반 완성 예정이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을 건조해온 기업이다.

천연가스는 영하 162도 아래로 떨어뜨려 LNG로 액화시킨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까지 냉각시켜야 한다. 훨씬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2중 진공 방식으로 극도의 단열 성능을 갖추게 된다.

탄소 중립 목표 때문에 세계가 수소경제로 향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려면 석탄·석유·천연가스에 의존하는 화석연료 시대의 막을 내려야 한다. 대안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주력으로 하고 원자력을 보강 에너지로 써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일본과 한국은 국토가 좁은 데다 산지 위주여서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하지 않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남아도는 나라들에서 에너지를 들여와야 한다.

문제는 태양광·풍력이 생산한 전력을 어떻게 수송하느냐다. 전기 에너지가 전선을 타고 바다를 건널 수는 없다. 방법은 전기를 수소 에너지로 바꿔 운송하는 것이다. 생산된 수소 가스를 액화시키면 부피는 800분의 1로 압축된다. 선박을 이용한 에너지 운송이 가능하게 된다. 수소 운반선이 지금의 유조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관건은 어떤 기술로 수소를 생산하느냐에 있다. 이번에 호주가 시범 수출한 수소는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州)의 석탄 산지인 라트로브밸리 지역 갈탄을 원료로 제조한 것이다. 석탄을 고열·고압의 수증기로 쪄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다. 이것을 100㎞쯤 떨어진 헤이스팅스 항구로 수송해 액화시킨 뒤 일본 수소 운반선에 옮겨 실었다.

문제는 석탄을 원료로 한 수소 제조는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는 점이다. 2019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7000만t 수소 가운데 76%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으로, 23%는 석탄을 원료로 만들었다. 석탄으로 만든 수소는 블랙수소, 천연가스로 만든 수소는 그레이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블랙수소나 그레이수소는 제조 공정에서 수소 1t당 각각 19t, 10t의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블랙수소, 그레이수소를 에너지로 쓰면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그냥 태우는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된다.

호주의 석탄으로 만든 수소를 일본으로 갖고 가서 에너지로 쓰면, 결국 일본에서 나왔을 이산화탄소의 배출처를 호주로 떠넘기는 효과만 있을 뿐이다. 호주 당국은 배출 이산화탄소를 분리 포집해 바닷속 지층에 저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걸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라고 부른다. 2020년대 말부터 그렇게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CCS 과정에도 에너지가 소요되기 때문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최근 나오고 있다. 이번 호주~일본 석탄수소 교역 프로젝트는 액화수소 장거리 운송의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일본처럼 태양광·풍력 자원이 부족한 나라들은 아프리카, 중동, 호주, 남미 등에서 태양광·풍력, 또는 원자력으로 만든 청정 수소를 수입해 들여와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작년 10월 발표한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보면 2050년엔 총 2790만t의 청정 수소를 쓰는 것으로 돼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문승욱 산업부 장관 등은 “국내 최종 에너지 소비의 3분의 1을 수소로 충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런데 그 2790만t 수소의 80%를 해외 수입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세계 에너지 가운데 수소 비중을 10%로,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12%로 내다봤다. 매킨지는 18%라고 예측했다. 수소 에너지도 풍요 국가와 빈곤 국가로 나뉘게 된다. 다만 소수 국가가 공급을 독과점하는 석유·천연가스와 달리 청정 수소 생산국은 비교적 다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뉴질랜드를 필두로 사우디아라비아·오만 등 중동 국가들, 아프리카의 모로코·나미비아, 남미의 칠레 등 강한 햇볕의 나라들이 ‘청정 수소 수출’ 유망 국가들이다. 유럽,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소 수입국이 될 것이다. IRENA는 2050년 청정 수소의 3분의 1은 교역을 통해 국가 간 이동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의 수소 허브를 노리는 호주는 ‘햇빛 수출(shipping sunshine)’이라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정부 홈페이지의 수소 프로젝트 문서들은 한글과 일본어 번역본까지 올려놓고 있다.

UAE는 우리가 지어주고 있는 바라카 원전을 기반으로 청정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UAE의 원자력 분야 책임자는 최근 아부다비에서 열린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바라카 원전 4기가 가동되면 매년 100만t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부족한 한국도 원전을 활용한 청정 수소 생산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건 원자력이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는 수전해 방법을 써야 한다. 이때 활용하는 장비가 수전해기(electrolyser)이다. 고가의 수전해기를 갖춰놔도 태양광·풍력 전기로는 햇빛과 바람이 있을 때만 가동할 수 있다. 수전해기의 이용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자력 전기는 24시간 일정한 출력이 가능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를 암모니아로 둔갑시키면 냉각장치 없이 이송 가능]

목적지 도착후 다시 수소 추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수소(H₂)는 끓는 온도가 극저온이라서 액체로 만들려면 영하 253도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이때 에너지의 25~35%가 소실된다. 이걸 피하기 위해 수소를 질소(N₂)와 결합시켜 파생품인 암모니아(NH₃)를 만든 후 암모니아 상태로 운송하는 방법이 있다. 암모니아는 상온에서도 쉽게 액화하므로 특수 냉각 장비 없이도 저장, 이송이 가능하다. 에너지 밀도도 수소보다 높다.

목적지 도착 후엔 암모니아에서 질소를 떼어내 다시 수소를 추출한 후 에너지원으로 쓰면 된다. 이때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암모니아는 그 자체로 비료 원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 터빈 연료로 쓰는 방법도 있다. 다만 암모니아는 독성과 냄새가 강하고 연소 시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다. 국내 정유 회사들이 사우디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를 통해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 수입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산업부도 작년 11월 2030년까지 석탄발전소에 암모니아 20%를 섞어 전력을 생산하는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소를 천연가스와 30% 섞어 LNG 발전기를 돌리는 방법도 시도한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작년 10월 발표에서 2050년까지 수소, 암모니아 등 무탄소 가스터빈 발전으로 전력의 13.8~21.5%를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내왔다.

문제는 청정 전기를 갖고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를 암모니아로 바꾼 후, 어딘가로 이송시켜 다시 암모니아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는 것이 괜찮은 거냐는 점이다.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변환시킬 경우 애초의 에너지에서 20~30%밖에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