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내가 ‘가족 단톡방’을 나온 이유
얼마 전 가족 단톡방을 나와버렸다. 어머니께서 정치 유튜브 동영상을 자꾸 올려 그랬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들로서 무례한 행동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부쩍 늘어난 정치 관련 메시지에 신경이 거슬린 것도 사실이다. 불쑥 단톡방에 부르거나 사진, 영상, 뉴스 링크를 보내는 친구가 많다. 내용을 보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극단적인 건 매일반인데, 양쪽의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저들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 이리되든 저리되든 우리는 ‘망할’ 나라에 살고 있구나!
선거철만 되면 나라가 확 갈라진다. 선거가 아니라도 이제는 일상으로 그렇다. 정치가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닐진대 평범한 사람들이 왜 그러는 걸까 관찰해보면, 우리는 정치를 ‘나라의 살림을 잠시 위임하는’ 정도가 아니라, ‘불의를 몰아내고 정의를 실현하는’ 과정쯤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아직 우세한 것 같다. 종교와 같은 신념으로 싸운다. 중간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많은 것이 역사와 구조에서 비롯하지 않을까 싶다. 이념을 앞세운 전쟁의 상흔은 반세기 넘도록 증오의 긴 꼬리를 남겼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는 바꿀 수 없으니, 남은 과제는 구조. 우리 사회가 유난히 대결적이고 극단적이며 자해적이기까지 한 것은 많은 부분 정치적 권력 구조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을까. 권력으로 얻을 효용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한탕을 노리는 부나비 떼들은 군무를 이루고,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정치인들의 이해관계 속에 정치로는 한 푼 얻을 것 없는 우리 어머니 같은 분마저 휩쓸리며 나라가 상시적 전장(戰場)으로 유지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체 왜 저럴까 싶은 사람들도 있다. 낼모레면 환갑인데 평생 뚜렷한 직업 없이 정치권 언저리만 서성이는 선배가 있고, 30년 지나면 그 선배와 똑같은 모습이 되어 있을 20대 후배도 있다. 그들의 이상을 지나치게 폄훼하는 발언일 테지만, 자기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면서 어떻게 나라를 이끈다고 그럴까, 측은함과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엊그제는 왕년 ‘민중가수’가 어느 대통령 후보 부인이 성형 수술한 것을 노래로 만들어 비하했는데, 그건 그렇다 치고, “위대한 뮤지션(마이클 잭슨)에 비유해준 것은 오히려 감사할 일”이라고 상대편 후보 대변인이 옹호하는 대목에서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궤변에 환호하는 집단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이 나중에 청와대 대변인 되고 의원, 장관, 기관장 되더라는 경험칙이다. 그러니 특정 진영에 착 달라붙어 논리에 닿든 말든 하고 싶은 말만 주야장천 하면서 버티면 출셋길이 활짝 열리고, 반대편 진영에 있는 사람들도 그것을 직업적 동지애로 느끼며 똑같이 따라 한다. 내내 백수로 살다가 ‘후보 베팅’에 성공해 한자리 얻으면, 투입한 자원을 한정된 시간 안에 뽑아내야 하니 부패도 만연하는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된들 이런 구조를 바꿀 수 있을까? 내가 정치적 회의론자가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당선증 받고 나면 수천 명 ‘빚진’ 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 여왕벌 역할을 그만둘 수 있을까? 손에 넣은 꿀단지를 공짜로 내려놓으려 할까? 대통령 본인이 하고 싶어도 측근들이 온갖 이유로 막아설 것이다. 그들에게는 일생에 한 번 찾아올까 말까 한 대박 찬스니까. 결국 권력 구조가 성문(成文)을 통해 바뀌지 않는 한 권력자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회의감 가운데, 우리는 또 한 번 하릴없이 투표장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대선이 20일 정도 남았다. 선거가 끝나면 단톡방 다시 만들고 어머니를 모셔야겠다. 정치 말고도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으니까. 흔한 말로, 사랑하며 살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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