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를 안아 보다
- 이해리
안개를 안아 보다
- 이해리-
외로움도 사무치면 안개도 사람인가하여 안아보는 밤이 있습니다
안아도 안아도 실감이 없는 사람, 뼈도 살도 없이 푸르스름 분위기만 있는
그를 품는 밤엔 내가슴에 한 겹 더 허무의 지층 쌓이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묵담채빛 선경은 길을 잃어도 좋은 피안입니다 멀리 無優寺(무우사) 연등 물결
눈물처럼 가물거리고 사십 리 복사꽃밭은 분홍 꽃잎만 공중에 둥둥 떠내
려 보낼 때 어디선가 귀촉도귀촉도 두견이 울어 그도 나처럼 살고 싶은
누구입니까
마음은 자욱하나 드러낼 수 없는 실물을 가진 누구입니까 그의 가슴을
만지면 잠시 사랑했다 헤어진 이름 생각나고 희미해진 이름 끌고 골짜기
배회하는 서늘한 누군가가 느껴집니다.
어쩌면 너무 멀어서 쉽게 만져보기 어려운 슬픔의 입자들과 하룻밤 뺨
대고 싶어 길을 잃는 저녁이 있습니다 길을 잃고서야 무릉도원을 만나는
그런 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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