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코로나 항체, 아스트라가 화이자의 5분의 1

최만섭 2021. 11. 20. 05:02

코로나 항체, 아스트라가 화이자의 5분의 1

국내 접종자 백신효과 첫 조사… 항체량 낮을수록 감염 위험
화이자 2119, 모더나 2852… 아스트라는 392밖에 안돼
아스트라·화이자 교차접종은 3개월뒤 항체량 7분의 1
60代이상은 항체 조사도 안해… 전문가 “방역당국의 큰 실책”

 

입력 2021.11.20 03:05
 
 
 
 
 
2021년 6월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마친 뒤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올봄부터 고령층(60~74세)이 집중적으로 접종받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은 2회 접종을 끝낸 뒤 면역력이 형성되는 2주 후 중화항체(中和抗體)량이 화이자 접종자의 5분의 1, 모더나 접종자의 7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3개월 뒤엔 이 수치가 절반 아래(392→146)로 뚝 떨어졌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항체를 말한다. 이 수치가 낮으면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왔을 때 감염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방역 당국은 지금껏 “국내에서 접종되는 백신은 종류와 상관없이 모두 효과성과 안전성이 검증된 좋은 백신”이라고 했는데, 사실상 백신별 효과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셈이다.

19일 본지가 국회 서정숙 의원실(국민의힘)을 통해 입수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의 ‘코로나 백신 접종자 면역원성 분석 중간 결과’에 따르면, AZ(2회)와 얀센(1회) 접종자는 접종 완료 후 중화항체량이 각각 392⋅263으로 측정돼, 모더나(2852)·화이자(2119)에 비해 크게 낮았다. 아울러 AZ를 맞은 뒤 화이자로 교차 접종 받은 이들도 접종 초기 형성됐던 중화항체량이 3개월 만에 7분의 1수준(2368→326)으로 떨어졌다.

백신별 중화항체 얼마나 줄었나

이번 정부 연구는 AZ 접종자 228명, 화이자 213명, 모더나 177명, 얀센 251명과 AZ·화이자 교차 접종자 100명 등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당국은 “주기적으로 채혈할 수 있는 18~50세 연령층의 의료진이 주로 포함돼 진행된 연구”라고 했다. 해외 연구가 아닌 국내 접종자들의 실제 사례를 토대로 백신별 중화항체량을 측정한 정부 연구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교수는 “현재 고령층 위주로 돌파감염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연구 결과로 설명된다”면서 “항체량이 떨어졌다고 면역력이 다 없어졌다고 보긴 힘들지만 정부가 이런 연구 결과를 알고도 고령층을 상대로 더 빨리 추가 접종(부스터샷) 계획을 내놓지 않은 것은 실책”이라고 했다.

최근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작년 초 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2~3배 수준인 델타 바이러스다. 델타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량은 AZ 백신과 화이자 백신 모두 각각 3개월 뒤와 5개월 뒤 접종 직후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나는 백신을 2회 다 맞았으니 ‘코로나 무적(無敵)’일 줄 알았는데, 황당하죠.” 지난 8월 아스트라제네카(AZ)로 접종 완료받은 김모(65)씨는 지난 4일 돌파 감염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 다음 주엔 역시 접종을 완료한 김씨의 아내마저 돌파 감염으로 연이어 확진됐다. 김씨는 “병원에서 진료받는데, AZ는 두세 달밖에 효과가 안 가는 것 같다고 의사가 말해 정말 화가 났다. 이런 ‘물백신’이 어디 있나”고 했다.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는 가운데 2021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병상을 살펴보고 있다./연합뉴스

◇고령층 사망자·중환자 증가 원인

김씨의 이 같은 우려는 방역 당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자 면역원성 분석 중간 결과’ 연구를 통해 실제로 확인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상황에선 코로나 백신 효과가 더 빨리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작년 2월 코로나 유행 초기에 유행한 코로나 바이러스에선 AZ 백신이 접종 초기(672)와 3개월 뒤(193)까지 비교적 높은 항체량이 유지됐으나, 델타 변이가 유행하자 항체량이 접종 초기(207)와 3개월 뒤(98)에 크게 감소한 것이다.

 

백신 종류별로 살펴보면, AZ 2회 접종자는 3개월 만에 중화항체량이 절반 아래(207→98)로, 화이자 2회 접종자는 5개월만에 절반쯤(338→168)으로 감소했다. 이번에 정부가 60세 이상 고령층의 부스터샷 접종 간격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줄인 이유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교차 접종(AZ-화이자) 받은 사람들 역시 델타 변이에 대한 중화항체량이 3개월 만에 3분의 1 수준(945→376)으로 빠르게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병원 주차장에 설치된 ‘이동형 음압병실’ - 수도권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중환자 병상 부족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19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주차장에 중증 환자 급증에 대비한 ‘이동형 음압 병실’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항체량이 떨어지는 것에 비례해서 방어력이 떨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고 돌파 감염자가 늘어난다는 경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바이러스의 공격을 무력화시켜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중화항체량이 딱 잘라 어느 수준인지는 과학적으로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항체량이 낮으면 그만큼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영준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역학조사팀장은 “(항체량이) 어느 수준 밑일 때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된다는 기준은 정리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다만 상대적으로 A백신이 B백신보다 더 빠르게 항체량이 떨어진다는 식의 비교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층 연구 부실했던  ‘실책’

이번 방역 당국 중화항체 분석 연구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시급히 이뤄지지 못했던 것도 “아쉬움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정부는 올 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고령층 등 취약층을 두텁게 보호해 사망자·중환자를 줄이는 것이 접종 최우선 목표라고 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국내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항체 분석 연구는 60세 미만 연령층만 대상으로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혈액 채취를 주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의료진을 중심으로 평가 진행을 하다 보니 주로 18~50세가 포함된 조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령층 보호를 위해 백신을 조기 접종한다고 말해온 정부가 정작 항체 조사에선 고령층을 배제한 것은 “큰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백신을 접종받아도 항체가 잘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더 철저히 항체 조사를 했어야 한다”며 “이런 기초적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캐나다 루넨펠트-타넨바움 연구소는 온타리오 요양원의 노인을 대상으로 면역 반응 연구를 하는 등 해외에선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앞으로 고령층 등에 대한 추가 분석 작업을 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정 청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의료계와 협의해 소아·청소년, 임신부, 고령층에 대해선 추가적인 조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결과가 나오면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중화항체

병원체나 감염성 입자가 신체에 침투했을 때 생물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중화하여 세포를 방어하는 항체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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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책부 기자입니다. 코로나19및 보건·의료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