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종률 80%에도 유행 확산… 집단면역은 환상이었다
전파력 강한 델타변이 번지며 계산 빗나가
“전 국민 70~80%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 정부가 상반기부터 장담했던 말이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24일 현재 백신접종 완료율이 전 국민의 79.1%, 18세 이상 성인은 91.1%까지 올라갔지만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백신이 효과가 없는 게 아니냐”는 불신론까지 퍼지는 양상이다.
◇전파력 강한 델타 변이 고려 못해
정부가 ‘집단면역’ 달성을 언급한 건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 2~3월 무렵이다. 당시 유행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떨어져 백신을 많이 맞히면 그 기세를 꺾으면서 ‘집단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파력이 3배가량 높은 델타 변이가 찾아오면서 이런 계산이 빗나갔다. 아무리 백신을 많이 맞혀도 델타 변이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델타 변이에 대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전 국민 약 83% 이상이 면역력을 가져야 하는데, 지금 백신은 감염 예방 효과가 60~80%만 나타난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전 국민이 다 백신을 맞아도 쉽지 않은 셈이다. 지난 9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델타 변이는 감염력이 높고 감염 차단 효과를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어 집단면역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환호했던 세계 각국이 이제 집단면역보다 피해 최소화, 즉 일상 회복을 유지한 상태에서 접종률을 높이고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최대한 백신을 많이 맞혀 중증 환자나 사망자를 줄이는 쪽으로 선회한 이유다. 미 CNN은 “백신이 가진 효과는 분명하지만 백신만으로 코로나를 종식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교훈을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은 인구 대비 86%, 아일랜드는 12세 이상 인구의 약 89%가 접종을 완료해 유럽에서 ‘백신 접종 모범국’으로 꼽혔다. 한때 일 확진자가 200~300명대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2000~3000명대로 폭증하면서 봉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 영향이 있다”고 말한다. 당초 백신 접종 후 6개월가량은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는 4~5개월부터 효과가 떨어져 ‘돌파 감염’에 중증 환자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접종률 치적 쌓으려 집단면역 강조”
국내에서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구나 우리는 올해 상반기 백신 부족으로 고령층과 고위험군이 먼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위주로 접종받았다. AZ 백신은 접종 후 3개월 지나면 항체 수치가 급감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정부는 별다른 후속 대책 없이 접종률 70% 달성을 근거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확진자와 중증 환자가 급증하자 뒤늦게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명확한 분석 없이 불확실한 집단면역 효과를 강조해 눈에 보이는 접종률 수치에 집중했다”고 지적한다. 실제 델타 변이가 국내에서도 한창 퍼지던 지난 8월 전문가들은 “정부가 1차 접종률을 높이려 하지 말고 고위험군 접종과 취약 시설에 대한 부스터샷을 챙겨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석 전까지 1차 접종률 70%, 10월 말까지 접종 완료율 70% 달성” 등 ‘접종률 환상’에 사로잡혀 정작 실질적인 대책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접종률 달성이라는 치적 쌓기에 급급해 충분한 연구나 조사 없이 집단면역을 공언했다”면서 “접종률만 높으면 코로나가 종식될 거라고 했던 발언들이 지금은 불신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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