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강인선 LIVE] 공감능력이 리더십이다

최만섭 2021. 7. 23. 05:25

[강인선 LIVE] 공감능력이 리더십이다

3년 전 “선원 구출” 자랑한 文
문무대왕함 해군 90% 감염에 “안이한 대처” 에둘러 軍 탓해
국민 눈높이 맞춰야 진짜 리더

강인선 부국장

입력 2021.07.23 03:00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청해부대’가 등장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4월 30일, 가나 해역에서 피랍되었던 우리 선원 세 명이, 구출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 문무대왕함과 함께 조국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파병 10년이 넘는 청해부대는 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박을 보호하고 해상 교역로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바로 그 유명한 문무대왕함 청해부대원들이 코로나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집단감염돼 급히 귀국했다. 부대원 전체 301명 중 270여명, 90%가 감염된 상태였다.서울공항에 도착한 장병들이 비행기 트랩을 내리는 사진을 보면서 목으로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코로나인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약이 부족해 고생을 했다고 한다. 정부와 군은 어떻게 군인들이 저 지경이 되도록 방치할 수 있었을까.

군 통수권자이자 방역의 최종 책임자인 문 대통령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 대신 김부겸 총리와 서욱 국방 장관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게 군 수송기를 보내 전원 귀국 조치하는 등 우리 군이 나름대로 대응했지만 국민 눈에는 부족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에 감염돼 귀국한 장병들을 보면서 국민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분노와는 거리가 먼 발언이었다. 공감 능력 부족이 의심될 정도였다. 그러자 청와대는 군 수송기를 보낸 것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라고 뒤늦게 설명했다.

1983년 10월 레이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섰다. 레바논에 파병한 미 해병대 241명이 자살 특공대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직후였다. 당시 기준으로 베트남전 이후 최대의 군사적 손실이라 할 정도로 미국에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백악관 참모들은 어떻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 레이건은 자신이 직접 사태의 처음부터 끝까지 설명하겠다고 나섰다. 레이건은 이 연설에서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했다. “많은 분들이 묻습니다. 왜 우리 젊은이들이 레바논에서 목숨을 잃어야 합니까. 레바논이 미국에 왜 중요합니까.” 그는 국민 누구나가 가질 만한 기본적인 의문을 상세하게 풀어 나갔다. 좋은 연설이었다. 그렇다고 그 참혹한 실패를 되돌릴 순 없었다. 다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국민을 다독이는 노력은 할 수 있었다. 악화일로의 여론이 멈춰섰다.

 

코로나 상황은 이미 총성 없는 전쟁 상태이다. 모든 것이 비상 상황을 기준으로 움직이는데 우리 장병 300명을 태운 군함이 코로나 위협에 아무런 대책 없이 아프리카의 먼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다니.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분노한 여론 앞에 대통령은 에둘러 군을 탓했고,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연히 해야 할 귀국조치 지시를 특별한 것으로 포장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말로 국민들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국방부도 공감 능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군에선 장병들을 귀국시키면서 ‘오아시스’라는 작전명까지 붙이고 홍보하기 바빴다. 국방부와 합참은 “우리 군사 외교력이 빛을 발휘한 사례”, “최초의 해외 긴급 의무 후송 합동 작전” 같은 표현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진실은 군의 방역 실패로 배를 버리고 떠나야 했던 세계 해군사(史)에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 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줄 아는 능력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바탕에서 생각할 줄 아는 힘이다. 그건 제3자로서 보여주는 연민이나 동정과는 다른 마음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그런 공감 능력이다. 공감능력이 곧 리더십이다.

 

 

강인선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