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앞바다에 빠진 박정희, 故 최영섭 대령이 몸 날려 구했다
입력 2021.07.08 15:28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부친인 최영섭 예비역 대령이 8일 만 9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 전 대령은 6·25 전쟁 당시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PC-701)의 갑판사관으로 복무하며 북한 인민군의 무장수송함을 격침시킨 대한해협해전의 전쟁 영웅이다. 대한해협해전은 6·25 당시 최초의 해군 승전(勝戰)으로 기록됐다.
아들인 최 전 감사원장이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 전 대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인연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 전 대령이 박 전 대통령의 생명을 구한 에피소드가 있어서다. 이 사연은 지난 2일 조선일보 유튜브 프로그램 ‘팩폭시스터’에서 소개되며 관심을 끌었다.
1962년 10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당시 기록사진. 코트가 바닷물에 젖어있다. /울릉군청
8일 이만섭 전 국회의장 회고록 ‘나의 정치인생 반세기’와 최 전 대령 과거 인터뷰 등을 종합하면, 박 전 대통령은 5·16을 성공시킨 이듬해(1962년) 10월 11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으로 울릉도를 방문했다. 포항에서 해병대 상륙훈련을 참관한 직후 2000t급 병력 수송 호위함인 APD81함(艦艇)을 타고 울릉도로 이동했다.
이 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을 수행한 이가 해군을 대표해 최고회의 총무수석비서관으로 차출돼온 최영섭 대령이었다. 최 대령 외에, 훗날 국회의장을 지낸 이만섭 당시 기자와 민기식 장군 등이 일정에 동행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은 함선을 타고 풍랑 속에서 울릉도 인근까지 도착한 뒤, 상륙용 보트로 갈아 타고 육지로 향했다. 당시 울릉도 도동항은 번듯한 접안 시설조차 없는 어촌 마을이어서, 해군 함정이 접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랑이 더욱 거세지면서 보트조차 접안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보트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만섭 당시 기자는 “그때 기골이 장대한 최영섭 대령이 얼른 내려와 박 의장을 업어서 뭍으로 나왔다”고 기록했다. 최 전 대령은 이후 이상돈 전 국회의원과의 대화에서 “박 의장이 몸무게가 가벼워, (나로서는) 가뿐했다”고 회상했다.
1962년 10월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울릉도를 방문했을 당시 기록사진. 코트가 바닷물에 젖어있다. /울릉군청
울릉도 일정에서 고생을 하고 돌아온 박 전 대통령은 귀경한 뒤 울릉도·독도 등 도서(島嶼) 지역을 각별히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육지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와 생활필수품을 보냈고, 어선을 동력화하는 데 예산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이후 치러진 1963년 대통령 선거에서 박 전 대통령은 영·호남 도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표를 얻었고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최 전 대령은 생전 인터뷰에서 “첫 대선 직후 박 의장으로부터 ‘최고회의 총무수석으로서 섬 지방 민원을 챙겨준 당신 덕분에 내가 당선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최 전 대령에게 청와대 근무를 제안했지만, 최 전 대령은 “나는 한강을 (함께) 건넌 혁명동지가 아니다”면서 사양하고 해군으로 돌아가서 해군사관학교 등에서 근무하다가 1968년에 전역했다.
▷[팩폭시스터 LIVE]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목숨 구했던 최재형의 부친 최영섭 에피소드 들으러가기
장상진 기자
뉴욕특파원(2012~2013), 정치부 국회팀(2014~2015), 산업부 부동산팀장(2018~2019), 사회부 기동취재팀장(2019~2020), 조선NS 대표(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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