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반도체 산업만으로 나라 경영 못한다
정부가 규제 완화 약속한 반도체 산업 외에도
바이오·원격진료·인공지능… 국가 명운 달린 산업 많아
다음 세대에게 일자리 주려면 서비스산업에도 더 지원해야
입력 2021.05.26 03:20
정부가 지난 13일 삼성의 평택캠퍼스에서 반도체업계 대표들을 모아 놓고 K-반도체 벨트 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들은 5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를 약속하고, 정부는 연구개발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세제 감면, 전력·용수 지원, 인력 양성, 그리고 화학물질 취급 등과 관련하여 규제 완화를 다짐했다. ‘초고속’으로 실천에 옮겨 주기를 바라면서 몇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먼저 규제 완화와 관련하여, 무슨 큰 인심이라도 쓰는 것처럼 “우선 신고만으로 사용하게 하고 사후에 정식 허가를 받는 방안”을, 그것도 “검토한다”는 식의 미온적인 자세로는 안 된다. 간단하다. 미국·중국 등 경쟁국에 없는 규제는 우리도 없애야 한다. 이것도 못 해주면 그다음은 아예 논할 필요도 없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캠퍼스 전경.
부지·용수·전기의 확보도 결정적이다. 요즘 세상에 기업 투자를 유치할 때 이런 기본 인프라는 물론 인력 대책까지 세워주는 것은 상식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시간과의 싸움”인 국제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자기 비용을 들여서, 다른 나라에서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들여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왔다. 앞으로는 정부가 선제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돈 문제 이전에 시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지원보다도 더 중요하다.
세제 지원은 박근혜 대통령 때인 2014년부터는 대·중견·중소기업으로 나누어 지원 수준을 차등화하면서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유명무실한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연구개발·설비 등 투자에 대한 세액 감면 확대를 검토하겠다는데, 바로 실행하면 되지 뭘 검토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대기업에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사고방식은 정말 문제다. 대기업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는 법인데 다 포기할 생각인가.
인력 양성은 더 걱정이다. 지방 대학을 구한답시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을 검토하겠다는, 13년째 대학 등록금을 동결시키고 자사고·외고 등 좋은 학교 없애는 일을 능사로 삼고 있는 교육부에 뭘 기대할 수 있을까. 교사 자격증이 없으면 기간제 교사로도 채용할 수 없어서 AI 같은 당장 필요한 분야를 가르칠 교원을 확보할 길이 없는 나라가 아닌가. 개인과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대책 중에는 법을 고쳐야 되는 것들이 많아서 특별법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도 문제다. 반도체는 수많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토대 위에서만 존립할 수 있는 만큼 노동법, 화학물질관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소부장 기업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들을 차제에 다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참에 반도체와 털끝만큼이라도 관련된 업종들을 모두 다 규제 유보와 지원 확대 대상에 포함하면 더 좋을 것이다.
사실은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반도체산업 하나만 경쟁력이 있다고 다음 세대에게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 줄 수가 있는 게 아니다. 이번 대통령의 방미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 이차전지와 그 소재, 원격진료,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6G 통신, 소형 원자로, 수소 등 신에너지산업처럼 국가의 명운이 걸려 있는 산업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판 뉴딜의 10대 과제에 속하는 것은 다 포함해야 한다.
이 모두가 연구개발·설비·인력 양성에 대규모의 투자를 필요로 한다. 코로나로 피해를 입지도 않은 사람들까지 재난지원금을 주고, 선거를 앞두고 예비타당성 검토를 면제해 가면서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SOC 사업에 돈을 내버릴 것이 아니라 이런 산업들에 무차별적으로 투자 지원을 했더라면 벌써 ‘백신 주권’을 이룩했을 것이다.
일자리라는 관점에서 보면 지원해야 할 산업은 얼마든지 더 있다. 사실 첨단 산업은 일자리 만들기에는 불리하다. 연구개발·시설 투자에 돈을 퍼부어도 나라가 걱정하지 않아도 취직 될 사람들의 일자리를 조금 만들 수 있을 뿐이다. 서비스산업, 특히 여행·음식·숙박·전시·공연·항공 등 조금도 첨단이 아니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는 부문을 더 지원해야 한다.
현재의 고용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다음 대선을 치를 생각이 아니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의 크기를 묻지 않고,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를 부추길 수 있는 규제 개혁과 정부 지원이 절박하다. 반도체산업을 위해 하려는 일들을 모든 산업에 다 해주어야 한다.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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