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남 3구 생산액 133조원, 강북 노도강은 13조원

최만섭 2021. 5. 21. 05:09

강남 3구 생산액 133조원, 강북 노도강은 13조원

[강북 르네상스 열자] [中] 경제 거점이 없다

진중언 기자

입력 2021.05.21 03:00

 

 

 

 

 

지난 18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구역. 종로와 맞닿은 세운상가 주변부터 청계천, 을지로 일대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엔 영세한 공구 상가와 공업사들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었다. 서너 집에 한 집꼴로 문이 닫혀 있었고, 인적이 드문 뒷길엔 간판도 없는 가건물이 흔했다. 1970년대 국내 전자 산업의 중심지로 통했던 세운상가 일대는 1979년 재개발을 위한 정비 계획이 처음 수립됐고, 2006년엔 재정비 촉진구역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사업 추진을 둘러싼 구성원 간 갈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개발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결국 박원순 시장 시절인 2014년 서울시는 세운상가를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남기기로 결정했고,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틀어 주변에 보행로·공원 등을 만들었다. 상가 건물은 외관을 리모델링했다. 세운상가의 한 상인은 “겉보기엔 좀 깔끔해졌는지 모르지만 이제 일하는 사람도, 손님도 없는 죽은 상가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11년째 방치된 창동역 민자역사 - 대규모 복합 쇼핑몰로 개발하려던 서울 도봉구 창동역 민자역사는 2010년 공사가 중단돼 11년째 방치돼 있다. 전문가들은“강북 지역에서 추진하던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줄줄이 좌초하면서 새로운 산업 기반을 만들지 못한 탓에 강남과의 경제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지적한다. /박상훈 기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 줄줄이 좌초

강북 도심 내 산업 기반 부재(不在)는 강남과의 격차를 더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올해 초 서울시가 발표한 지역내총생산(GRDP) 통계를 보면, 25구에서 가장 높은 강남구(69조1860억원)는 최하위인 강북구(3조2070억원)의 21배가 넘는다. 강북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지역인 용산구의 경제 규모(12조3000억원)도 강남구의 5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경제 규모 총량뿐만 아니라 지역 내 주요 생산활동 구성에서도 강남과 강북은 차이가 크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로 구성된 동남권은 전체 GRDP에서 도매·소매업(20.9%)과 사업서비스업(20.6%)이 핵심이다. 그러나 노원·도봉·강북·중랑구 등 8구가 속한 동북권은 부동산업(17.1%)의 비율이 제일 크다. 부동산 거래가 지역 내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주요 경제활동일 뿐, 서비스업이나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서울 강남은 코엑스가 있는 삼성동이 마이스(MICE·전시) 산업을 주도하고, 테헤란로를 비롯해 범강남권인 판교테크노밸리, 분당 등이 국내 IT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서남권에도 구로·금천구엔 서울 유일의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가 있고, 김포공항 인근 마곡지구는 LG·롯데·코오롱 등 대기업이 대거 입주해 첨단산업 융복합 단지로 부상했다.

 

‘강남 3구’ VS ‘노·도·강’ 지역내총생산(GRDP)

반면 강북에는 제대로 된 산업지구를 찾기 어렵다. 과거 거창한 계획을 내세웠던 대규모 업무지구 개발 프로젝트가 ‘용두사미’로 전락한 이유도 크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 불렸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자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2013년 좌초했다. 11년째 공사 중단 상태로 남아있는 창동역 외에도 서울역, 광운대역 등 대형 역세권 개발 프로젝트도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다.

 

◇”과감한 규제 완화로 도시 경쟁력 높여야”

서울 한복판 ‘금싸라기’ 땅인 용산 정비창 부지엔 현재 잡초만 무성하다. 지난해 정부는 국제업무지구 조성이 무산된 이 땅에 1만 가구의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는 “용산은 강북의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입지인 만큼 땅의 가치에 맞는 유연한 개발 계획이 필요하다”며 “주거시설도 일부 들어가야 하겠지만, 제대로 된 상업·업무시설을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는 ‘큰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일본 도쿄나 영국 런던의 사례를 참고해 과감한 규제 완화로 강북에 신흥 경제 중심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도쿄 일왕 궁전 건너편에 있는 마루노우치 일대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른바 ‘백척(百尺) 규제’에 묶여 수십 년 된 4~5층 건물이 즐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용적률 규제 완화로 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면서 수십 층 높이의 마천루가 들어섰고, 지금은 도쿄를 대표하는 업무지구이자 관광 명소가 됐다. 양진석 와이그룹 대표 건축가는 “런던도 템스강을 경계로 낙후된 이스트엔드를 고층으로 재개발하면서 지역 경제가 몰라보게 좋아졌다”며 “서울 강북에서도 광화문 주변 고도 제한 완화 등 기존 개발 패러다임에서 탈피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중언 기자

 

부동산 시장과 건설산업 관련 기사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