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부세 16년만에 칼댄다, 52만채 중 절반 제외 추진

최만섭 2021. 5. 28. 05:44

종부세 16년만에 칼댄다, 52만채 중 절반 제외 추진

[중앙일보] 입력 2021.05.28 00:20 수정 2021.05.28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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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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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16년째를 맞은 종합부동산세가 수술대에 오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시가격 상위 2% 이내 부동산 보유 인원에게만 종부세를 물리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로 했다. 금액에 따라 부과 대상이 갈리는 현행 종부세 근간을 비율제로 바꾸는 ‘대공사’다. 정부 반대가 거세고 여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커 최종 판단 시점은 다음 달로 미뤘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논란이 예상된다.
 

여당, 종부세 상위 2%만 과세 검토
양도세 비과세 기준 9억서 12억
이견 있어 공청회 거쳐 내달 결정
전문가 “여당 오락가락 시장 혼선”

당정 협의서 ‘종부세’ 조정 가능성
재산세 감면 기준 6억→9억으로
무주택 세대주에 LTV 20%P 우대

27일 민주당은 정책 의원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채택했다.
 
재산세 감면 대상을 공시가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넓히는 방안은 별다른 이견 없이 이날 총회를 통과했다.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공시가 6억~9억원 사이 주택도 재산세율을 3년간 0.05%포인트씩 깎아주는 혜택을 받는다. 일찌감치 예고됐던 대로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정책 개선안.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쟁점이었던 종부세 완화 방안은 이날 총회에서 찬반 의견이 충돌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신 선택지는 크게 2가지로 좁아졌다. 우선 공시가 상위 2% 이내에만 해당하는 인원에게 종부세를 물리는 당 부동산특위 안, 그리고 현행 기준(공시가 6억원 이상, 1주택은 9억원 이상)을 유지하는 대신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정부 안이다. 종부세 과세 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양도세 완화 방안도 내부 의견이 갈려 미완 상태다. 당 부동산특위는 1가구 1주택자 비과세 금액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안을 올렸지만 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양도 차익 규모에 따라 장기특별공제율 상한을 차등해 적용하는 방안과 함께 추가로 논의를 이어가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김진표 당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양도세·종부세 부담을 현실화하는 문제는 공청회 등 과정과 정부 및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부분 보완하거나, 아니면 우리 당의 특위 안대로 큰 폭의 제도 개편을 하는 대안을 6월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주택자 LTV 완화도 추진, 종부세 개편은 기재부 반대 변수  
 
이날 의원총회에선 금융 대출 규제 완화 방안도 확정됐다. 무주택 세대주가 집을 살 때 적용되는 담보인정비율(LTV) 우대율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향 조정된다. 예컨대 조정대상 지역에서 집을 사면 최대 70%까지 LTV 적용을 받을 수 있다.
 
LTV 우대 혜택을 받는 무주택 세대주 소득 기준도 부부 합산 연 8000만원에서 9000만원(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9000만원에서 1억원) 이하로 완화된다. LTV 우대 주택 가격 기준도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는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조정대상 지역은 5억원에서 8억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된다.
 

민주당 주택시장 안정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날 총회의 ‘뜨거운 감자’는 종부세였다. 2005년 시행했을 때부터 16년째 공시가에 따라 부가 대상을 나눴던 종부세 틀 자체를 비율제로 바꾸는 방안이 공식 논의 선상에 올랐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유세(종부세와 재산세)는 공시지가의 급상승으로 자동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종부세 제도를 개선해 (부과 기준을 상위) 2%로 하되 늘어난 세금 절반 정도를 청년 주거나 서민 복지에 쓰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협의해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기준대로라면 종부세 부과 대상은 전체 주택의 3.7% 정도다. 부동산특위 안 대로 상위 2% 이내로 한정하면 종부세 부과 주택 수는 약 52만 채에서 26만 채(아파트 한정 추정치)로 절반가량 줄어든다.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52만→28만 채)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 부과 기준을 상위 2% 비율제로 바꾸면 매년 종부세 부과 공시가 금액을 높이냐, 마느냐를 두고 씨름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작업은 아니다. 종부세법 자체를 큰 폭으로 뜯어고쳐야 하고 상위 2% 인원을 추려내는 대대적 행정 작업도 해마다 반복해야 한다. 종부세 부과 기준 금액이 매년 들쭉날쭉한 문제도 있다. 보유세 등 재산 관련 세제에서 비율제를 채택하는 국가가 거의 없는 배경이다.
 
정부가 현행 유지 방침을 고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1주택 공시가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 기준을 그대로 두되 ▶상속·증여 또는 매매 시까지 종부세 납부를 미뤄주는 납부유예제도 도입 ▶공정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90%) 유지 ▶10년 이상 장기거주공제 신설 등 보완책을 제시한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종부세 상위 2% 부과안은) 부동산특위 안일 뿐 여당 당론으로 정해진 건 아니며 당정 협의 등을 통해 이견을 좁혀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여당 내부의 반발로 인해 당 부동산특위도 종부세·양도세 관련 결정 시점을 다음 달로 미뤘다. 당 특위 안처럼 큰 폭으로 수정하지 않고 정부 안대로 지금의 틀을 유지하고 일부 보완만 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세제 개편 방향을 놓고 여전히 오락가락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거래세는 인하, 보유세는 정상화한다는 큰 원칙을 갖고 세제를 개정해야 하는데 여당은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시장의 혼선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주도하는 부동산 세제 완화 방향·효과에 대해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부세를 전국 상위 2%에 과세한다는 거지만 서울만 놓고 보면 과세 대상 인원 비율이 훨씬 커질 수 있다”면서 “상위 2%에 세금을 매기려는 의도라면 현재 상위 2%에 해당하는 가격을 정해서 종부세를 매기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짚었다.
 
세종=조현숙·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종부세 16년만에 칼댄다, 52만채 중 절반 제외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