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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쿵, 삼성 복덩이 피렐라가 뛰어온다

최만섭 2021. 5. 8. 06:12

쿵쿵쿵, 삼성 복덩이 피렐라가 뛰어온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베네수엘라産 들소’ 온몸 야구

양지혜 기자

입력 2021.05.08 03:00 | 수정 2021.05.08 03:00

 

 

 

 

 

삼성의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가 지난달 25일 KIA와 벌인 광주 원정 경기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송구가 빠지자 3루로 달리는 모습. 올 시즌 국내 무대에 데뷔한 그는 주루 플레이를 할 때 전력을 다하는 모습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타석에서도 맹활약하며 삼성이 6년 만에 리그 선두를 달리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호세 피렐라(32·삼성)는 성난 들소처럼 야구 한다. 쉼 없이 뛰고 또 뛰어 유니폼에 흙먼지가 가실 새가 없다. 내야 땅볼을 쳐도 1루까지 우당탕탕 달리고, 희생플라이로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올 때도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전력 질주한다(그는 평발이다). 출루하면 호시탐탐 다음 베이스를 훔칠 기회를 엿본다. 피렐라의 육중한 발놀림에 놀란 상대 수비수 실수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경우도 많다. 타석에선 야구공을 쪼갤 것처럼 온 힘을 실어 방망이를 휘두른다. 7일까지 성적표는 리그 안타 2위(40개), 홈런 2위(9개), OPS(장타율+출루율) 3위(1.032), 득점 3위(23점), 타율 6위(0.342). 그야말로 복덩이를 얻은 삼성은 6년 만에 리그 선두 맛을 즐긴다.

피렐라에게 삼성은 5번째 프로 팀이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17세였던 2006년 30만달러(약 3억3000만원)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데뷔는 2014년 9월에야 했다. 이듬해까지 양키스에서 뛰다가 트레이드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2016~2019)와 필라델피아 필리스(2019) 유니폼을 입었다. 5년간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02경기 타율 0.257 17홈런 82타점. 작년에 일본프로야구(NPB)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뛰었고 올해 삼성으로 왔다.

삼성 외국인 선수 호세 피렐라가 슬라이딩하는 모습.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그의 유니폼은 항상 흙먼지투성이다.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는 자신의 최대 강점으로 “아팠던 기억이 없는 강철 체력”을 꼽는다. 미국에서도 튼튼한 몸 하나는 인정받았다. 지난해 일본에선 운이 없었다. 히로시마 구단에서 철인(鐵人)으로 불렸던 가네모토 도모아키(1492경기 연속 출장 기록 보유자)의 배번 ’10번'을 줄 만큼 철강왕다운 활약을 기대했는데,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로 리그 개막이 늦어졌다. 그러면서 잔부상에 시달렸고 가족과 떨어져 지내 외로움도 컸다. 최종 성적은 99경기 타율 0.266 11홈런 34타점. NPB에서 가장 돈 없는 히로시마로선 연봉 약 10억원으로 재계약하기엔 애매한 성과여서 결국 방출시켰다. 하지만 투혼 넘치는 플레이에 반했던 동료들은 그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히로시마역까지 배웅 나왔다.

 

피렐라의 야구를 본 사람들은 “가슴을 뜨겁게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를 파드리스에서 취재했던 미국 기자는 “매일 오늘이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야구 하는 선수”라고 평했다. 일본에서도 적장(敵將)인 하라 다쓰노리 요미우리 자이언츠 감독이 온 몸을 찢듯이 점프해 외야 타구를 잡아내는 피렐라를 보고 “프로가 무엇인지 보여준다”고 감탄했다. 삼성 동료들도 극찬 일색이다. 주장 박해민은 “선수 한 명으로 생기는 팀의 변화가 놀랍다”고 했고, “같은 야구 선수로서 존경한다”(구자욱), “선수단 전체에 큰 울림을 준다”(강민호),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이원석) 등의 평가가 잇따른다.

피렐라는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매 순간 100%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피렐라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삼성은 7일 대구 홈에서 롯데를 4대1로 누르고 선두를 굳건히 했다. 선발 원태인이 7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로 다승 단독 1위(5승)와 평균자책점 1위(1.18)에 올랐다. 한화-LG(잠실), NC-KT(수원), 키움-SSG(인천), 두산-KIA(광주) 프로야구 경기는 미세 먼지 악화로 취소됐다. 8일 오후 2시 더블헤더 경기로 진행한다.

 

양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