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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별의 순간… ‘윤여정 클리닉’, 5090을 치유하다

by 최만섭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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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에 별의 순간… ‘윤여정 클리닉’, 5090을 치유하다

유튜브 점령한 그의 인생과 화법
귀국한 윤여정, 인기 비결 네 가지

박돈규 기자

입력 2021.05.10 03:00 | 수정 2021.05.10 03:00

 

 

 

 

 

항공점퍼를 입고 귀국한 배우 윤여정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행사나 인터뷰는 생략했다. /연합뉴스

8일 귀국해 자가 격리 중인 윤여정(74)은 지금 ‘어디에나’ 있다. 2주 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고 이 배우가 쏟아낸 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점령해 나갔다. 그 인생과 촌철살인 화법이 대중을 사로잡은 것이다. 10여년 전 그녀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까지 보고 또 보는 사람들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만이 아니다. 유튜브에서 ’무례한 질문에 품격있게 응수한 윤여정'(451만회), ’김수미가 윤여정에 대든 사연'(437만회), ’윤여정 평창동 자택 공개'(367만회) 등은 조회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윤여정은 중·장년도 배울 게 많은 ‘인생학교’다.

일흔네 살에 ‘별의 순간’을 잡을 줄은 당사자도 몰랐다. “1등, 최고, 그런 거 말고 ‘최중(最中)’하면 안 돼요?”라는 말처럼 소망한 적도 없다. 무례하지만 윤여정은 지금 가장 신선한 히트 상품이다. 대중은 그녀의 인생을 교과서처럼 씹어먹을 기세다. 행복을 연구해온 서은국 연세대 교수(심리학)는 “윤여정의 말 가운데 ’60세부터는 내 맘대로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가 귀에 꽂혔다”며 “한국 사람들은 과하게 미래지향적인데, 행복을 미루지 않는 게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했다. ‘인생학교 윤여정’의 인기 과목을 분석했다.

노년의 참신함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에게는 가슴 뛰는 기획이 있다. ‘윤여정의 말’. 대형 서점 구매팀장이 “그 책 내느냐”고 물어올 정도다. 정은숙 대표는 “배우에게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면서도 ‘윤여정의 말’이 필요한 이유로 노년의 참신함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나이 든 어르신들의 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예외적인 참신함이 있다. ‘노년이 저렇게 새로울 수 있구나’를 스스로 증명했다.”

윤여정은 청춘 스타의 전유물이던 맥주 광고까지 찍었다. 정 대표는 “한국의 노인은 남녀 모두 얼굴이 희미해지고 성격은 너그러워지거나 고집스러워지는 여정이 있다는데, 이 배우는 ‘개인 윤여정’으로 존재하며 그 길에서 벗어나 있다”며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들 말한다”고 했다.

2018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윤여정. 이 배우가 최근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을 받자 그녀의 인생과 촌철살인 화법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연합뉴스

건강한 개인주의

50년 전 데뷔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윤여정은 결혼·이혼 등 13년 경력 단절 후 돌아와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배우다. 책 처방사(손님과 상담을 한 뒤 적당한 책을 처방한다)인 정지혜 ‘사적인 서점’ 대표는 “30대 때 거의 전부를 잃은 사람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려 70대에 큰 성과를 이뤘다는 사실이 주는 희망과 위로가 있다”며 ‘너답게 하라(Be Yourself)’는 말도 의지할 좌표가 된다고 설명했다. “윤여정씨는 크게 망해본 사람이고 그 인생이 근거가 되니까 굉장한 설득력이 있다.”

 

서은국 교수도 “어떤 집단이나 사회적 기대에 맞춰 살면 좋을 것 같지만 통계를 보면 그럴수록 행복감이 낮다”며 “눈치 보지 않고 의무감에서 자유로운 윤여정은 건강의 의미의 개인주의자”라고 정의했다.

~척하지 마라

연출가 조광화(56)는 이 배우의 인품과 어록에서 힐링을 받았다. 그는 “신문·방송이나 SNS, 주변을 보면 심각하고 악쓰고 싸우는 사람들 천지라 상처받을까 봐 경계하고 무장하고 익명 뒤에 숨곤 하는데 윤여정은 다 드러낸다”며 “잘살면 저렇게 투명하게 자신을 노출하고 직언을 해도 사람들이 좋아하고 새겨듣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척하지 않는 것’도 윤여정의 매력이다. 공연칼럼니스트 이수진은 “사람들은 TV에서 보는 게 전부 ‘~척’이라고 생각한다. 윤여정은 아는 척 안 하고 젊은 척 안 한다. TV 밖에서도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똑같이 말하고 행동한다.”

행복은 미루는 게 아니다

윤여정도 과거엔 ‘이 영화를 하면 성과가 좋겠다’는 계산을 했다. 하지만 60세부터 사치를 부렸다. 다른 사치가 아니라 ‘(하기 싫은 것을) 거절할 줄 아는 사치’였다. 감독이 좋으면, 프로듀서가 믿는 사람이면 독립영화에도 몸을 담갔다. 그 결과 ‘미나리’로 월드 스타가 됐다.

“행복은 60세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며 서은국 교수는 덧붙였다. “인생은 10년 뒤에도 지금보다 크게 행복해지지도 불행해지지도 않는다. 행복을 미루기만 하면 정작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기운도 친구도 없다. 젊은이들과도 친한 윤여정처럼 지금부터라도 친구와 취미를 가꿔라.”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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