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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권문제 비판받자… 서방인사 47명 ‘보복 제재’

최만섭 2021. 3. 28. 06:00

中, 인권문제 비판받자… 서방인사 47명 ‘보복 제재’

英현직의원 포함 9명·기관 4곳 자산 동결하고 입국 금지 조치… 英이 中에 가한 제재보다 더 세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1.03.27 03:00 | 수정 2021.03.27 03:00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 영국의 제재에 대응해 유럽 정치인과 학자 등에 대해 입국 금지, 중국인과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발표했다./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소수 민족 인권 탄압을 둘러싸고 미국·유럽 등 서구 민주주의 진영과 중국의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중국이 확전도 불사한다는 식의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6일 톰 투겐타드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 등 9명에 대해 입국 금지와 중국 내 자산 동결 등 제재 조치를 취했다. 특히 9명 중 7명은 현직 영국 상·하원 의원이다. 통상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해 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 제재를 가할 경우, 상대국은 같은 숫자로 보복한다. 하지만 앞서 영국은 중국 인사 4명을 제재했는데, 중국은 이번에 이보다 많은 9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중국 정부가 올 들어 3개월간 제재한 서방 인사는 이번을 포함해 47명으로 늘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의 신장 제재에 대해 주중 영국 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영국인 9명과 4개 단체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은 투겐타드 위원장,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의원, 닐 오브라이언 의원, 누스라 가니 의원, 팀 로튼 의원, 헬레나 케네디 상원의원, 데이비드 올턴 상원의원, 제프리 니스 경, 조애나 핀리 뉴캐슬대 교수 등이다. 의원들의 경우 영국 정부의 대중 제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의회에서 신장 관련 법률안을 제출하거나 보고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국을 비판한 인물들이다. 보수당 의원들이 중심이 된 연구 단체인 ‘중국 연구 그룹(China Research Group)’, 보수당 인권위원회 등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중국의 제재를 받게 된 사람들은 중국·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되고 중국 내 자산도 동결된다. 중국 국민이나 단체와 거래도 할 수 없다. 중국에 투자하거나 중국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 내정에 간섭했고 영국과 중국의 관계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26일 중국이 제재한다고 밝힌 영국 정치인들. 왼쪽부터 누스라 가니 하원의원, 톰 투겐타드 하원 외교위원장, 보수당 대표를 지낸 이언 덩컨 스미스 하원의원. /AFP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해까지 대체로 대등 원칙을 지켰다. 미국이 홍콩과 신장 인권 문제로 중국 관료나 기업을 제재하면 같은 수의 인원, 기업을 제재했다. 대상은 반중 인사나 인권 단체 위주였고 조치도 입국 금지가 일반적이었다. 제재한다면서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구체적 제재가 발동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의 대응은 훨씬 강력해졌다. 중국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직후인 1월 21일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 등 트럼프 시대 미국의 대중 정책 핵심 인사 28명을 제재했다. 본인은 물론 가족의 중국·홍콩·마카오 입국이 금지되고 이들이 관련된 기업에 대해선 중국 사업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지난 22일 EU가 중국 전·현직 관료 4명을 제재하자 EU 현직 의원과 학자 등 10명을 제재했다.

정부나 정당 기구들이 제재 대상에 오른다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특히 이번 영국 제재는 중국 내 자산 동결 등 서방이 쓰는 수법을 되갚는 식이었다. 서방의 인권 압박에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동시에 다른 나라에는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중국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중국과 서방국가들 사이의 제재와 맞대응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국의 위구르족 정책을 ‘대량 학살(genocide)’로 규정하고 EU,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자유민주 진영이 일제히 보조를 맞추자 중국은 국내외 지지세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치안 책임자인 자오커즈 중국 공안부장은 19~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를 방문해 “신장 문제를 이용해 중국을 억압하는 계획을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왕이 외교부장, 남·동유럽을 방문 중인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도 신장 문제에서 중국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런궈창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미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전략 지침서 격인 ‘잠정적 국가안보전략지침’에서 중국을 “안정적이고 개방적인 국제 시스템에 지속적으로 도전할 능력을 갖춘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한 데 대해 “중국은 누구에게 도전할 의도는 없으나, 누구의 도전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성장할 권리가 있고, 스스로 길을 선택할 자유가 있으며,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도 있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