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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최지만 홈런~ 이 순간만은 코로나를 잊었다

최만섭 2020. 12. 30. 05:29

손흥민 골~ 최지만 홈런~ 이 순간만은 코로나를 잊었다

[2020년 조스 어워즈] [上] 국내 스포츠 베스트6

최수현 기자

송원형 기자

양지혜 기자

입력 2020.12.30 03:00

 

 

 

 

 

2020년 우리는 두렵고 불안하고 답답했다. 전 세계 스포츠마저 완전히 멈춰 섰을 때 더욱 그랬다. 어렵게 재개된 스포츠 경기에서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맹활약 펼치는 선수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잠시나마 현실의 괴로움을 잊었고 환희를 맛봤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빼앗아간 올해, 우리에게 기쁨과 위로를 안긴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에게 이 상(賞)을 바친다.

2020년 조스어워즈

◇ ‘월드핵인싸’賞'-손흥민(유럽축구)

유럽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던 손흥민(28·토트넘)은 올해 명실상부한 ‘핵인싸(핵심적인 인사이더)’가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올 시즌 득점 1~2위를 오가며 아시아 선수 최초의 유럽 빅리그 득점왕에 도전 중이다. 지난 18일엔 FIFA(국제축구연맹)가 매년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푸슈카시상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 받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포르투갈·2009년 수상), 네이마르(28·브라질·2011년 수상)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발표한 세계 남자 축구 선수 순위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최전성기에 돌입한 그는 요즘 득점 순간을 기억에 남기고 싶다며 ‘카메라 세리머니’를 한다. 세계 축구팬의 마음에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는 선수가 되기를 응원한다.

 

'불굴의 오뚝이賞'- 김광현(메이저리그)

“고마워, SK. 안녕, 세인트루이스.”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고 활기찬 인사말로 2020년을 맞이한 김광현(32)은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선발 기회를 얻고자 시범경기에서 역투하다 코로나 때문에 발목이 묶였다. 미국 현지에서 외롭게 훈련하던 그는 7월 개막전에서 세이브를 올렸지만, 팀 내 코로나 확산으로 리듬이 끊겼다. 이후 선발로 나서 4경기 연속 1실점 이하 투구를 이어갔으나, 이번엔 신장 경색으로 병원에 실려갔다. 구단 사장도 김광현의 처지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2주 만에 다시 돌아온 뒤 8경기 3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2020시즌을 마쳤고, 올해의 신인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몇 번씩 쓰러지고도 그때마다 오뚝오뚝 선 김광현의 도전은 이제 본격 시작이다.

 

‘원더우먼賞’-김연경(배구)

김연경(32)은 올 초 태국에서 한국 여자배구팀의 2020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 쟁취를 이끌었다. 여름에 아예 국내 리그로 복귀해 11년 만에 친정 팀 흥국생명 유니폼을 다시 입은 그는 배구 팬과 미디어의 관심을 독차지한다. 그가 은하수처럼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넘치는 기대 속에서 코트에 선다. 흥국생명은 개막 10연승을 달리며 순항했지만 연패도 겪었다. 김연경 자신도 팀 내 불화설, 매너 논란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공격수이면서도 리베로에 버금가는 헌신적인 수비를 하는 것이 ‘연경 스타일’. 그는 앞만 바라보며 위기를 정면 돌파해 가고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 묵묵히 전진하는 그를 보면 ‘원더풀’이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 놈만 팬다賞'-최지만(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29)은 올해 게릿 콜과 ‘세트’로 언급되는 일이 잦았다. 콜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비싼 투수다. 작년 12월 뉴욕 양키스와 총액 3억2400만달러(약 3600억원)에 9년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천하의 콜도 최지만만 만나면 꼬리를 내렸다. 콜은 지난 10월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4-3으로 앞선 5회말 2사 1·3루에서 최지만이 타석에 들어서자 고의 볼넷으로 승부를 피했다. 최지만은 전 타석인 4회말 콜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뽑아냈다. 최지만의 콜 상대 전적은 통산 21타수 10안타(타율 0.476). 그중 홈런이 4개다. 미국 언론은 최지만이 콜과 상대하면 베이브 루스가 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최지만은 레이스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태며 성공적인 한 시즌을 보냈다. 큰 폭의 연봉 인상도 앞둬 올 겨울이 따뜻하다.

 

'국내는 좁다'賞 – NC(프로야구), 울산(프로축구)

올 프로야구 챔피언은 2011년 창단한 NC 다이노스. 시즌 초반부터 구단 캐치프레이즈처럼 ‘거침없이’ 선두를 질주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두산보다 우위에 선 전력으로 리그 참가 후 8시즌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NC는 해외 팬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코로나로 리그 개막이 늦춰진 미국 전역에 KBO리그가 전파를 탔는데, 특히 이니셜이 NC인 노스캐롤라이나 야구팬들의 전폭 지원을 받았다.

프로축구 울산은 올해 2시즌 연속 국내 챔피언 자리를 ‘현대가 형제’인 전북에 내줬다. 최강으로 꼽히면서도 ‘만년 준우승’에 그친 울산은 반자포자기 심정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해 8년 만에 정상에 섰다. 챔스리그를 끝으로 사임한 김도훈 감독과 득점 1위 주니오가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흠잡을 수 없는 마무리였다.

 

최수현 기자

 

 

 

송원형 기자

 

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취재팀과 법조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등을 거쳐 현재 스포츠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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