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꼭 정해야 하나… 법원의 고민

최만섭 2020. 6. 1. 05:34

'엄마랑 살래 아빠랑 살래' 꼭 정해야 하나… 법원의 고민

조선일보

양은경 기자

 

 

 

입력 2020.06.01 03:07

이혼 年11만건… 大法 "공동양육 신중해야" 파기환송에 와글와글

매년 11만 가정 안팎으로 쏟아져 나오는 이혼 가정의 상당수가 직면하는 문제는 부모 중 누가 자녀의 양육권을 갖느냐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대체로 부모 양쪽이 양육권을 갖는 '공동 양육'보다는 어느 한쪽이 자녀 양육을 전담하는 '단독 양육'이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판결 경향을 보여왔다.

최근 대법원도 '공동 양육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아이 어머니뿐 아니라 아버지에게도 양육권을 추가로 허가했던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부모가 가까운 곳에 살고, 양육 환경이 비슷해야 하며, 자녀도 공동 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제시하면서 2심 재판부에 '제시한 기준에 맞춰 다시 판단해보라'고 주문했다. 이 판결이 나오자 법원 내부 통신망에서는 '공동 양육이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 없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한 법관은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의 역할이 변화하는 시대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사건 내용을 보면, 2017년 아내 A씨가 키우던 길고양이 문제로 갈등을 겪던 B씨는 생후 3주 된 아이를 데리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아내 A씨를 친권 및 양육권자로 지정했다. B씨에겐 매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 아이를 면접 교섭할 수 있게 해줬다.

하지만 2심은 남편 B씨에게도 양육권을 인정했다. B씨가 아이 생후 3주 무렵부터 1심 결론이 나올 때까지 약 8개월 동안 어머니와 아이를 돌보면서 큰 문제가 없었고 양육 의지도 높았다는 것이다. 2심은 B씨가 돌보는 시간은 1심과 같이 매주 금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후까지로 하고 두 사람이 공동 명의 계좌를 개설해 함께 양육비를 부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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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자녀가 주거지를 주기적으로 옮겨야 하는 불편이 있고 두 가정을 오가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우려가 있다"며 "양육 방법을 둘러싸고 갈등할 경우 공동 양육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그 갈등이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했다.

그러자 제주지법 장창국 부장판사는 28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이 판결에 대한 평석(評釋·평가와 해석)을 올리며 "공동 양육이 무조건 자녀의 복리에 반(反)한다고 단정하지 말자"며 '공동 양육'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자녀 중심 관점에서 당연히 공동 양육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이 맡았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아이에게 "매주 일요일에 짐 싸서 이사해야 하는데 괜찮으냐"고 묻자 아이는 "괜찮아요, 엄마 아빠 다 좋아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깊이 있는 고민"이라는 판사 댓글이 달렸다.

또한 대법원처럼 신중론을 펴는 판사들도 있었다. 한 판사는 "부모가 공동 양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고 자녀도 대응 능력을 갖추는 게 전제돼야 한다"며 "부부 갈등이 심하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아이가 다칠 수 있어서 부부 갈등 완화가 핵심"이라고 했다. 또 다른 판사는 "실제 사건에서 '육아휴직을 하기 위해서는 공동 양육자 지정이 필요하다'는 엉뚱한 주장을 한 경우도 있어 공동 양육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양육권 확보를 육아휴직 자격을 얻는 데 활용하려는 사례도 있으니 양육 의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인구 변호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공동 양육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아빠 양육자'가 늘어나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2015년 서울가정법원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0~6세인 경우 아빠가 양육권을 갖는 비율이 8.6%지만, 초등학생인 경우는 18.5%, 중학생 이상인 경우는 30.4%로 늘어났다. 자녀가 어린 경우에도 조부모 등 보조 양육자가 있을 경우 아빠에게 양육권이 인정되기도 했다. 미국 법원도 1970년대까지는 공동 양육(joint custody)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알래스카·플로리다 등 16주(州)는 "공동 양육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6/01/202006010016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