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예쁜 말 바른 말] [133] '어이없다'와 '멋쩍다'

최만섭 2020. 3. 26. 05:45

[예쁜 말 바른 말] [133] '어이없다'와 '멋쩍다'

입력 : 2020.03.26 03:00
  • 스크랩 메일 인쇄
  • 글꼴 글꼴 크게 글꼴 작게


*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인터넷에는 마스크를 사다 어의없는 일을 겪었다는 사람들의 경험담이 많이 올라와 있어요.

* 최근 개봉한 영화 주인공이 "그동안은 조연이라 촬영장에서 멋적을 때가 많았는데, 주인공이 되니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예쁜 말 바른 말] [133] '어이없다'와 '멋쩍다'
▲ /그림=정서용
위 두 문장에서 틀린 말을 찾아 바르게 고쳐 봅시다. '어의없는'은 '어이없는', '멋적을'은 '멋쩍을'로 고쳐야 합니다. 먼저 '어이없다'는 '일이나 상황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듯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옛말인 '어히없다'는 17세기 문헌에서부터 나타났는데, 19세기에 이르러 '어이없다'가 나타나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요. 이와 같은 뜻으로 흔히 '어처구니없다'도 많이 쓰는데, 표준어 규정 제3장 제5절 제26항에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 '어처구니없다'와 '어이없다'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였어요. 간혹 드라마에서 '얼척없다'는 말도 들리는데, 이는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에서 쓰는 방언이랍니다.

다음으로 '멋쩍다'는 '어색하고 쑥스럽다'를 이르는 형용사입니다. 예를 들면 '혼자 밥 먹기가 멋쩍을 테니 나하고 같이 먹자'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또 '하는 짓이나 모양이 격에 어울리지 않다'는 뜻도 있습니다. '멋쩍다'는 '멋적다'라고 잘못 쓸 때가 많은데, 한글맞춤법에 따르면 '적다[少]'는 의미가 없이 '쩍'으로 발음되는 경우는 모두 '-쩍다'로 쓰는 것이 옳습니다. 비슷한 경우로 '겸연쩍다' '객쩍다'가 있어요.


〈예시〉

―한 야당 의원이 마스크 5부제는 어이없는 대책이라며 정부를 비난하였다.

―어이없는 죽음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나타나고 있다.

―사실의 중요성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능력만을 과신하다니 어이가 없군요.

―그는 자신의 말실수가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이며 민망하게 웃었다.

―그룹 메인 보컬을 하던 가수가 솔로로 나오니 조금 멋쩍다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