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예배·모임도 못하는데, 1500명 노조집회 방치한 與단체장

최만섭 2020. 3. 13. 05:18

예배·모임도 못하는데, 1500명 노조집회 방치한 與단체장

입력 2020.03.13 01:45

양노총, 재개발 현장서 "우리쪽 사람 써라" 새벽부터 충돌
성남시, 집회 금지령 내려놓고 아무 조치도 없이 지켜만 봐
참석자 절반은 마스크 안써… 지역사회 감염 문제엔 뒷전

12일 오전 5시 30분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금광1구역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은 욕설과 구호로 시끄러웠다. 민노총·한노총 산하 건설노조 조합원 1500여명이 모여 대치했기 때문이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성남시가 이날부터 집회를 전면 금지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앞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집회를 금지하고 경기도는 예방 조치 없는 예배 불허 방침을 밝히는 등 전국적으로 대규모 집회 중지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이날 조합원의 절반 정도는 마스크도 쓰지 않는 등 지역사회 안전은 뒷전이었다.

이들은 경찰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향해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기세를 장악하려 애썼다. 폭력 사태는 이날 오전 10시쯤 발생했다. 시공사인 대림산업 측이 공사 장비를 옮기려고 게이트를 열자 한노총 조합원 500여명이 안으로 기습 진입했다. 이들은 안에서 일하고 있던 100여명의 민노총 조합원 중 10여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한노총 측은 "민노총 조합원이 지난 9일 우리를 먼저 집단으로 때렸다"고 주장했다.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금광1구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한노총 조합원 수백 명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노총 측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쯤 공사장 안으로 기습 진입해 민노총 조합원 십여 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12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금광1구역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한노총 조합원 수백 명이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한노총 측은 앞서 이날 오전 10시쯤 공사장 안으로 기습 진입해 민노총 조합원 십여 명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김지호 기자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은 시공업체 관계자 몇몇을 바닥에 눕히고 발로 짓밟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휴대폰으로 폭행 장면을 촬영하던 직원은 집단 폭행을 당해 갈비뼈 2개가 부러졌다. 양측은 조합원 총동원 명령을 내렸고 자칫 수천 명이 집결해 패싸움을 벌일 우려가 있어 경찰이 긴장하기도 했다. 한노총 600명, 민노총 500명 등 약 1100여명은 오후 3시 30분까지 공사 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해산했다.

이날 조합원들은 주민들과도 시비를 벌였다. 이날 오전 공사 중단 소식을 들은 원주민 재개발 조합원 10여명이 현장을 찾아 "당신들이 뭔데 공사를 막느냐"며 한노총 조합원에게 항의했다. 그러자 일부 조합원은 주민을 향해 "목을 따버리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아파트 예정 입주민인 김순남(74)씨는 "50년 동안 여기에 살며 처음 새집을 마련하게 됐는데 저들의 방해에 미칠 것 같다"고 했다.

성남시는 이날 새벽 0시부터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감염병예방관리법에 근거해 모두 15곳에 집회 제한을 고시했다. 그러나 정작 양 노총이 집결했는데도 아무런 조치 없이 수수방관했다. 성남시가 취한 조치라곤 '집회 금지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으로 공사장 입구에 붙여 놓은 현수막 한 장이 전부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법령 위반은 맞지만 고발 여부는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경찰 역시 성남시의 조치에 근거해 이날 양 노총에 집회를 금지한다는 입장만 전달했다.

금광1구역은 이미 지난 1월 29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양대 노총이 맞불 집회를 벌이고 간간이 충돌이 이어졌다. 민노총 조합원만 고용하자 한노총이 반발해 추가 고용을 요구하고, 민노총은 자기 조합원을 보호한다며 대치했기 때문이다. 양 노총의 밥그릇 싸움에 결국 성남시, 고용노동부, 주민·학부모 대표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해결 기미를 보였다. 시공사인 대림사업은 민노총 100명, 한노총 60명을 고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한노총 조합원이 첫 출근을 해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노총은 "한노총 때문에 한 달간 일을 못 했으니 당장 투입은 안 된다"며 출근 저지에 나섰다. 이 때문에 맞불 집회의 앙금이 터져 다시 보름 만에 불붙었다. 특히 이번에는 쌓인 갈등이 증폭돼 조폭들의 패싸움을 방불케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9일 첫날부터 멱살잡이가 벌어지는 등 간헐적인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11일에는 1000여명이 충돌해 폭행 혐의로 4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이 때문에 다시 공사가 무기한 중단됐다.

양 노총이 코로나 사태 와중에 다시 맞불 집회를 재개하자 주민들은 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한 달 넘게 소음, 불법주차, 쓰레기 투기, 교통체증 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오는 23일 개학이 예정된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등하굣길 아이들이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하고 있다. 지미순 금상초 학부모회장은 "잘 마무리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개학 2주를 앞두고 집회가 재개돼 부모들이 무섭다며 아우성이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코로나 때문에 모든 국민이 몇 십명 모이는 행사도 자제하고 있는데 천 명이 뒤엉켜 쌈박질을 한다"며 "자기들의 생존권도 좋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에는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3/2020031300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