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경제포커스] 노동계는 쏙 빠진 '코로나 상생'

최만섭 2020. 3. 19. 05:43

[경제포커스] 노동계는 쏙 빠진 '코로나 상생'

조선일보

입력 2020.03.19 03:14

전대미문 전염병 경제 위기… 기업·건물주, 고통 분담 동참
양대 노총은 이기적 행보… 연민, 공감 능력 상실했나

김홍수 논설위원
김홍수 논설위원

원조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기심 덕분"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그가 인간을 이기적인 존재로만 보진 않았다. 스미스는 "인간 본성에는 연민과 공감의 원리가 있다. 인간은 이런 본성을 바탕으로 사회 질서를 형성한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에서도 애덤 스미스의 통찰은 어김없이 확인된다. 이기심의 폭발로 마스크 품절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가 착한 마스크 공급자가 되겠다고 나섰지만, '배급 경제'가 삐걱거리는 장면에선 '보이지 않는 손'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다.

코로나로 초토화된 경제 현장에선 '연민'과 '공감'이 꽃피고 있다. 다소 형편이 나은 기업들은 피해자와 피해 지역을 돕겠다며 앞다퉈 성금을 내고, 회사 연수원을 감염자 치료 병동으로 내놓으며 사회적 연대를 실천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건물주들이 곤경에 빠진 자영업자를 돕겠다며 임대료 깎아주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반면 나랑은 무관한 일이라는 듯 이기적 행태로 일관하는 경제주체도 있다. 노동계다.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 노총이 된 민주노총은 상징적 이벤트에 그친 '코로나 극복 노사정 상생 선언'에도 빠지더니 며칠 뒤 '코로나 특별 요구'를 내놨다. 정부를 향해 "대규모 집회를 자제하겠으니 비정규직, 영세 노동자 등을 위한 재난생계소득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950조원에 달하는 30대 재벌 사내 유보금의 10%만 기금으로 출연하면 국가 재난 상황에서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사내 유보금을 기업이 금고에 현금 뭉치를 쌓아놓은 것처럼 해석한 무지도 문제거니와 '집회 자제'와 '재난생계소득 도입'을 등가(等價) 교환 대상으로 여기는 발상이 놀랍다.

한국노총은 총선 지지를 미끼로 민주당에 청구서를 내밀어 1년 미만 근속자 퇴직금 보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노동법 권리 보장 등 중소기업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정책 공약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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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양극화 담론인 '20대80' 구도에서 양대 노총 소속 근로자들은 어디에 속할까? 월급쟁이 상위 20% 커트라인은 연봉 6000만원 선이다. 양대 노총 조합원 중엔 20%에 속하거나 그 언저리에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현대차·은행 노조원은 상당수가 억대 연봉자다. 이런 조합원을 가진 노조 상급 단체가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자처하며 늘 '요구'만 한다.

상생기금은 왜 꼭 기업, 기업주 몫이어야 하나? 고소득 노조원들이 저소득 조합원을 돕는 상생기금은 왜 못 만드나? 대기업 노조원들이 급여 인상분을 양보해 중소 하도급 기업 근로자 소득 보전용 기금을 만들 순 없나? 노조가 주인 노릇 하는 한 국책은행은 착한 건물주가 되겠다고 은행 보유 건물에 입주한 자영업자들에게 임대료를 3개월간 30% 깎아주겠다고 했다. 깎아준 임대료는 총 5000만원. 직원 한 사람 연봉도 안 된다. 보여주기 이벤트일 뿐 고통 분담의 진정성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 사태로 생산, 소비, 투자가 모조리 얼어붙었다. 생산 마비, 매출 절벽 상황에선 어떤 기업도 오래 버틸 수 없다. 수익이 곤두박질쳐도 인건비, 임차료, 세금, 이자 등 고
정비 지출은 줄지 않는다. 벌써 휴업을 신청한 중소기업이 1만2000곳이 넘고, 이곳에서 일하는 근로자 11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여 있다. 정부가 도와야 하겠지만, 재정에도 한계가 있다. 적자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다. 기업 줄도산과 실업 대란을 막기 위해 노동계도 '집회 자제'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 고통 분담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8/202003180522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