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한노총·민노총, 매일 새벽 5시 초등학교 앞 수백명 몸싸움

최만섭 2020. 2. 18. 05:16

한노총·민노총, 매일 새벽 5시 초등학교 앞 수백명 몸싸움

입력 2020.02.18 01:45

성남 아파트 재개발 건설현장서 '우리 조합원 써라'며 3주째 충돌
오전부터 13시간씩 시위 이어가

집회현장 주변은 어린이 보호구역… 오가던 아이들 "엄마 무서워" 울먹
참다못한 주민들 노조車 부수기도

지난 14일 오전 7시 30분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금광동 금광1구역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 8-1번 게이트 앞 도로는 전쟁터가 됐다. 한노총·민노총 양대 노총 조합원들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조합원 약 700명과 대형 확성기 차량이 주변에 진을 쳤다. 이들은 경찰 200여 명을 사이에 두고 "아니, 왜 일을 못 하게 막아" "당신네도 이런 꼴 한번 당해봐"라며 서로를 향해 고함을 쳤다. 서로 밀치며 폭언과 욕설을 주고받다가 멱살잡이로까지 번졌다. 결국 양쪽 조합원 2명이 입건됐다. 차도에 조합원, 경찰이 서로 뒤엉키며 출근길 차량이 그대로 멈춰 섰다.

이곳은 지난달 29일부터 고성이 오가는 집회와 시위가 일상이 됐다. 양대 노총이 서로 자기 조합원을 채용하라며 양보 없는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집회 신고를 24시간으로 하고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 정도까지 거의 종일 집회를 했다. 골조 공사를 맡은 업체가 민노총 조합원만 120명 고용하자 한노총이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라며 새벽부터 출근 저지에 나섰다. 조합원 1명은 20m 높이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고공 시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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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8시쯤 경기 성남시 금광1구역 재개발 공사현장 입구에서 민노총과 한노총 노조원 400여명, 경찰 100여명이 뒤섞여 대치하고 있다. 집회 현장 왼쪽 뒤편으로 내달 2일 개학을 앞둔 초등학교가 보인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17일 오전 공사 현장 인근에 걸린 현수막. 주민들이 내걸었다. /독자 제공·조철오 기자
그러자 민노총도 자기 조합원을 보호한다며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해 맞불 집회를 벌였다. 민노총이 "우리 구역을 왜 침범하느냐"고 소리치면 한노총은 "우리가 이긴다"고 응수했다. 자기 구역을 지키겠다며 패싸움까지 벌여 그동안 8명이 폭행·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됐다. 공사는 20일 가까이 전면 중단됐다.

금광1구역은 아파트 39동에 5320가구가 건설되는 대규모 현장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을, 대림산업이 시공사를 맡고 있다. 좁은 도로와 낡은 주택이 밀집해 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꼽혔다. 재개발 조합원도 거의 서민이며 건설되는 아파트도 모두 국민주택 규모 이하에 20평형대가 대부분이다. 지난 2008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작년 5월에 착공했다. 지금은 기초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022년 11월 완공이 목표다.

주민들은 양대 노총의 맞불 집회 때문에 고충이 심하다고 토로한다. 특히 바로 앞에는 금상초등학교가 있고, 이 때문에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양대 노총 조합원 수백명이 매일 보도를 점거하고 대치하다 차도에서 맞붙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꼭두새벽부터 확성기 소음도 발생한다.

결국 참다못한 인근 주민과 재개발 원주민들이 나서면서 시비도 불거졌다. 지난 11일에는 한 주민이 둔기를 들고 나와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다"며 소동을 벌이고 주차한 노조 차량을 부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중년 여성이 집회 장소에 드러누워 "못 살겠다"고 항의하자 양측이 자제하는 일도 있었다. 주민들은 '시끄러워 못 살겠다' '아이들이 집 밖을 못 나간다' 등의 플래카드 20여개를 거리에 내걸고 집회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13·14일 오전 집회에서는 원주민 재개발 조합원 30여 명이 "당신들이 뭔데 공사를 막느냐"며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한노총 측과 몸싸움이 벌어졌다. 흥분한 주민이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전주용 금광1구역 주민대표회의 위원장은 "공사가 장기간 멈출까 봐 근심이 큰데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는 서민들을 노조가 짓밟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더욱 커졌다. 금상초와 단남초가 다음 달 2일 개학할 예정이고 인근에 초·중·고만도 7곳이나 된다. 통학로에서 벌어지는 집회에 자녀들의 봉변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미순 금상초 학부모회장은 "지금도 학원 다녀온 아이들이 '엄마 무섭다'고 말한다"고 했다. 인근 식료품 가게 주인은 "코로나 때문에 가뜩이나 손님도 없는데 자기들 생존권을 앞세우며 다른 사람의 생존권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결국 성남시와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주민·학부모 대표 등은 '금광1 재개발사업 양대 노총 집회 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지난 13일에는
양 노총과 대림산업에 대화와 타협을 촉구하는 입장문도 발표했다. 이들은 "주민들은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불안감, 확성기 소음, 불법 주차, 쓰레기 무단 투기, 노상방뇨 및 도로 점거로 인한 교통 체증 등으로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노총은 16일 성남시청 앞에 모여 "성남시가 나서서 한노총의 불법행위를 중단시키라"고 요구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8/20200218000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