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확진자 1만명 육박 이탈리아, 6000만 국민 이동제한 명령

최만섭 2020. 3. 11. 05:24

확진자 1만명 육박 이탈리아, 6000만 국민 이동제한 명령

입력 2020.03.11 03:00

총리 긴급 담화, 4월3일까지 적용
생업·병원·생필품 구입목적 외엔 거주지 밖 어디로도 갈 수 없어
2차대전후 프로축구시즌 첫 중단

오스트리아, 이탈리아發 입국 제한

10일(현지 시각) 새벽부터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의 대형 수퍼마켓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전날 밤 주세페 콘테 총리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부터 전국을 '레드존(zona rossa)'으로 지정해 이동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에 놀란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러 새벽부터 쏟아져 나왔다. 아침부터 무장한 군인들은 전국 주요 길목에 배치돼 검문했고, 주요 기차역은 체온 측정 시설을 급히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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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필품 사러 새벽부터 몰려나온 시민들 - 10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에 있는 카르푸 앞에 아침 일찍부터 장을 보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부터 이탈리아 전역에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져, 한시라도 빨리 생필품을 구해 놓기 위해서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탈리아 정부는 10일 0시부터 이동 제한 명령을 내렸다. 생업, 병원·약국 방문, 생필품 구입을 위한 목적을 제외하면 거주지 외에 어디로도 갈 수 없다.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발원지 우한을 봉쇄했지만,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에 봉쇄령을 내렸다. 전국 봉쇄령은 8일 롬바르디아주를 비롯한 북부 지역에 국한해 이동 중지 명령을 내린 지 하루 만에 나왔다. 4월 3일까지 6000만명 모든 이탈리아인에게 적용되는 조치다.

만약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정부 지정 양식에 불가피한 이동 사유를 적어 제출해야 한다. 콘테 총리는 "허위로 기재했다가 발각되면 범죄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국민 담화에서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2차대전 때 한 말을 인용해 "지금이 이탈리아의 가장 어두운 시기"라고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출근을 허용했지만 사무직들은 가급적 전원 재택근무를 하라고 했다. 15일까지였던 전국 학교 휴교령은 4월 3일까지로 연장됐다. 모든 스포츠 경기도 중단됐다. 프로축구 세리에A의 시즌이 중단된 것은 2차대전 이후 처음이다.

모든 식당과 카페는 오후 6시에 문을 닫아야 한다. 콘테 총리는 "(식당·카페를 이용하더라도) 야외 노천 테이블에 앉을 수 없으며 다른 사람과 1m 이상 거리를 유지하라"고 했다. 항공·철도가 사실상 멈추면서 주력 산업인 관광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9일까지 이탈리아의 우한 코로나 감염자는 9172명, 사망자는 463명이다.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중국 다음으로 세계 둘째다. 감염자는 전날보다 1797명이 늘어나며 사흘 연속 1000명 이상 증가했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은 5%로 WHO(세계보건기구)가 집계한 세계 평균치(3.4%)보다 높다.

의료 시설과 장비가 태부족해 병원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방송사 취재진이 '모자라는 산소호흡기를 어떤 환자가 우선 쓰느냐'고 묻자, 의료진이 "나이가 더 어린 사람"이라고 답하는 장면이 TV에 나왔다. 생존 확률이 높은 사람을 우선 치료한다는 것이다. 밀라노 사코병원의 마시모 갈리 감염병 센터장은 현지 인터뷰에서 "중국 우한은 인구가 한곳에 밀집해 당국의 통제가 비교적 쉬웠지만 이탈리아인들은 넓게 퍼져 살고 있어 통제가 어렵다"고 했다.

정부의 이동 제한 조치에 불만을 갖는 이탈리아인이 적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다는 점도 문제다. 길목을 막아선 경찰을 향해 "왜 친척을 만나러 가지 못하게 하느냐"며 삿대질하는 시민이 많다. 9일 밀라노 산비토레 교도소에서는 가족 면회 금지 조치에 불만을 품은 죄수들이 간수들을 제압하고 옥상으로 뛰쳐나와 "리베르타(liberta·자유)"라고 외쳤다. 이탈리아 전역의 교도소에서 폭동이 벌어지고 있고,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재소자 7명이 사망했다. 8일 북부 지역에 내린 봉쇄령이 사전에 새어나가고, 그에 따라 북부 주민들이 대거 남하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져 바이러스가 더 확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 정부는 유
럽연합(EU)에 75억유로(약 10조2000억원)의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이날 이탈리아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했다. 건강 증명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입국을 못한다.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는 EU 소속으로 회원국 간 자유로운 왕래를 보장하는 솅겐조약의 적용을 받고 있는데도 오스트리아는 이 같은 조치를 한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1/20200311002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