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3.11 03:20
싱가포르 총리는 "못 막는다, 인파 피하라"
한국·미국 대통령은 '안전 장담 말라'는 위기 소통 원칙 무시해 국민을 위험 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2월 13일 "머지않아 종식" 발언은 뉴욕타임스 논평대로 '큰 대가를 치른 실수(costly error)"였다. 대통령의 2월 25일 "마스크 생산 능력 충분" 낙관론도 지난 3일 "국민께 송구"라는 말로 뒤집어졌다. 이런 걸 겪고서도 대통령은 신규 확진자가 며칠 주춤하자 9일 "낙관은 금물"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확진자 감소가 계속 이어지면 한국은 방역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총리도 "조만간 변곡점 희망"을 말했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세계 표준"이라고 했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지구 상 최고 신속"이라는 표현까지 했다. 대통령부터 차관까지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한다.
위기 소통에 두 유형이 있다. '비관적 경고'와 '낙관적 장담'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 사태 책임자 낸시 메소니어 국장은 미국 확진자가 14명이던 지난달 25일 "문제는 지역 확산이 일어날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대유행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경고였다. 하루 뒤 트럼프는 "(CDC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인이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은 극히 낮다.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 확진자는 9일로 700명을 넘어섰다.
방역 당국자들은 대체로 비관적 경고 편에 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대통령의 "조기 종식" 발언 하루 전인 2월 12일 "아직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라고 판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관료 출신 복지부 차관은 "집단 행사를 취소,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구 신천지 코로나는 2월 9일, 16일 예배 때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즈음 정부가 경보를 발령하고 '사회적 거리'를 호소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거꾸로 정부는 사실상 "집단 행사 가지라"고 권한 거나 다름없다.
위기 소통에 두 유형이 있다. '비관적 경고'와 '낙관적 장담'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코로나 사태 책임자 낸시 메소니어 국장은 미국 확진자가 14명이던 지난달 25일 "문제는 지역 확산이 일어날 것인가 아닌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대유행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경고였다. 하루 뒤 트럼프는 "(CDC 발표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인이 코로나에 감염될 위험은 극히 낮다.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큰소리쳤다. 미국 확진자는 9일로 700명을 넘어섰다.
방역 당국자들은 대체로 비관적 경고 편에 선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대통령의 "조기 종식" 발언 하루 전인 2월 12일 "아직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라고 판단하기 이르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날 관료 출신 복지부 차관은 "집단 행사를 취소, 연기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대구 신천지 코로나는 2월 9일, 16일 예배 때 폭발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즈음 정부가 경보를 발령하고 '사회적 거리'를 호소했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거꾸로 정부는 사실상 "집단 행사 가지라"고 권한 거나 다름없다.
미국의 위기 소통 전문가 피터 샌드먼 박사는 "위기 때 정부는 국민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방어 조치를 취하게 해야 하는데 당국자들은 흔히 당장의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는 걸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그에 반해 싱가포르는 '국민의 단기적 안심'보다 '피해 최소화'를 목표로 행동했다. 싱가포르는 2월 7일 확진자가 33명, 그 중 3명은 경로 불명 사례였을 때 위기 경보를 격상시키고 중국 방문자 입국을 금지했다. 이어 리셴룽 총리는 8일 담화에서 "전염성이 강해 퍼지는 걸 막기 어렵다. 마음의 준비를 해라. 정부 전략도 수정하겠다. 인파가 모이는 곳은 피하라"고 국민에게 당부했다. 싱가포르 확진자는 현재 138명이다.
CDC의 '위기 소통 매뉴얼'은 11개 원칙을 열거하고 있다. '안전을 장담 말라', '불확실성을 인정하라', '안 좋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걸 알리라', '사람들의 공포를 인정하라', '최악 사태에 대해서도 설명하라' 등 대부분 비관적 경고를 주문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은 정부가 사태에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보고 신뢰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진짜 패닉에 빠지는 것은 정부 호언장담이 뒤집히거나 정부가 자신들을 기만한다고 생각할 때다. 샌드먼 박사는 그런 패닉 순간을 'OMG 모멘트(Oh My God! Moment)'라고 했다. 한국의 경우 2월 18일 31번 대구 환자가 확진되고 19일 22명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코로나 둑이 터진 시기가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박능후 장관은 확진자가 하루 105명 나온 2월 21일에도 "전국 확산은 아니고 하나의 요인에 의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초기 단계"라고 한가한 소리를 했다.
우한 코로나는 바이러스 성격상 불확실성이 커서 앞에 어떤 사태가 기다리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정부가 '비관적 경고'의 위기 소통 원칙을 무시하고 '낙관적 장담'에 집착하는 것은 우선 중국 요인 때문일 것이다. 사태 초기 방역 전문가들이 '중국 입국 전면 차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시진핑 방한 성사를 위해 중국을 배려하느라 그랬을 것이다. 중국 입국 개방을 정당화하려다 보니 코로나는 대단한 게 아니고 쉽게 막을 수 있다고 부각시키고 싶어 했다. 대통령은 2월 9일 "아주 운이 나빠 감염되더라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다"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에 주력했다.
미국 언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