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상 과 배상 차이

최만섭 2019. 8. 15. 19:59


얼마 전 퇴근길에 옛 친구들을 만나서 저녁을 함께하면서 반주로 맥주를 몇 잔 마시게 되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우리나라가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그 해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로 이어졌다. 그러나 우리의 대화는 일본의 불법적인 수출 제재에 대한 인식의 현격한 차이로 심한 말다툼을 벌이다가 상대의 면전에 고성을 질러대는 험악한 상태로 변했고, 결국에는 모두가 스스로 자신들의 입을 막고 침묵으로 인사를 나누면서 헤어져야만 했다.

 

내가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는 나이 60대 중반이 넘어서야 지난 수십 년간 내가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지식이나 소위 말하는 팩트가 실제로는 나의 무지의 산물인 경우가 많았다는 고백이었다. 따라서 어떠한 상황에 닥치면 이를 옳다. 그르다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일의 자초 지경 등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올바른 대책도 세울 수가 있다는, 경험에서 얻은 나름 해결책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이런 처사에 대해서도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가라앉히고 평정심을 찾아야 만이 타결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요지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무식한 태도 때문에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고 자리를 떠야만 했다.

 

 

원만한 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탁구 경기의 규칙같이 내가 한번 말머리를 트면 상대방은 듣고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면 상대방이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공수 교대 법칙을 지켜야 함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나라에서 잘나간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보다 상대적으로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자신의 귀와 상대의 입을 막고서 자기 할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내뱉고는 자리를 떠버리는 악습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러한 야만적인 관행은 이익단체, 사회지도자 등을 거쳐서 일반 서민들에까지 전염이 되기에 이르렀다.

 

 

보상(報償)'이란 공권력이 적법한 행위를 했지만, 그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보거나 일정 부분 희생을 해야 하게 된 경우, 그 손실을 갚아주는 것이다. 반면, '배상(賠償)'은 불법적인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보게 한 경우, 가해한 측이 피해자에게 그 피해를 갚아주는 것이다. 보상과 배상 모두 원칙적으로 피해자에게 해()를 입은 부분을 금전으로 갚아줘야 한다는 점에서 공통되지만, 그 원인이 된 가해 측의 행위가 적법했는지 여부에 따라 구별해서 사용되는 것이다.“-이상 the L에서 인용

 

나는 이 나라 위정자들이 수출규제에 대한 대한민국의 대책을 묻는 국민에게 배상과 보상의 차이만을 설명하면서 모든 책임을 일본에 전가하는 한편 이성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합리적인 사고를 지닌 국민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볼 때마다 당쟁으로 힘없고 가난한 나라를 만들어 놓고서는 적군이 쳐들어오자 적군과 정적에게 동시에 들이댈 그럴 뜻한 명분을 만들어서, 똑같은 잣대로 모든 책임을 적군과 정적에게 전가하는 짓거리를 반복하다가 드디어 나라를 정적이 아닌 일본제국주의자들에게 넘겨준 사실에 안도의 숨을 내쉰 조선의 지배층인 사대부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착각에 빠졌다.

일본의 처사가 그릇된 것이며 일본 총리 아베의 비열함에 분개하지 않는 국민이 이 나라에 어디에 있겠는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가를 냉철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한 것에 대한 통철한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는 한, 우리는 결코 일본을 이길 수가 없으며 냉혹한 국제사회에서 생존할 수가 없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맞대응한다, 다신 일본에 안 진다면에서 일본과의 일전을 선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씀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것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730"일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 내년 총선에 유리할 것"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민주당 내 128명의 의원에게 보냈다가 논란이 일으킨 것과 무관치 않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고 하니, 인조반정을 겪은 후에 반란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나라의 국방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다가, 병자호란 이후 후금이 형제지맹군신지의로 바꾸기를 요구하자, 주자학적 명분론에 따라 화친 대신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객기로 후금과의 전쟁을 선택한 어리석은 국왕 인조가 연상된다. 인조는 전쟁을 유발하여 나라를 피폐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종사를 유지하기 위해 명목적인 화친을 주장한 최명길 일파를 역적으로 매도해 버리면서 당쟁을 이어나갔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듯이 그 당시 인조와 대부분 신료는 척화파(斥和派)였다. “명은 부모의 나라이고 후금은 부모의 원수인 데다, 명은 왜란 때 조선을 도왔으므로 절대로 배신할 수 없다.” 


인조와 그의 추종자처럼 나라와 국민을 망쳐놓고 집권을 한들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또한 적군과 아군에게 똑같은 명분을 내세우는 것이 무슨 전술이며 전략이란 말인가


제발보상과 배상 차이는 일본의 아베와 그의 추종자들에게 가르치고 적어도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그 본래의 의미는 이러하지만, 국익을 고려해서 차선책을 세웠으니 국가 경제를 위해서 이해해 주시면 고맙습니다.’라고 설득해서 꾸겨진 국민의 자존심을 조금이라고 세워주기를 부탁드린다.

 

문재인 대통령님! 더 국민을 가르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국민을 가르치려는 것은 당신의 어리석은 자아가 만든 욕심입니다. 국민이 알고싶어하는 것을 대답하십시오. 대답할 때도 가르치려 하지 마십시오. 법답게 있는 그대로만 말씀하십시오. 국민이 알아차림할 수 있게 도와주면 됩니다. 제발!

다음 브로그 아미타불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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