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데스크에서] 경제난이 '新자유주의' 탓?

최만섭 2018. 8. 1. 10:14

  • 침소봉대
  • [장단음] 침ː소-봉대 숙어
  • 바늘 침
  • 작을 소
  • 막대 봉
  • 클 대/큰 대, 클 태, 클 다

바늘 만한 것을 몽둥이 만하다고 말함이란 뜻으로,곧, 작은 일을 크게 과장()하여 말함을 이름

[데스크에서] 경제난이 '新자유주의' 탓?

입력 2018.08.01 03:14

최승현 정치부 차장
최승현 정치부 차장

최근 경제 위기를 놓고 정부·여당에서 "모든 것은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철 지난 논리가 흘러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경제의 어려운 부분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고용 없는 성장 때문"이라고 했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임금 격차, 소득 불평등이 더 확대됐다"고 했다.

자유시장·무역, 규제 완화를 요체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한마디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적 판단에 경제와 무역의 흐름을 맡기는 게 특징이다. 그 반대편에는 정부 주도의 계획 중심 경제가 있다. 신자유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처음 본격화한 것은 IMF 금융 위기 직후였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대규모 정리 해고를 한 것과 뒤이은 노무현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것이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해당한다. 지금 민주당이 당대표실에 사진을 걸어둔 두 전직 대통령이 한국 신자유주의의 시발점이었던 것이다.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필두로 한 보수 정권은 반대편에서 나라 경제를 운용했다. 문 대통령과 김 정책위의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 책임론'이 불쑥 튀어나온 건, 자신들의 경제 실정(失政)은 인정하기 싫고 '희생양'을 찾아야겠다는 심보로 보인다. 사실 한국 주류 경제학계에선 서구 사회의 신자유주의가 우리 경제에 본격 이식(移植)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한국에선 경제 전반에 미치는 정부의 영향이 여전히 훨씬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진보 진영에서 쏟아내는 신자유주의 비판이 허망하다는 사실은 현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교수가 적확하게 짚어냈다. 2014년 펴낸 723쪽 분량의 '한국 자본주의'란 책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일부 좌파에서 한국 자본주의 모순 구조를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하면서 이 단어는 한국 사회 모든 문제의 기원을 일컫는 주홍글씨가 됐다"고 했다. 이어 "신자유주의는 용어의 편리함은 있지만 진단에서 틀렸고 이에 근거한 대안에서도 심각한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이런 분석을 한 장하성 실장은 아마도 문 대통령이 '신자유주의 책임론'을 꺼내기 전에 서로 토론이나 얘기를 하지 않은 듯하다. 지
금 경제 상황은 여당 대표 선출 결선에 오른 후보가 "국민들이 '힘들어 못살겠다. 경제 좀 살려달라'고 한다"고 할 정도로 녹록잖다. 막연한 신자유주의 비판이나 떠넘기기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다. 장 실장은 저서에서 "우리나라는 시장 근본주의로 경사된 적이 없다.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했다. 4년 전 그의 고언(苦言)을 현 집권층이 먼저 되새겼으면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
/data/html_dir/2018/07/31/2018073103528.html